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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예천 명봉사 무량수전

기자명 법상 스님

아미타불 어디 있는지 마음 깊이 새겨야

고려 말 나옹혜근 스님의 게송 
누이에 염불 지도하며 전한 법문 
몸·마음 모두 부처임을 깨달아야

예천 명봉사 무량수전 / 글씨 초정 권창륜(艸丁 權昌倫 1943~ ).
예천 명봉사 무량수전/글씨 초정 권창륜(艸丁 權昌倫 1943~).

阿彌陀佛在何方 着得心頭切莫忘
아미타불재하방 착득심두절막망 
念到念窮無念處 六門常放紫金光
염도염궁무념처 육문상방자금광
(아미타 부처님은 어느 곳에 계시는가?/ 마음속에 깊이 새겨 잠시라도 잊지 말라./ 생각하고 생각 다 해 무념처에 도달하면/ 어느 때나 육문에서 금색 광명이 빛나리라.)

이 주련은 고려 말기에 활약했던 나옹혜근(懶翁惠勤 1320~1376) 스님의 게송이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고승으로 스님의 법호는 나옹, 법명은 혜근(惠勤)이다. 스님은 문경 묘적암에서 요연(了然)선사를 은사로 출가하였다. 그 뒤 중국으로 건너가 지공(指空) 스님에게 인가받고 귀국했으며,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무학(無學)대사에 법을 전한 고승이다.

게송은 나옹선사가 누이를 위하여 염불법을 지도하면서 일러준 법문이다. 선사의 어록인 ‘나옹집(懶翁集)’에 ‘답매씨서(答妹氏書)’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원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오롯이 염불하기 위해서는 세속에서 일어나는 잡다한 일에 얽매이지 말고 항상 염불하라. 염불하고 염불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염불삼매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곧 염불선(念佛禪)이다. 그리고 이 편지글에는 정토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하다.

게송은 마치 선문(禪門)의 화두 공안처럼 시작된다.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처럼 지금 누이에게 친절하면서도 단호하게 묻는다. 아미타 부처님이 어디에 있느냐고. 아미타불을 관념적으로 꽁꽁 묶어서 서방정토 극락세계 아미타불이라고 한다면 이는 그만 동지섣달의 차디찬 바위나 식어버린 잿더미에 불과하다. 여기서 아미타불은 마음이라고 하면 마음이고 부처라고 하면 부처다. 그래야 살아있는 아미타 부처가 되는 것이다.

착(着)은 붙들어 매어둔다는 뜻이다. 무엇을 붙들어 매어둔다는 것일까에 대해서는 그다음 문장을 보면 바로 해답이 나온다. 심두(心頭)는 마음의 갖가지 작용을 말함이다. 절막(切莫)은 ‘결코 하지 말라.’ 이런 뜻이다. 이를 종합해서 살펴보면 아미타불이 어디에 있는가를 마음속 깊이 새겨서 절대로 잊지 말라는 간절한 분부이다. 

아미타불을 잊지 말고 계속 염불하다 보면 이러한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니 이를 염불삼매(念佛三昧)라고 한다. 그러므로 지금 누이에게 염불삼매에 이르도록 염불해보라고 권하는 것이다. 이를 다시 되짚어보면 아미타불을 항상 염불하는 것은 칭명염불(稱名念佛)을 말함이고, 아미타불을 관하면서 염불하는 것은 관념염불(觀念念佛)이며, 이를 계속하다 보면 삼매에 빠지게 되는 데 이를 염불삼매라고 한다. 이러한 행위를 선(禪)에 비유하면 염불선이 된다.

염불하고 염불하다 보면 무념에 빠지게 되는 그 자리가 바로 무념처(無念處)다. 이를 삼매의 측면에서 보면 무념선정(無念禪定)이다. 삼승이 수행하는 내용은 비록 다를지라도 깨달음은 반드시 망념이 없는 선정의 힘에 의지해야 한다는 점은 같은 셈이다.

육문(六門)은 곧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근을 말함이다. 궁극적으로 나의 육신을 말하는 것이고 자줏빛 광명이 항상 비춘다는 것은 나의 본래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 몸이 바로 부처인 줄을 아는 것을 말함이고 나의 마음이 곧 부처인 줄을 동시에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육문은 문장에 따라 육호(六戶), 육국(六國), 육출(六出) 등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마음이 부처인 줄을 안다면 안·이·비·설·신·의에서 자금색의 광명이 항상 나온다는 것을 스스로 체득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모르면 나의 마음 안에 대광명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기에 이를 두고 미혹하다고 하는 것이다. 미혹하면 광명은커녕 스스로 암흑천지에 갇히게 된다. 이러한 사상을 자성미타(自性彌陀)라고 하며 이는 오직 마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유심정토(唯心淨土)라고 한다. 나옹 스님의 염불 사상은 ‘나옹록’에 다양하게 실려 있다. 염불 수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가르침이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609호 / 2021년 11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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