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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파승에서 화합승가 대전환 용단 탁월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11.22 11:05
  • 호수 1610
  • 댓글 0

‘2017·2018’ 해종 행태 기억하지만
상대진영 스님도 수행자 재인식 현명
‘여초부지’로 일불제자·전법공동체 천명 
갈등 넘어 상생 지향한 승가에 큰 기대

조계종이 11월16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종단화합 대법회’를 봉행했다. 2017~2018년 총무원장 선거 전후, 도를 넘는 각종 비방과 비난을 서슴지 않으며 종단의 혼란을 가중시켜 ‘해종행위자’로 낙인찍힌 스님들이 부처님과 사부대중 앞에서 참회하는 자리였다. 징계보다는 관용을 통해 참회 대중을 승가의 일원으로 품음으로써 화합승가의 면모를 다지겠다는 조계종의 의지가 돋보인다.

조계종 승가의 화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선거다. 종무행정의 수반을 뽑는 총무원장 선거 때면 유독 파열음이 크게 일곤 한다. 선거 과정에서 나눠진 진영은 선거 후 승자와 패자로 명확히 구분되는데 승자는 종단의 주요직을 맡게 되는 반면 패자는 소외돼 운신의 폭이 좁아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고착현상이 길어지면 패자진영의 스님들은 종단의 불만세력으로 남게 되고 마는데 이러한 양상이 종단발전에 도움 될 리 없다.

35대 총무원장 선거 때는 갈등현상이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 승가의 화합을 깨는 파승(破僧)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다. 진영 간의 정책대결이 아닌 특정 진영에서의 무분별한 비난과 종단 폄훼가 촉발시킨 분규였다. 특히 승·재가로 구성된 특정 세력이 개신교와 가톨릭교도까지 끌어들여가며 ‘적폐’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씌우고 조계종을 ‘범죄 집단’으로 매도한 언행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36대 총무원장 선거 직전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발표한 청원문은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종단을 둘러싼 여러 목소리에 많은 불자들이 혼란과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그 상처가 아물어 건강한 불교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모든 종도들이 지혜를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사부대중의 바람을 읽었던 듯 36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후보자들 간의 비방·비난, 흑색선전 등은 크게 줄었다. 그러나 원행 스님이 총무원장에 당선된 후에도 특정 세력의 ‘종단 흔들기’는 지속됐다. 그들은 악의적이고도 집요했다. 

“해종행위자들을 색출해 엄히 다스려야 한다”는 중앙종회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 있었다. ‘아수라경’에서도 ‘바닷물이 시체를 밖으로 밀어내듯이 화합을 깨는 자는 승가 밖으로 밀어내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지 않은가.

중앙종회 산하 ‘해종행위조사특별위원회’로부터 건네받은 자료를 토대로 조사에 착수한 총무원 호법부는 종헌종법에 따른 절차를 밟을 수 있었지만 종단은 대승차원에서의 화합법회를 선택했다. 이는 곧 종단차원에서 ‘2017·2018 해종행위자’도 품어 안겠다는 의미다. 

조계종의 이번 조치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패자’에 대한 배려와 ‘일불제자’ 인식을 새롭게 각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선거를 위해 부득이하게 상대진영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그 스님들 역시 수행자라는 사실을 모두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의식 하나가 ‘이익·정치 공동체’가 아닌 ‘수행·전법 공동체’임을 명징하게 대변한다. 율장에서도 이 점에 유의해 분쟁해결을 위한 ‘7 멸쟁법(滅諍法)’을 적시해 놓았다. 조계종 화합대법회의 취지와 당위성을 전하며 내보인 ‘여초부지(如草覆地)’는 7멸쟁법의 일곱 번째에 해당한다.

여초부지는 ‘풀처럼 엎드리는 것’이다. 계율의 해석 차이 등으로 승가의 의견이 대립하여 논쟁하다 보면 상호 비난도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승가 전원이 죄를 범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두 파로 나누어진 비구들은 바람에 풀이 엎드리듯 땅에 엎드려 서로 참회하며 죄를 면한다. 여초부지는 ‘풀로 (진흙)땅을 덮는 것’이기도 하다. 더 이상의 시비나 잘잘못을 덮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세속법에 가까운 선거제도로 발생한 파승에서 율장의 ‘여초부지’를 들어 화합승가로의 대전환을 모색한 것은 크나큰 용단이자 탁월한 선택이라고 본다. 앞서 언급한 ‘아수라경’에서는 ‘백천 강물들이 바다에 들어오면 하나의 바닷물이 되듯이 나의 제자들은 신분 직업 귀천에 관계없이 차별 없는 나의 제자들”이라고도 했다. 이 법회를 계기로 갈등의 에너지가 상생의 에너지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1610호 / 2021년 11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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