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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주수행 최예린(여명, 44) - 상

기자명 법보

불자인 어머니 따라 불교와 인연 
왼쪽 발 사고 후 원인불명 고통
대비주 수행 후 치료 가피 입어
돌아보니 모든 아픔 마음서 비롯

여명, 44

어릴적부터 어머니를 따라 자주 절에 다녔다. 어머니는 1년 농사를 지으면 가장 먼저 추수한 곡식을 부처님 전에 공양하고 두 손이 닳도록 빌고 기도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대기업에 취업하고, 결혼하고,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루어 도시에서 자리 잡고 잘 살고 있는 모든 것이 어머니의 기도공덕과 부처님의 가피라고 생각한다. 

2013년 9월 직장동료의 자동차 바퀴에 왼쪽 발이 깔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병원에서는 검사결과 단순 염좌로 큰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고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단순한 사고로 생각했는데 치료가 되지 않으니 일이 점점 꼬였다. 의사 선생님도 믿을 수 없게 되고 설상가상 보험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직장동료와 상처가 되는 말을 주고받으며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됐다.

일반병원부터 종합병원까지 30여 군데를 다녔다. 병명을 찾고 치료를 받으려 애썼지만 이상하게도 이렇다 할 명확한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어떤 병원은 속칭 ‘나이롱 환자’ 취급했다. 어떤 병원은 치료는 뒷전이고 환자를 돈으로만 보는 듯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회사에서도 아프지 않은데 꾀병을 부린다며 힐책하고 친정과 시댁 식구들도 엄살을 부린다고 모진 말로 내게 상처를 줬다. 

절에 가서 기도해 보아도 답답한 현실이 계속됐다. 발은 발대로 아프고 마음은 마음대로 지쳐갔다. 직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계속되는 치료비에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그렇더라도 돈 생각해서 직장을 계속 다니라는 남편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세상이 온통 원망스럽고 도무지 기댈 곳 하나 없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내가 기댈 곳은 부처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픈 발을 이끌고 절에서 기도하고 방송과 유튜브로 스님들의 법문을 들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귀인을 만나게 해주신 것일까. 2015년 어느날, 강남역에서 우연히 심리상담사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발이 아픈데 몇 년이 흘러도 치료가 되지 않고 걷기 힘들다고 말했다. 상담사는 일산 덕양선원 법상 스님을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 보살님도 스님과 공부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기도하고 마음공부하면 해결될 것이라 했다. 

발이 나을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스님을 찾아뵀다. 스님은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전생업보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먼저 대비주기도를 하라고 하셨다. 10만 독을 하면 발이 나을 수 있다고 하셨음에 좌절했다. 당장 발이 낫는 방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신묘장구대다라니’ 10만 독을 해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했다. ‘언제 다하나, 할 수 있을까,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일어났다. 

하지만 발이 나을 수 있다니 한번 해 보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대비주수행을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 회사에서 퇴근해 일산까지 2시간가량 걸리는 지하철을 타고 대비주수행법회에 참석했다. 소원은 오직 한 가지, 아픈 발이 낫는 것이었다. 스님의 목탁소리에 맞춰 대비주기도를 하다 보면 어릴적 부처님께 지극하게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지극하게 기도해서 반드시 성취하겠다고 다짐했다.

간절한 기도에 부처님께서 응답해 주셨다. 그로부터 몇 달 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치료의 길이 열렸다. 서로 힘들었던 마음도 이해하고 치료 경험을 나누며 좋은 의사선생님을 알게 됐다. MRI 촬영 후 찾지 못했던 병도 곧바로 찾고 수술로 완치될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2015년 11월에 첫 번째 수술을 하고 2016년 8월에 두 번째 수술을 했다. 입원한 동안에도 부처님께 의지했다. 아침에 눈 뜨면 대비주부터 외웠다. 누워있을 때는 염불과 독경, 앉을 수 있을 때는 사경했다. 수술 후 3년간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부처님의 가피였다.

법상 스님의 법문은 차츰 나의 마음을 돌아보도록 했다. 몸과 마음의 고통이 모두 나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무심코 한 생각과 말과 행동이 아프고 힘든 현실을 만든 것이다. 발을 다치고 치료를 하기까지 그 오랜 기간의 어려움과 고통도 다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처님께 그렇게 참회를 했지만 깊은 의식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1610호 / 2021년 11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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