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2. 여주 신륵사 일주문

기자명 법상 스님

재물은 하루아침에 먼지처럼 된다

각우야운 스님이 저술한 자경문
마음의 법 잘 닦으면 탐욕 벗어나
잠시 닦은 수행도 보배란 가르침
중생은 업으로 인해서 과보 받아

여주 신륵사 일주문.
여주 신륵사 일주문.

三日修心千載寶 百年食欲一朝塵 
삼일수심천재보 백년탐욕일조진
(사흘 동안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가 되고/ 백 년 동안 탐한 욕심 하루아침에 티끌 된다네!)

고려 말 각우야운(覺牛野雲 ?~?) 스님이 저술한 ‘자경문(自警文)’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러나 주련의 두 번째 구절은 본문과 다르게 왜곡하여 탐물(貪物)이라 하지 아니하고 탐욕(貪欲)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자경문에 나오는 그 두 번째 경책의 원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百年貪物一朝塵(백년탐물일조진)
백 년 동안 탐한 물건은 하루아침에 티끌이니라.

삼일(三日)은 굳이 3일을 말하는 게 아니라 백 년에 비하여 3일을 말하므로 아주 짧은 시간인 잠시 잠깐을 말한다. 수심(修心)은 마음을 닦는 수행을 말한다. 그러나 수심은 수행을 더불어 말하기도 하고 특별히 마음에 한정하여 수행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잡아함경(雜阿含經)’에 보면 “만일 어떤 비구가 마음의 법으로 마음을 잘 닦는다면 그는 탐욕에 물든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에서 벗어나 탐욕이 없는 법과 성내지 않는 법과 어리석음이 없는 법을 성취하게 되리라”라고 하셨다.

천재보(千載寶)에서 재(載)는 보편적으로 신는다는 뜻도 있지만, 연세라는 뜻도 있어서 년(年)이나 세(歲)와 같은 개념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천재(千載)는 곧 천세(千歲) 또는 천년(千年)을 말하는 것이므로 오랜 세월을 뜻하는 표현이다. 이 구절을 종합해보면 잠시 잠깐 닦은 수행은 오랫동안 보배가 된다는 가르침이다. ‘석옥청공록(石屋淸洪錄)’에 보면 “마음을 닦아 무심한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만 가지 천 가지가 물이 따라 흐른다”라고 하였다. 

신륵사 주련에는 탐욕(貪欲)이라고 하였으나 원문은 탐욕이 아니라 탐물(貪物)이다. 욕(欲)은 하고자 하는 마음을 말하기에 형상이 아니라서 이어지는 문구인 진(塵)의 뒤에 올 수 없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물건을 뜻하는 물(物)이 올바른 표현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원문인 백년탐물일조진(百年貪物一朝塵)으로 수정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백년(百年)은 100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평생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문장의 흐름에 따라서 오랜 세월을 뜻하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탐물(貪物)을 재물을 탐하는 것을 말하기에 보시함이 없이 자주 인색하게 사는 것을 말한다. 속세의 거친 표현을 그대로 옮겨서 말하면 죽어도 돈밖에 모르는 인간을 말한다.

일조(一朝)는 일조일석(一朝一夕)을 줄여서 나타내는 말로 이는 하루아침이나 하룻저녁처럼 아주 짧은 시간을 말한다. 그 출전은 ‘역경(易經)’ 가운데 곤위지(坤爲地)에 나온다. 역경의 문언(文言)이 이르는 말 가운데 일부를 추려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남을 것이고 선을 쌓지 않은 집안에는 반드시 재앙이 있을 것이니 신하가 임금을 죽임이며, 자식이 그 아비를 죽임이 하루아침 하룻저녁의 연고가 아님이라고 하였다.”

진(塵)은 먼지를 말하므로 재물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먼지처럼 된다는 뜻이기에 영구히 보존하기가 힘들다는 표현이다. 우리는 흔히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하여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하는데 그러나 그렇지 않다. 죽어도 반드시 따라가는 것이 있다. 그게 무엇일까? 바로 업(業)이라는 것이다. 중생은 그 업으로 인하여 과보를 받는 것이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611호 / 2021년 12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