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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수행을 점검하는 책 보급

수행자 삶 스스로 점검하는 ‘과송집(課誦集)’ 편찬·보급해야

스스로 수행을 시험 본다는 마음으로 책 읽는 행위가 ‘과송’
성현 말씀 소리 내서 읽으면 마음에 새겨지고 닮아가려 노력
출재가 모두 인연에 맞는 과송집 택해 매일 읽도록 이끌어야

신규탁 교수는 “수행자가 석가세존과 은법사 스님의 말씀을 거울삼아 자신을 점검하는 일은 수행에 있어 매우 요긴한 일”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조계총림의 포살법회 모습.
신규탁 교수는 “수행자가 석가세존과 은법사 스님의 말씀을 거울삼아 자신을 점검하는 일은 수행에 있어 매우 요긴한 일”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조계총림의 포살법회 모습.

요즈음에는 거의 볼 수 없지만, 예전에는 ‘과송(課誦)’이라는 용어가 붙은 책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사문과송’ ‘일용과송’ ‘조모과송’ 등이 있다. ‘과송’에서의 ‘과(課)’라는 글자 속에는 ‘점검하다’ ‘시험보다’의 뜻이 들어있다.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고, 스스로의 수행을 시험 본다는 마음으로 책 읽는 행위를 ‘과송’이라 한다. 그런 용도로 묶은 책을 ‘과송집’이라고 한다.

책의 내용을 몰라서 읽는 것도 아니고, 무슨 지식을 얻기 위해서 읽는 것도 아니고, 발표나 논문을 쓰려고 연구차 읽는 것도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하고 거울 보듯이, 또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듯이, 그렇게 자기 점검을 위해 책을 읽는 것이다. 꼭 출가 수행자가 아니더라도,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일이다. 성현의 좋은 말씀을 소리 내어 읽노라면, 그 말씀이 마음에 새겨지고 기억되어 은연중에 닮아가려고 노력하게 된다.

필자가 이런 부류의 책을 처음 본 것은 1966년 동국역경원에서 간행한 ‘보현행원품·보문품·보안장’이다. ‘화엄경’ ‘법화경’ ‘원각경’ 속에서 일용으로 읽혀졌으면, 또는 예부터 그렇게 읽어왔던 중요한 부분을 가려 뽑은 것이다. ‘선문촬요’도 그런 부류의 책이다. 

그 책 속에는 ‘혈맥론’ ‘관심론’ ‘수심결’ ‘진심직설’ ‘선경어’ 등이 들어있다. 하나는 교종(敎宗) 방면이고, 다른 하나는 선종(禪宗) 방면이다. 정토(淨土) 방면의 책도 있는데, ‘안락와 사문일과 경게’라는 책이 그것이다. ‘안락와’는 정토를 뜻한다. 이 책에는 ‘지장경’ ‘보현행원품’ ‘찬불게’ ‘발원문’ ‘찬관음문’이 들어있다. 조선시대에 여러 곳에서 간행되었던 것으로 보아, 당시 스님들의 일상을 알 수 있게 한다.

필자는 꽤 오래전 헌책방에서 이상에서 거론한 책들을 구입해서 서가에 올려두었다. 내용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는지는 다 아는 것이고, 또 그 부분을 담고 있는 원래의 책이 있기 때문에 대수롭게 넘겼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왜 이런 책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필자가 찾은 해답은 위에서 말했듯이 결국은 자기점검용이었다.

해인사 백련암의 성철 선사께서 선서 출판에 즈음하여 ‘선림고경총서’라고 총서 이름을 지어주신 것도, 그런 뜻이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경(古鏡)’이란, 거울은 거울인데 예부터 본래 있었던 거울이다. 새로 만들어진 거울이 아니다. 선종 수행자들에게 필요한 거울이라는 뜻에서 선림(禪林)이란 한정어를 붙였다.

성철 스님께서 입적하던 그해 겨울, 부처님 입적 후 제자들이 불경을 결집하듯 ‘고경’(성철 편역)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단경지침’을 비롯해서 ‘무심론’에 이르기까지 총 11종의 선 관련 서적을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책 부제를 ‘조계 선종 소의 어록집’이라고 붙였다. 조계의 선종 부흥을 몸소 실천하고 노력했던 스승의 뜻을 그 책에 담았다. ‘진리의 상속자’로 스승을 이어가겠다는 제자들의 다짐이기도 하다.

조금만 더 둘러보면 이런 종류의 책들은 절 집안에 참으로 많다. ‘치문’도 그렇다. 세속의 옷을 벗어던지고 먹물 옷 입고 사는 수행자들이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지, 그런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자신을 돌아보고 수행자의 삶을 검점하는 데에 참으로 좋은 책이다. 

자기의 수행 점검, 즉 자신이 수행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스스로 시험을 쳐보아야 한다. 날마다 일과로 읽는 ‘과송(課誦)’들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선요(禪要)’라는 책만 해도 그렇다. 이 책을 보면 그 속에는 참선 수행을 하는 스님들을 지도하던 당시 스승의 말씀이 들어있다. 결제법어와 해제법어, 그런가 하면 특별한 날에 시행한 법어들이 수록되어 있다. 또 수시로 제자들이 조실 스님의 방을 찾아 점검 받는 내용들도 들어 있다. 분량이 얼마 안 되는 책이지만 참선 수행자가 자신을 점검하기에 이만한 책이 드물다.  

수행자에게는 스승이 계신다. 멀리는 석가세존이, 가까이는 직접 모시고 살았던 은법사 스님이 계신다. 평소에는 그분들을 따라 수행해야겠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떨어져있더라도 그분들의 ‘말씀’을 거울삼아 자신을 점검하는 일은 수행에 있어 요긴한 일이다. 특히 남의 지도자가 된 스승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옛사람들이 어떻게 법문을 했는지 ‘말씀’과 ‘형식’을 알아두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개발한 새로운 방법을 보태도 좋다. 그러나 필자는 ‘옛 거울’을 권한다.

‘선요’의 첫머리에는 ‘개당보설’이라는 유명한 법문이 실려 있다. 고봉 스님을 모시고 살았던 시자 지정 스님이 기록해서 세상에 전하고 있다. 아주 전형적인 개당(開堂) 설법이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주지 취임 연설에 해당한다. 설법의 주인공은 자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적인 체험을 얻게 되었는지 공부 내력을 대중들에게 소개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이끌어주신 여러 선지식들의 가르침과 그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한다. 그렇게 한 다음에는 주지 취임 자리에 모인 수행 대중들에게 어떻게 화두 수행을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이 책은 원나라 때의 고봉 원묘 스님의 법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말부터 선에 관한 요점으로 생각하여 널리 유행했다. 선 수행자들은 늘 가까이 두고 자신을 점검하기 딱 좋은 책이다. 입으로 나지막한 소리로 읽어가면서, 눈으로 글씨를 보고, 자신의 소리를 귀로 들으면서, 마음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 참선을 잘 하고 있는지 검점하는 것이다.

금년 겨울 안거에도 약 2천 명에 달하는 참선 수행승들이 각 선방에 모였다. 그곳에는 수행을 지도하는 조실이 계시니, 조실 스님이 수행자들을 검점할 것이다. 그리고 함께 수행하는 도반이 있어서 서로에게 경책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인연으로 수행처에 못가더라도, 형편에 따라 ‘과송집(課誦集)’을 가까이 두고 매일 매일 일과로 읽어, 거울 들여다보듯이 자신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간화선 말고도 남방불교의 선 수행이 소개되고 있으니 그 행법에 따라 수행하되, 역시 그 관련 책을 읽으며 점검해야 할 것이다. 정토 수행이 인연에 맞는 사람은 염불 정진을 하면서, 정토삼부경을 ‘과송집’ 삼아 읽는 것도 좋다.

종단을 세워 수행자를 모았으면 종학(宗學)에 입각하여 수행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재가자들이 일상에서 수행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안내해야 한다. 그리고 재가자들은 형편에 따라 스승을 찾아 점검을 받아야 한다. 이런 일을 종합적으로 동시에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과송집’을 보급하는 일이다. 각자 인연에 맞는 ‘과송집’을 택하여 매일 매일 일과삼아 반복적으로 읽어야 한다. 거울을 보고 흐트러진 자신을 가다듬듯이 말이다. 지식이 아니라 수행으로 말이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611호 / 2021년 12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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