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 삼계교와 정토종의 정토(淨土)의 차이

기자명 법공 스님

삼계교는 보념(普念)…정토교는 전념(專念)

불교 교리에 대한 해석 남달라
정토교와 유사하나 차이 분명
하근기 중생 위한 배려 돋보여

앞서 보았듯 삼계교는 왕실·귀족·대사찰로부터 혹독한 탄압을 받았다. 또 불교권에서도 교리에 대한 해석과 주장이 달라 찬반의 상반된 형태를 나타냈다. 

삼계교에서는 정토에 관한 설을 주장하고 있다[15가(家)의 이설(異說) 가운데 14번째의 설]. 또 삼계교 탄압으로 흩어진 여러 자료 가운데 유독 정토교 방면에 대해 논한 것이 다수 발견됐다. 

삼계교는 아미타불내지 정토개념에 대한 반대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토교와는 소견이 달랐다. 도대체 어떠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중국 남북조말기는 수당불교를 일으킨 중요한 전환기였다. 이 계기는 두말할 필요없이 ‘북주무제의 폐불정책’이었다. 무제의 폐불은 말법사상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 말법사상을 배경으로 2가지 형태의 새로운 불교가 탄생했다. 이는 신행의 삼계교와 도작·선도의 정토교였다. 

일본학자 시취(矢吹)는 삼계교와 정토교의 차이점을 ‘육동사이(六同四異)’로 간단하게 밝히고 있다. 

먼저 6가지의 공통점은 아래와 같다.

①둘 다 모두 말법불교인 것. 
②오탁세계에서의 득도를 힘들다고 한 것. 
③깊은 죄악의 지각에 입각한 점. 
④사악(邪惡)의 하기(下機)는 특수한 불법을 필수로 한다. 
⑤정토의 인과를 설명하여 왕생정토를 권장한 것. 
⑥성인 간지 오래되어 이치는 흐려져, 대근기행을 주창함.
또 4가지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①삼계교는 보불보법(普佛普法), 정토교는 오직 미타 일념. 
②삼계교는 전념(專念)을 부정, 정토교는 보념(普念)을 거부. 
③삼계교는 차토입성(此土入聖·直道成佛), 정토교는 피토입성(彼土入聖). 
④삼계교는 구심(求心)에 기울어 오직 원(圓)의 중심을 회피, 정토교는 원심(遠心)을 좇아 전심으로 원의 주위를 방황.

이렇듯 삼계교와 정토교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 하지만 다른 점에 대해 서로 비판한 기록이 역사에 남아있다. 특히 삼계교 교리는 한 개념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열거를 하고 있어 상당히 번잡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말법시대를 사는 하근기 중생을 위한 배려라고 이해할 수 있다. 

삼계교는 ‘유마경’에 나오는 정토를 받아들이는 입장도 달랐다. 가령 ‘유마경’에서의 정토는 중생이 곧 보살의 정토이고, 보리심이 정토이며, 이 땅이 정토라고 설명한다. 

정토교가 날 익은 개념을 설정한 반면 삼계교는 구체적인 이론을 설정하고 있다. 둔황본 ‘대근기행법’에 따르면 정토의 인과(因果)를 밝히는 것에 세 단계가 있다. 제1계 정토인과, 제2계 정토인과, 제3계 정토인과이다. 이 가운데 제3계의 정토인과 가운데 악을 끊는[斷惡]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악을 끊는 방법도 다시 두 가지로 나눠진다. 불법에 들어오기 이전 악을 끊는 것’과 불법에 들어오고 난 후 악을 끊는 것’이다. 

먼저 불법에 들어오기 ‘이전’의 악으로는 5가지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生來) 좋아하는 것만 취함 △태어나면서부터 나쁜 것을 취하려 안함(모든 고통스러움을 타인에게 전가하려함) △태어나면서부터 타인과 악을 일으킴(화를 내고 때리고 관리가 되어 명령하길 좋아함) △태어나면서부터 화가 많아, 남을 꾸짖고,다른 일체중생을 죽임 △태어나면서부터 출세를 원하여 타인의 주인 되길 바람. 불법에 들어온 이후라도 이 5가지의 악을 끊기 위해 철저히 수행한다면 정토에 날 수 있다.

또 불법에 들어오고 난 후 악을 끊는 방법은 △비악도(非道惡): 십악도로 5중(五重)을 말한다. 오역죄(五逆罪): 부모 죽임, 불신(佛身)에 피를 냄, 아라한 죽임, 화합승을 분리, 탑사 및 경 소각. 4종의 금죄(살생·투도· 음행·망어). △사악도(似惡道) 가운데 둘이 있고, 사악도와 증병악(增病惡)을 말한다.

법공 스님
법공 스님

이렇듯 삼계교는 정토에 태어날 수 있는 이유를 2가지로 나눠 악을 끊고[斷惡]과 선을 행해야 한다[修善]고 강조한다. 불법에 들기 이전에 생긴 악이라도 불법에 들어온 이후에 철저히 수행해, 5가지의 악을 끊는다면 정토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한다. 삼계교는 이러한 내용을 ‘유마경’에서 인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왕생정토에 관한 8법(八法)을 중요 대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법공 스님 동국대 경주캠퍼스 전 선학과 겸임교수
hongbub@hanmail.net
 

[1612호 / 2021년 12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