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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화사 회주 의현 스님

“남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 내놓을 수 있는 게 보살심입니다”

100년도 못 사는 인생임에도 탐진치에 빠져 고통 받는 삶 살아
새끼 원숭이 살리기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내놓은 사자왕처럼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보살심으로 산다면 행복한 삶

오늘 법회는 개인적으로 감회가 남다릅니다. 제가 총무원장(1986~1994)으로 있던 그 시절은 참으로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종무원들 보시금 주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전법을 위해 한푼두푼 모아 부처님 성지를 만들기 위해 이곳에 땅을 샀습니다. 그러나 불사를 하기에는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자승 전 총무원장께서 이곳에 국제선센터라는 거룩하고 장엄한 대작불사를 했고, 어느덧 11년이 지났습니다. 오늘 이 웅장한 법당에서 법회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우리 불교가 삼국시대 전래돼 이렇듯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부처님 법을 잇고자 했던 역대 선지식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연선사가 쓰신 ‘삼국유사’는 단군왕검 때부터 부족 국가, 삼국시대까지 우리의 역사를 하나하나 정확히 기록한 책입니다. 일연선사가 계시지 않았다면 우리는 조상을 모르는, 뿌리 없는 나무와 같았을지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일연선사의 감사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삼국유사’ ‘대성효이세부모(大城孝二世父母)’편에 보면 김대성이 전생과 현생의 부모에게 지극한 효를 다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신라 신문왕 때 경주 모량리에 사는 경조라는 부인에게는 머리가 크고, 이마가 넓어 마치 성 같다고 해서 대성이라고 이름 지어진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안이 너무 가난해 키울 수 없게 되자, 재산이 많은 복안의 집에 머슴살이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대성이 얼마나 일을 열심히 했던지, 그 집안에서 감복해 ‘평생 우리 집에서 일을 해달라’면서 미리 임금으로 밭 몇 고랑을 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성은 복안의 집에서 절에 시주하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시주를 받은 스님은 “하나를 시주하면 만 배를 받을 것이니 편안히 즐겁게 오래 살 것”이라고 축원해 주셨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대성은 가난한 어머니를 찾아가 “우리는 쌓은 선업이 없어서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것 같으니, 저희가 가진 밭을 절에 보시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도 장한 아들을 뒀다며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대성은 자신이 피땀 흘려 일군 밭을 절에 보시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대성은 갑작스럽게 죽고 말았습니다. 

대성이 죽은 그날 밤 경주 장안에 있는 재상 김문량의 집에 하늘에서 “모량리의 대성이 네 아들로 온다”는 말이 들렸습니다. 김문량에게는 아들이 없어 그 부인이 백일기도를 하고 천일기도를 했지만, 효험이 없었을 때였습니다. 하늘에서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김문량은 사람을 시켜 탐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모량리에서 김대성이라는 아이가 진짜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이 임신을 하게 됐고, 마침내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태어난 그 아이는 신기하게도 손에 ‘대성’이라고 적힌 금간자를 쥐고 있었습니다. 태어난 아이가 모량리에서 가난한 어머니를 모시던 김대성임을 알게 된 재상 김문량은 아이의 전생 어머니를 모시고 와 부양했습니다. 대성은 훌륭히 자라서 이후 아버지처럼 재상의 자리에 올랐고, 훗날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는 대대적인 불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첫 번째 불사가 지금의 부모님을 위해 지은 불국사이고, 두 번째 불사가 전생의 부모를 위해 지은 석굴암이었던 것입니다. 

일연선사는 대성의 지극한 효심과 보시공덕을 찬탄하면서 “한 몸으로 전생과 현생의 부모를 모시니, 이는 예부터 듣기 힘든 일이구나. 시주를 잘한 증험(證驗)을 믿지 않을 수 없구나”라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습니다. “모량리 봄 지난 뒤에 세 이랑 밭을 시주했거니, 향령에 가을이 와 만 배나 거뒀네. 전생 어머니 평생 가난하다가 부자가 되고 재상은 한 꿈 사이에 두 세상을 오갔네.” 

대성의 효심과 보시공덕에 대해 설명한 것입니다. 우리 몸은 태어났더라도 100년을 넘기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 중생은 천년만년 살 것처럼 탐진치 삼독의 속박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해도, 꽃피고 새 우는 봄맞이를 100번도 못 보고 대자연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니 욕심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생각에서 벗어나 부처님 법에 귀의해 자신을 내려놓고 베풀면서 살아야 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뭇 중생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남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는 마음, 그런 마음이 보살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 경전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느 깊은 산중에 사자대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사자대왕은 ‘나는 짐승 가운데 왕이니 힘으로 능히 뭇 짐승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자대왕에게 한 원숭이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원숭이 부부는 “올해는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다”면서 “저 멀리 바다 건너 보타산에 가서 먹을 것을 구해와 사자대왕님께 공양 올리고, 두 새끼 원숭이들에게도 먹일 것이니 부디 우리 어린 원숭이들을 보살펴 달라”고 청했습니다. 사자대왕은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원숭이 부부는 보타산에서 많은 열매를 구해와서 사자대왕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두 새끼 원숭이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놀란 원숭이 부부가 사자대왕에게 우리 새끼 원숭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습니다. 혹시라도 ‘사자대왕이 우리 새끼들을 먹은 것은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그 마음을 읽은 사자대왕은 “힘없는 백성이 자식을 맡겨놨는데, 내가 어떻게 공양을 할 수 있겠느냐”며 “내가 깜박 졸고 있는 사이 어디로 간 것 같으니 찾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사자대왕은 자신의 국토 이곳저곳을 샅샅이 뒤지고 돌아다녔지만 좀처럼 새끼 원숭이들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깊은 골짜기 높고 험한 바위 위에 서 있는 낙락장송에 거대한 독수리왕이 있었고, 그 옆에 새끼 원숭이들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자신이 깜박 조는 사이 하늘을 관장하는 독수리왕이 새끼 원숭이들을 물고 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자대왕은 크게 낙심을 했습니다. 

사자대왕은 ‘내가 저기까지는 올라갈 수 없다. 주춤거리면 어린 원숭이는 독수리왕의 먹이가 되고 만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독수리왕에게 새끼 원숭이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정중히 부탁했습니다. 

사자대왕은 독수리왕에게 “불쌍한 백성의 아이들이니 제발 돌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러자 독수리왕은 “육지에서는 당신만 못하지만 이 높은 하늘에서 나는 조금도 두려울 바가 없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애원한다면 새끼 원숭이들을 놓아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사자대왕께서 천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열반에 드셔야 합니다. 그러면 사자대왕의 육신은 내가 취하고, 대신 새끼 원숭이들을 돌려줄 수 있습니다”고 했습니다. 

사자대왕은 그 말에 ‘원숭이 부부가 나에게 새끼 원숭이들을 지켜달라고 부탁했고,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것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어찌 내가 사자대왕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면서 “새끼 원숭이들의 목숨을 지키고, 힘없는 내 백성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다면 내 목숨은 헌신짝 버리듯, 마른 풀을 버리듯 아무런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실천하기 위해 사자대왕은 천길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리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독수리왕은 그제서야 사자대왕을 만류했습니다. 독수리왕은 “만약 남을 위해 몸을 버린다면 그 사람은 곧 무상의 즐거움을 받을 것입니다. 힘없는 백성을 위해, 원숭이 부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도 바칠 수 있는 그런 사자대왕이라고 할 것 같으면 내가 다시 새끼 원숭이들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원컨대 대법왕이시여, 그 법신을 보호해서 오래도록 힘없는 백성들을 잘 다스려 주십시오”라고 말하며 새끼 원숭이들을 돌려주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키고, 자신에게 의지하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과 목숨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그 사자대왕과 같은 마음이 바로 보살심입니다. 보살의 삶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이 인연 공덕으로 사자대왕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되셨고, 그때의 아버지 원숭이는 수행제일 가섭 존자가 되셨고, 그때의 엄마 원숭이는 선호(善護) 비구니가 되셨고, 그때의 두 새끼원숭이들은  다문제일 아난 존자, 밀행제일 라훌라 존자가 되셨고, 그때의 독수리왕은 지혜제일 사리불 존자가 되셨습니다.

오늘 이 법회의 인연으로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과 부처님 가피가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서울 도심에 있는 국제선센터가 더욱 발전해 부처님 법이 세상 곳곳에 전해져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안락을 줄 수 있는 도량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이 법문은 대구 동화사 회주 의현 스님이 11월13일 서울 국제선센터 개원 11주년 초청법회에서 설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1612호 / 2021년 12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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