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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고성 옥천사 조사전

기자명 법상 스님

정심(淨心)으로 세상 보면 부처 아님이 없다

‘승가예의문’에 수록된 마무리 게송
마음이 고정돼 있으면 물질일 뿐 
경지 이르면 진리 사는 것 깨달아

고성 옥천사 조사전 / 글씨 우석 김봉근(于石 金鳳根 1924~1994).
고성 옥천사 조사전 / 글씨 우석 김봉근(于石 金鳳根 1924~1994).

西來祖意最當當 自淨其心性本鄕 
서래조의최당당 자정기심성본향
妙體湛然無處所 山河大地現眞光
묘체담연무처소 산하대지현진광
(서쪽에서 오신 조사의 뜻은 당당하기가 으뜸이네/ 스스로가 그 마음을 맑게 하면 마음의 본고향이라./ 묘체는 담연하여 어디에도 머무름이 없음이기에/ 산하대지가 참다운 빛을 그대로 드러내도다.)

이 게송은 ‘승가예의문(僧家禮儀文)’에 수록된 무상계게(無常戒偈)에서 영가에게 무상(無常) 법을 설하고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마무리 게송이다. 참고로 무상계게는 ‘원각경’의 보안보살장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무상게(無常偈)라고 부른다.

서래조의(西來祖意)는 선문(禪門)에서 주로 쓰이는 표현이며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 서래의(西來意), 조의(祖意)라고도 한다. 크게 보면 ‘부처님이 서역에서 동토[중국]로 오신 뜻은’이라는 표현이고, 좁게 보면 달마(達磨)대사가 서역에서 오신 뜻이 무엇이냐는 물음이다. 의(意)는 뜻이나 생각이 아니라 골수(骨髓), 진수(眞髓), 본질(本質), 오의(奧義), 오지(奧旨), 본지(本旨)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일반상식을 묻는 가벼운 질문이 아니라 아주 엄중한 질문이다.

최(最)는 가장, 제일, 최상, 뛰어난 것이라는 표현이다. 거기에다가 거리낌이 없다는 당당(當當)이 더해져 한결 더 강력한 문구가 된다. 그 당당하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면 이 게송이 하고자 하는 말은 끝나는 것이다. 

보리달마를 시발점으로  중국 불교는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는 신광혜가(神光慧可)-감지승찬(鑑智僧璨)-대의도신(大醫道信)-대만홍인(大滿弘忍)-대감혜능(大鑑慧能)-남악회양(南嶽懷讓) 등 역대 조사를 거쳐 지금도 그 법맥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중국 불교는 불사(佛事)만 하면 무량공덕(無量功德)을 짓는 줄로 알았다. ‘벽암록(碧巖錄)’ 제1칙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 줄거리가 이어진다. 이를 정치로 빗대어 보수는 양무제(梁武帝), 진보는 보리달마로 해석해봄 직하다. 

자정기심(自淨其心)은 ‘스스로 그 마음을 맑게 하면’ 이러한 뜻이다. 여기서 자(自)는 단순하게 스스로가 아니라 마음이 무엇인지를 체득해야만 가능한 자(自)다. 정(淨)은 깨끗하다는 뜻보다는 근심, 염려 따위의 모든 생각을 놓아버린 경지를 말하므로 번뇌와 망상이 없는 자리다. 성(性)은 곧 마음을 뜻한다. 본향(本鄕)은 본디 고향이다. 청정한 마음이 원래 마음의 본질임을 의미한다. 선종에서는 본래면목(本來面目), 본지풍광(本地風光), 본분전지(本分田地), 본분사(本分事) 등으로 표현한다. 

묘체(妙體)는 묘(妙)한 체성(體性), 마음의 본바탕을 말한다. 마음의 본바탕은 본래 맑고 고요하기에 본래담연(本來湛然), 번뇌가 가라앉은 상태의 마음이므로 본래담적(本來湛寂)이라고도 한다. 이 자리는 어떤 분별도 일어나지 아니하므로 마음의 근원적인 본체가 되는 것이다. ‘금강경’에는 ‘불취어상 여여부동(不取於相 如如不動)’이라는 표현이 있다. 어떤 대상에도 그 마음이 흔들리지 말고 여여(如如)한 경계를 뜻한다. 본체인 마음은 일정하게 머무는 곳이 없다. 만약 고정되어 있다면 마음은 그만 물질이 된다. 일정하게 매여있는 것이 아니라 인연 따라 존재하므로 이 미묘한 본체는 보기 어렵다 하여 묘체난도(妙體難睹)라고도 표현한다.

산하대지는 불교식으로 말하면 시방삼세가 된다. 모든 현상을 포괄한 세계를 말함이기에 일월성신(日月星辰)도 아우른다. 진광(眞光)은 참다운 ‘빛’을 말하므로 정심(淨心)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면 부처가 아님이 없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지에 다다르면 이 몸이 곧 부처임을 알게 되기에 진리의 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음도 알게 되는 것이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612호 / 2021년 12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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