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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부터, 나를 향해

기자명 최종환

영등포구에는 어디서든 볼 수 없는 특별한 축제가 있다. 서울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이 주관하는 영화제이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의 인권이 모이는 축제이기도 하다. 이름하여 ‘나나, 인권페스티벌’이다.

‘나나, 인권페스티벌’은 영등포 지역 내 인권플랫폼 연대단체와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며 장애·종교·국적·성별·나이 등 모든 인간의 자유와 권리의 소중함을 존중하며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축제다. 올해 4회째를 맞이했는데 지역을 넘어 인권을 대표하는 행사로 발돋움 중이다.

행사 명인 ‘나나’는 ‘다르거나 같거나’의 끝말을 가져온 것으로 사실 부처님의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자타불이(自他不二)사상의 발현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과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곧 세상은 나와 남이 다르지 않으며 우리는 언제나 타인이 될 수 있음을 일러준다. 

장애인구의 90%이상이 후천적 원인으로 생겨나듯,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인연과 찰나에 따라 어느것도 멈춰 있지 않고 변화하기 마련이다. 

‘나나 인권페스티벌’은 장애를 넘어 이주민, 여성, 아동, 노동자 등 서로 다른 것 같지만 같은 본질을 품은 변화하는 동시대 사람들의 인권 이야기다. 제4회를 맞이하는 올해는 ‘나로부터, 나를 향해’ 라는 슬로건으로 귀결되었다. 참다운 인권은 나로부터 시작되고, 나를 향한 선택에 의한 보통의 삶이어야 하며 삶과 행복은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거대한 사회가 강요한 무언의 차별에 순응하는 것이 아닌, 알을 박차고 나와 세상과 어우러진 보통의 삶을 향한다.

부처님이 강조하신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은 부처님의 위대함과 더불어 누구든 그러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인권선언인 것이다. 이렇듯 인권이란 세상 가장 존귀한 존재인 ‘나’로 시작하여 세상을 바로 세우고 모두의 권리를 지켜가는 과정이 아닐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 모두의 인권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우리 사회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과 제도가 있지만 여전히 인권을 둘러싼 차별과 갈등 속에서 누군가는 불행하고, 소외되며,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다름을 존중해야 할 일을 많이 남겨두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인권이 염려와 배려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써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나나, 인권페스티벌’은 장애로 인해, 나이와 국적, 성별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반대하며, 나로부터의 삶이 아닌, 원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게 하는 거대한 사회적 모순을 거부한다. 

올해 ‘나나, 인권페스티벌’의 영화는 거주시설에서 나와 자신의 삶을 선택한 장애인과, 수어를 사용하는 일상, 코로나시대 이주민의 삶을 조명한 영화와 다양한 인권 초청작들이 눈에 들어온다. 문화다양성을 콘텐츠로 표현한 청년들의 인권영화들도 추천 할만하다. 

영화와 퍼포먼스,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나나, 인권페스티벌!’ 함께하는 모든 분의 가슴에 ‘나로부터, 나를 향해’라는 울림이 남게 되기를 기원하며 올해 많은이들과 함께할 ‘나나, 인권페스티벌’로 세상에 작은 파문이 일기를 기대해본다.

최종환 서울시립영등포 장애인복지관 관장
chungpajjang@hanmail.net

[1613호 / 2021년 12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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