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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행자원’ 설립 절실하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12.20 11:08
  • 수정 2021.12.21 17:54
  • 호수 1614
  • 댓글 26

지문 지워질 혹독한 일들 이제 그만
‘행자는 미래의 인천 사표’에 방점
공동체 의식 고취·전문교육 담보해야

‘조계종 출가자 10년 뒤 한 해 평균 50명’ ‘조계종 행자 30% 교육과정서 포기’ 

전자는 11월 초 열린 정기 중앙종회에서 대두된 사안이고, 후자는 최근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이 ‘조계종 기초교육의 변화와 행자의 퇴사 문제 검토’ 논문을 통해 짚어낸 현실이다. 조계종의 승가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안이다.

종단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출가자 급감에 따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와 함께 대비책들을 내놓은 바 있다. 단기 출가학교·템플스테이 활성화가 대표적이다. 산사의 일상과 기본수행을 체험하며 출가를 선택할 경우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상응·융통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인생의 대전환을 촉발하는 출가라는 새로운 원력을 세워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미 오래 전에 최저·최고의 출가 연령도 대폭 확대했다. 출가유입을 향한 종단의 절실함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조계종의 출가 홍보문구 ‘출가, 자유와 자비의 길’은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입산의 엄중함과 혜택, 보람 그리고 책임 등의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기에 보리심을 낸 불자들을 감동시킬 만하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하나 짚어야 할 게 있다. 잠시 시침을 거꾸로 돌려보자. 

한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찌감치 절에 맡겨진 동자승이 유독 많았던 때가 있었고, 인생무상 속 자아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가 일주문에 닿은 스님들이 있었다. 1980·1990년대를 거치며 휘몰아친 민주화운동 당시 불거진 시대적 아픔을 묻거나 뒤로하고 싶어 산사를 향해 길을 걸었던 스님들도 있었다. 당시 출가자들에게 절은 삶의 마지막 의지처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입산한 스님들은 힘겨운 행자·사미(니)기간을 꾹꾹 참아냈다. 절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시봉·운력에 하루의 온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할 만큼의 행자기간은 유독 혹독했다. 암자에 있던 스님은 밭 갈고 지게질하다 하루를 보냈고, 큰 절에 머문 스님은 삽과 괭이를 드는 것은 물론 엄청나게 쌓여있는 설거지를 해야 했다. 쌀 한 톨만 흘려도 불호령 떨어졌던 그 시절 무릎 꿇고 ‘초발심자경문’을 배우기도 했다. 지문마저도 지워질 만큼의 엄청난 일들을 묵묵히 해나간 건 자신이 머문 그 곳이 ‘내 삶의 전부’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육방법이 지금도 유효할까? 아니라고 본다. 

오래 전의 교육원 자료지만 출가연령을 18세에서 15세로 낮춘 2001년∼2011년의 출가자 현황을 보면 고등학교 졸업 50%, 전문대 졸업 10%, 대학 졸업 30%, 대학원 졸업 3%를 차지했다. 고학력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초발심자경문’ 정도는 핸드폰 하나면 한자들을 찾아가며 완벽에 가깝게 번역·이해할 수 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웬만한 교리와 경전 강의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러한 학력 추세에 따라 행자·사미(니) 교육도 탄력 있게 변화를 꾀했는가 하면 아니다. 그 결과는 10년이 지난 지금 나타나고 있다. 자현 스님이 짚었듯 행자교육 과정에서만도 적게는 6%, 많게는 30%의 행자기간 중에 이탈하고 있다. 2016년 조계종 불학연구소의 ‘50기 수계교육 수료자 설문조사’에서도 수계교육을 마친 수료자 81명 중 67명인 84%가 출가 포기를 고민했다. 행자와 사미(니)를 관리하는 시스템에 큰 결함이 있음을 반증하는 수치다. 따라서 이 결과의 책임은 행자가 아닌 종단에 있다. “허드렛일 하는 노동력 제공자 취급”에 강한 불만이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님에도 행자처우 개선은 거의 없었다. 이제 막 절에 든 행자들에게 사사로운 일까지 맡기며 “절 안의 모든 일이 불사(佛事)”라 체득하라는 건 ‘가르침’을 넘어 ‘압박·압력’이자 무언의 ‘폭력’으로도 작용될 수 있다.

출가자 수 증대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분명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그렇다면 산문에 든 단 한명의 행자라도 인천의 사표로 거듭나게 하는 교육과정이 더 중요하다. 자현 스님이 제안한 ‘행자원 설립’은 작금의 정황에 비춰볼 때 절실하다고 본다. 보다 전문적이고도 균등한 행자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독립 행자원 설립이 단일계단의 취지에 맞고 종단에 대한 공동체 의식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자현 스님의 고언을 종단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조계종의 승단미래와 직결된 사안 아닌가. 

[1614호 / 2021년 12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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