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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에 배워야할 것

기자명 안직수
  • 법보시론
  • 입력 2021.12.29 19:36
  • 수정 2021.12.29 19:39
  • 호수 1615
  • 댓글 0

사람의 한 해 기운이 바뀐다는 동지가 지나고, 임인년이 다가오는 거리를 걷는다. 연말연시임에도 상점마다 불이 꺼지고 인적이 끊어져 삭막함마저 느껴진다. 마치 커다란 태풍이 불어닥치기 전 ‘고요’의 느낌을 그 안에서 받는다. 2022년 대한민국이 만들어낼 변화의 역동성을 위해 잠시 숨고르기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올해 3월 나라 일꾼을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를 시작으로 6월 지방 일꾼을 뽑는 일정이 빠듯하게 짜여 있다. 세계는 코로나19로 변화된 질서를 받아들이며 새롭게 역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년층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의 극심한 가난을 겪고 살았다. 출생 후 소년기의 성장과정에서 화두는 ‘가난의 극복’이었다. 현 사회의 주도세력으로 성장한 그 자녀들은 IMF라는 큰 변화의 질서를 겪어야 했다. 하루아침에 건실했던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 대신 무한한 경쟁의 사회를 받아들여야 했다. 사회인으로 성장한 그 세대의 자녀들은 ‘코로나’로 인해 만남을 통한 인간관계 대신 비대면이 일상화된 고립된 사회질서를 강요받고 있다. 회식자리에 참석하느냐 대중교통이 끊어진 일화는 그들에겐 ‘과거 직장인의 무용담’ 정도로 돼버렸다.

코로나 종식 이후, 우리 사회의 문화와 젊은 세대의 사고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종교는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더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각종 향우회, 종친회, 동창회 등은 지역사회의 결속력을 다지는 모임으로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까. AI 기술은 독립된 삶을 원하는 세대들에 맞춰 더욱 급성장하며 세대 간 문화적 갈등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2022년에 체감하게 될 질문들이다.

사회·문화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는 2022년을 맞아 백수의 왕이라 불리는 호랑이의 상징성은 어떻게 살면 될 것인지를 보여준다. 12지 가운데 3번째 동물인 호랑이는 백수의 왕이라는 용맹함과 불법을 수호하는 영물, 그리고 지혜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한편으로 보은과 어짊, 바보스러운 이미지도 지닌 동물이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호랑이는 묵묵히 참고 인내하는 곰과 달리 자신의 결정을 후회 없이 되돌리고 과감히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결단력을 보여준다. 목에 걸린 비녀를 빼준 나무꾼에게 은혜를 갚기도 하고, 아버지의 약을 구하러 100리 길을 떠나는 효자를 등에 업고 태워주는 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민간신앙에서는 산신령을 태우고 다니는 영물이 호랑이고, 불교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타고 다니는 동물이 호랑이다.

호랑이의 결단력과 보은, 다른 사람을 돌아보는 행동과 바른 진리를 구하려는 마음을 지닌다면 급격한 변화의 물결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2022년이 ‘급격한 변화의 해’가 될 것이라는 건 세살 동자부터 백살 노인까지 안다. 특히 현재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 변화는 개인이 거스를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쇄국정책을 쓴다고 다가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갈등은 커지고, 코로나 과정에서 변화된 집단문화는 젊은 세대와 앞 세대 간 갈등을 더욱 촉발할 것이다. 과학문물에서 소외된 계층의 사회적 고립도 가속화될 것이다. 

그럴 때면 천년고찰을 한번 찾아보길 권한다. 수백년 간 같은 모양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히려 고풍스러운 전각, 편리한 양복 대신 한복을 고수하고 있는 스님들의 자유로운 정신, 사찰 주변 수십년, 수백년을 지키고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혼란의 시대에 나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 지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내 안에 중심이 서 있으면 변화의 바람에도 꼿꼿이 내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그 안에서 찾아내고, 호랑이가 전하는 ‘보은’과 ‘희생’의 마음을 담아 내려오면 금상첨화다. 임인년 모든 분들이 나날이 행복하시길.

안직수 복지법인 i길벗 상임이사 jsahn21@hanmail.net

[1615호 / 2022년 1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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