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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우리 내면 알아차리는 뛰어난 명상법”

  • 수행
  • 입력 2022.01.07 16:56
  • 수정 2022.01.10 17:17
  • 호수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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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명상 지도 김성수작가

2000년 명상 접한 후 작품활동 하며 명상학 박사까지 취득
명상·글쓰기 공통점은 ‘집중’…글 타인과 공유 않는 게 핵심
“본격적인 명상 어렵다면 글쓰기명상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글쓰기명상 지도 김성수 작가. 불광미디어 사진제공.
글쓰기명상 지도 김성수 작가. 불광미디어 사진제공.

1993년 단편소설 ‘욕실’로 ‘현대문학’ 소설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당한 김성수 작가는 ‘너의 날개가 수상하다’ ‘집념이 보배다’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한편으로 서울불교대학원대학에서 명상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명상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등 명상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런 그가 글쓰기와 명상에서 ‘집중’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내 새로운 명상법을 창안했다. 바로 ‘글쓰기명상(김영사)’이다. 이 명상법은 ‘자신이 쓴 글은 타인과 공유하지 않는다’를 핵심원칙으로 내면을 종이 위에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알아차림을 연습하는 것이 특징이다. 글쓰기명상은 ‘문자’라는 보편적 도구를 이용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있다는 장점으로 큰 관심을 받으며 점차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글쓰기명상이 “초보수행자들을 위한 수행법”이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떤 계기로 명상을 접해 ‘글쓰기명상’ 책을 펴내게 됐나.

“명상을 처음 접한 건 2000년이다. 당시 과천시의회 시의장을 맡았는데 여러 복잡한 일들로 마음이 어지러운 시기였다. 그러던 중 문득 책에서 읽은 명상이 떠올랐다. 마침 지인이 서울 방배동에 ‘명상아카데미’라는 이름의 명상공부터에 가보라고 추천했다. 그곳에서 혜봉 법사를 만나 명상을 접했다. 그 인연으로 서울불교대학원대에서 명상학 박사를 취득하니 글쓰기와 명상을 결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소설가로서의 모습과 명상가로서의 모습이 합쳐진 결과다.”

▲글쓰기와 명상은 서로 다른 영역일 수 있는데 어떤 공통점에 착안해 글쓰기명상을 창안하게 됐나.

“공통점으로 주목한 것은 ‘집중’이다. 명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욕망 같은 요소들이 마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는 방법부터 배운다.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집중하는 방법을 배우는 셈이다. 글쓰기도 이와 같다. 단어를 선택할 때, 이를 위해 생각할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이 점에 착안해 글쓰기와 명상을 결합했다.”

▲글쓰기 명상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일반적인 명상은 일어나는 생각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글쓰기명상은 바라봄에 문자로 드러내는 작업을 하나 더 추가한다. 수행자라도 항상 수행이 잘 될 수는 없다. 집중이 안 될 때가 있고 간혹 수행을 위해 눈을 감았다 뜨면 잊어버리기도 한다. 또 머릿속에서 생각이 뒤죽박죽으로 엉켜 수행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때 글로 풀어내면 자연스럽게 엉킨 생각도 풀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볼 수도 있다. 요컨대 정리와 기록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글쓰기명상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핵심 원칙은 ‘내가 쓴 글을 누구와도 나누지 않는 것’이다. 내면에 있던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면 위축되고 드러내기 어려워진다. 자신도 모르게 어느샌가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든다. 글쓰기명상은 타인의 평가를 받기 위함이 아닌 자신만을 위한 글쓰기가 기본이다. 타인과의 소통을 자신과의 소통으로 변환하는 작업이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글쓰기명상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해방감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다. 핵심 원칙 때문인 것 같다.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만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고 파기시키기에 남들을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훨씬 더 깊은 곳에 숨어있던 내면을 드러낸다. 몇몇 참가자는 자조감이나 자괴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말하면서도 재밌다고 했다. 타인을 의식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느끼고 그것이 해방감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해방감이 주는 즐거움은 의외로 크다.”

▲글쓰기명상이 꼭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억압을 많이 받을수록 감정이나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산처럼 된다. 이것이 한꺼번에 분출되면 심각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글쓰기명상으로 갇혀있던 감정과 생각을 분출하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감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기록을 보고 감정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알아차림, 선수행 등 불교명상이 세계적인 관심대상으로 떠올랐다. 불교명상이 그 같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그것을 가졌을 때의 행복을 만끽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자기행복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특히 선진국 중심으로 이런 경향이 도드라진다. 이는 자연스럽게 대안이 무엇인지 찾는 결과로 이어졌고 결국 나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알아챘다. 이 시점에서 서구사회는 불교의 수행법을 만났다. 불교의 전통수행법이 가지고 있는 마음치유적 기제, 부처님이 말씀하신 진정한 행복, 이와 같은 요소들이 다양한 경로로 전파되며 정신적 행복을 향한 길에 서 있는 그들의 목마름을 채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글쓰기명상 이외에 개인적으로 다른 명상을 해 본 적이 있나.

“햇수로 23년째 위빠사나를 수행해왔다. 위빠사나를 하면서 스스로가 변화된 점을 체감한다. 예전에는 갈대처럼 잘 흔들렸다. 가만히 앉아있다가도 문득 싫은 기억이 떠오르면 흥분하고, 망상을 굴려 키우곤 했다. 그러나 꾸준히 수행정진하다 보니 망상과 번뇌도 줄어들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힘도 커졌다.”

▲명상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왜 주저하는지 이유를 찾아야 한다. 번호를 매겨 나열하듯이 적어보면 원인이 드러난다. 그리고 막상 그 이유를 마주했을 때,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 것이다. 만약 좌선과 같은 참선명상이 어렵다면 이 글쓰기명상으로 시작해도 좋다. 글쓰기명상은 본격적인 명상을 실천하기 전 시작해보는, 명상과 친해지기 위한 안내자와 같다. 이렇게 명상의 길이 열리면 집착도 옅어지고 더 부드럽게 흘러가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16호 / 2022년 1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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