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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와 ‘돈 룩 업'

기자명 성진 스님

2022년, 호랑이가 주인공인 임인년(壬寅年)이 시작되었다. 그것도 평범한 호랑이가 아닌 검은 호랑이 흑호(黑虎)의 해라고 한다. 일명 Black Tiger이다. 이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기도 전에 필자는 백호(白虎)에 대한 이야기와 모습은 본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흑호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얼마 전 세 분 스님들과의 차담에서도 다들 흑호는 실재하는 존재가 아닌 전설이나 이야기 속의 동물이라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다음날, 전날 차담에 함께 했던 스님 한 분이 내게 어느 주요 일간지 기사 속 사진 한 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인도 동부 벵골만에 접한 오리사주의 심리팔 국립공원에서 찍힌 검은 호랑이 사진이었다. 그 스님은 흑호에 대한 기사와 사진을 본 기억이 있었지만 다른 스님들 모두가 없다고 하는 말에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었고 검은 호랑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것에 동의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사진 속 검은 호랑이의 생물학적 정의 여부를 떠나서 이처럼 여러 명이 같은 말을 하면 진실도 거짓이 되고, 거짓도 진실로 믿게 되는 것을 표현한 사자성어가 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로 ‘한비자’ 의 ‘내저설’편에 나오는데 세 사람이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는 말이다. 또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3의 법칙’에서도 한 명이 하늘을 올려다보면 주변 사람들 중 42%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지만, 세 명이 하늘을 올려다보면 60% 이상이 동조한다고 한다. 최근 한 OTT(Over The Top)서비스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돈 룩 업(Don’t look up)’이라는 영화가 있다. 줄거리는 어느 천문과학자 두 명이 지구를 파괴할 크기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정부와 전 세계에 알리고 대책이 수립되기를 희망하지만 아무도 불편한 진실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언론이나 정부 모두 인류를 구할 대책보다 각자의 이익과 관심에 따라 이용하기만 한다. 팩트(사실)는 사라지고 가짜뉴스만이 판을 치게 되자 주인공들은 “Look up!” 제발 하늘을 좀 올려다보라고 소리치지만 언론과 정부에 세뇌된 인류는 “Don’t look up!” 진실을 외면하려고만 한다.

이 영화가 지금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겪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흡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이 각종 언론과 유튜브 그리고 사회관계통신망(SNS)를 통해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정보 중에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를 판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거짓임에도 세 개의 언론만 똑같이 이야기하면, 어느 하나의 언론이 객관적 통계나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사실을 밝혀도 거짓으로 치부되어진다. 긴급공지라는 제목으로 가까운 지인에게 톡으로 전해져 오는 (일명 톡전) 소식을 판단 없이 어느덧 사실처럼 자신의 다른 지인에게 전달한다. 더구나 세 사람이 아니라 수십만이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면 거짓도 사실로 둔갑해 중세의 마녀 사냥처럼 한순간에 억울한 사람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블랙코미디물 임에도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사실적 기록물(documentary)처럼 다가오기까지 하는 것이다. 

‘능엄경’에 ‘어떤 사람이 손으로 달을 가리켜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면, 그 사람은 손가락을 따라 달을 봐야 하는데, 여기서 손가락을 보고 달 자체로 여기다면, 그 사람은 달만 잃었겠느냐 손가락도 잃었느니라. 왜냐하면 가리킨 손가락을 밝은 달로 여겼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것은 깨어있지 못해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알지 못함’(無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짓을 진실로 만드는 과오를 범하게 됨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디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壬寅)년에는 호랑이처럼 두 눈 부라리고 깨어있어 거짓일랑 한 치도 없는 ‘있는 것은 있다, 없는 것은 없다’라는 명료한 팩트의 의 달빛을 타인의 손가락이 아니라 직접 자신의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기를 발원한다.

성진 스님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미래세대위원 sjkr07@gmail.com

[1616호 / 2022년 1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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