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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뇌로 망상하는 불행한 뇌

인간 뇌, 깨어있는 시간의 30% ‘딴생각’으로 배회

딴생각, 의지와 관계없는 ‘기본모드 신경망’ 작동 때문
망상으로 지금·여기에 있지 못하는 마음이 ‘불행’ 원인
망상을 알아차리고 제어할 수 있는 역량이 바로 ‘싸띠’

기본모드 신경망의 활성을 보여주는 fMRI 사진.
기본모드 신경망의 활성을 보여주는 fMRI 사진.

‘마음을 지금·여기(Here & Now)에 머물게 하라’. 마음의 속성과 작용방식을 간파한 위대한 뇌과학자였고, 번뇌로 물든 마음을 열반의 마음으로 바꾸는 ‘마음공학자’이었기도 한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이다. 마음을 지금·여기에 두는 것이 그 어떤 마음 상태보다 더 행복하다는 진리이다. 이는 하버드대학 연구자들에 의하여 증명되었다. 

마음을 현재에 머물게 하는 것은 사실 지극히 어렵다. 무엇을 하든 사람들의 마음은 수시로 배회한다. 어느 한 순간을 보았을 때 많게는 65%의 사람들은 딴생각을 하며, 일상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깨어있는 시간의 적어도 30%는 배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현재 무슨 일을 하던 ‘하고 있는 일’에 마음이 집중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과 관계없는 ‘딴생각’에 빠져있다. ‘딴생각을 하는 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된다. 마음은 원래 흘러 다니는 것, 즉 배회하는 것이 기본작동방식(default mode)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배회하는 동안 우리는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였다. 또한 불행하기 때문에 마음이 배회하는 것이 아니라, 배회하는 마음 자체가 불행한 마음의 원인이다. 왜 그럴까? 하나의 큰 이유는 마음이 방황할 때 우리는 종종 유쾌하지 않은 일들, 즉 걱정, 근심, 후회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불행복(不幸福)과 필연적 관계가 있다. 부정적 생각뿐 아니라 딴생각으로 심지어 유쾌한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에도, 마음이 현재 지금·여기에 있을 때보다 여전히 덜 행복하다. 

부처님은 마음의 이러한 속성을 알고 다음과 같이 가르치셨다. “(우리의 마음) 일체는 불타오르고 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마음은 불타오르듯 배회한다는 것이다. “일체는 짓눌려 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짓눌려 있다.” ‘짓눌려 있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은 탐욕[탐]·성냄[진]·어리석음[치]에 정복당해 있고, 그런 것들로 꽉 차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우리의 마음은 탐·진·치로 망상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부처님은 망상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알려주셨다. “그대들에게 일체의 사량(思量·생각)을 뿌리 뽑는데 어울리는 도닦음을 설하리라. 그는 일체를 사량하지 않고, 일체에서 사량하지 않고 일체로부터 사량하지 않고 ‘일체는 나의 것이다’라고 사량하지 않는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불타오르는 사량을 단 하나도 일으키지 말라는 뜻이다. 불행한 마음을 만드는 망상을 일체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왜 인간은 그렇게 많은 ‘딴생각’을 할까? 뇌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본모드 신
경망(default mode network, DMN)이라고 하는 ‘딴생각, 즉 배회하는 마음’을 만드는 장치가 우리의 뇌에 있다(사진). 사람의 대뇌에는 160억개 정도의 뇌신경 세포가 있고, 하나의 신경세포는 평균 5000개의 다른 신경세포와 무려 11차원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복잡성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뇌를 소우주라고 한다. 그 복잡하게 얽힌 신경망에서 생각, 추리, 판단, 이성, 야성, 사랑, 미움, 운동 등등의 현상이 나온다. 각각의 뇌기능 현상에 해당하는 신경망이 있고, 이 신경망들은 다시 서로 얽혀진다. 그런 신경망 가운데 거대한 하나의 신경망이 기본모드 신경망이다.

나른한 봄날 흔들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나비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이 보인다. 마음은 즉시 나비한테로 간다. 나비가 저만치 사라지고, 더 이상 특별한 시선이 가는 대상도, 들리는 소리도 없다. 이때 마음은 즉시 기본작동모드로 들어간다. 어제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나고, 그 말에 ‘꺼둘려’ 다른 생각이 이어져 나온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작동하는 기본모드 신경망의 기능이다. 기본모드 신경망은 최근에 와서야 발견되었다. 뇌는 사람 몸무게의 2%정도로 작지만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과학자들이 뇌가 ‘휴식 중(at rest, 나비를 보는 것과 같은 외부자극에 대응하지 않을 때)’일 때에도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PFC)을 포함한 광범위한 뇌부위에서 놀라운 수준의 뇌 활동이 있음을 알아내었다(사진). 깨어있는 한 ‘휴식 중’에도 실제로는 뇌가 활발히 일하고 있다. 외부자극에 반응하지 않을 때 뇌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기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하는 자아(narrative ego)’다. 나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공상, 망상, 심지어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생각한다. 특별한 목적도 없이 그냥 생각한다. 저절로 그렇게 되게 하는 기본모드 신경망이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바로 지금·여기 현재에 충실하라고 강조한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말고 미래를 바라지도 말라. 과거는 이미 버려졌고 또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일어나는 상태를 그때그때 잘 관찰하라.” 또한 현재의 삶을 독화살에 맞은 상태에 비유하며, 독화살을 쏜 사람, 이유 등을 알기보다, 독을 해독하는 것이 당면과제의 본질이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망상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삶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뇌가 탐욕·성냄·어리석음으로 가득 찬 생각[思量]으로 과부하가 걸려 있는 것은 그렇게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탐욕과 성냄은 원초적 충동인데, 이는 과거 원시시대를 거치는 동안 생존을 위해 유용하게 쓰인 적응 도구였다.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는 굶어 죽었거나 포식자들로부터 살아남지 못하였을 것이다. 공상·망상은 한편으로는 창의적인 뇌를 만들어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인간들은 더 이상 비우호적인 야생에서 살지 않는다. 한때 우리를 포식자들로부터 살아남게 하였고, 새로운 기술의 창조에 기여하였던 기본모드 신경망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불행한 마음을 만드는 장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사람 뇌의 전전두엽에는 떠오르는 망상을 알아차리고 제어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부처님은 이 역량을 싸띠[sati·念]라고 하였다.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 moonis@dongguk.ac.kr

[1617호 / 2022년 1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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