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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은 타력신앙과 자력수행 잘 조화된 신행법”

  • 수행
  • 입력 2022.01.21 13:02
  • 수정 2022.01.21 15:06
  • 호수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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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환 동국대 외래교수 ‘절 신행의 타력신앙…’ 논문서 주장
“불보살 믿고 받듦과 하심성찰 수행 아우르는 불교 신행”

“불교 신행은 불법승 삼보에 대한 ‘믿음’과 탐진치 삼독으로 오염된 몸과 마음을 닦는다는 ‘수행’을 묶는 말로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실천방식이다. 그 가운데 절은 오체투지라고도 하며 몸과 마음을 낮추어 불보살을 믿고 받든다는 신앙과 스스로 비춰보는 하심성찰의 수행을 아우르는 불교 신행이다.”

명계환 동국대 외래교수가 ‘한국교수불자연합학회지’(Vol.27 No.2, 사단법인 한국교수불자연합회 발간)에 게재한 ‘절 신행의 타력신앙과 자력수행 연구’ 제하의 논문에서 자력수행은 연기에 원리에 따라 타력신앙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역설했다.

논문에 따르면 불교의 타력신앙은 불보살의 본원력에 의지해 깨달음을 성취하려는 불교신앙의 형태이며 본원력에 대한 믿음에서 생기는 공능(功能) 가운데 하나가 ‘가피’다. 가피는 중생에게 가해지는 불보살의 위신력으로 절 신행에서 보면 절하는 사람과 절받는 대상인 불보살의 감응 속에서 이루어지는 결과다. 불자들은 불보살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가피를 수용한다. 곧 가피로 나타나는 타력신앙은 절대적인 믿음을 전제로 해야 가능하다.

명 교수는 성도재일을 예시로 들었다. 지방 사찰에서 대웅전 석가모니불을 향해 삼천배 정진을 마친 후 서울로 귀가하던 불자들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차량 충돌사고를 겪었다. 부상자들은 “가피로 업장을 소멸했다” “가피로 부상이 가벼웠다” 등의 반응을 보였고 부상이 없었던 불자는 “부처님의 가피로 부상을 면했다”고 했다. 해석은 저마다 달랐으나 가피를 입었다고 했다. 이를 통해 명 교수는 신앙적 믿음이 있는 자에게만 가피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2008년 9월4일 불교, 기독교, 원불교, 가톨릭 등 4대 종단 성직자를 중심으로 무종교인을 비롯한 다양한 종교의 불특정 다수가 동참한 ‘생명 평화 오체투지 순례단’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동참자 200여명의 주요 소감은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게 됐다”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생겼다” 등으로 가피와 관련 없는 ‘사람’ ‘생명’ ‘평화’와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명 교수가 제시한 예시들은 믿음 유무에 따른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 그는 “가피로 나타난 타력신앙이 불자를 자력수행으로 이끈다”고 주장했다. 믿음은 모든 종교의 근간으로 불교에서는 여래의 발바닥으로 비유한다. 깨달음을 향한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화엄경’의 ‘현수품’도 “믿음은 온갖 마의 길에서 벗어나서 가장 높은 해탈의 길을 나타내 보이느니라”고 설한다. 불자들은 가피로 나타난 타력신앙을 계기로 신행에 매진하고 불보살에 대한 일념으로 주관적인 견해나 집착을 떠나 해탈로 나아간다.

그에 따르면 절은 여러 이점이 있다. 첫 번째는 아집타파다. 두 무릎, 두 팔꿈치, 이마를 땅에 조아리고 손으로 상대의 발을 들어 올리듯 하는 오체투지 형식의 절은 상대에 대한 최상의 공경심을 나타냄과 동시에 자신을 최하로 낮추는 행위다. 부처님께 절을 올릴 때 하심성찰이 이뤄져 아집이 타파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불이(不二)와 연기(緣起)를 알게 된다. 아집이 타파되면 세상이 무수한 원인과 조건의 상호 관계 속에서 성립할 뿐 독립적인 것이 없다는 것을 터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승불교에 등장하는 ‘관세음’ ‘미륵’ ‘지장’ 등 보살은 연기를 토대로 자비를 실천하기에 불보살들에 대한 믿음으로 절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진리를 자연스레 훈습하도록 한다.

명계환 외래교수는 “부처님은 나는 남에 의해, 부처는 중생에 의해, 남성은 여성에 의해 존재한다는 연기적 원리가 세상의 보편적 진리라고 가르치셨다”며 “타력신앙과 자력수행도 깊은 상호의존 관계로 결국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계환 동국대 교수는 “절은 타력신앙과 자력수행이 조화로운 신행법”이라고 강조했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명계환 동국대 외래교수는 “절은 타력신앙과 자력수행이 조화로운 신행법”이라고 강조했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18호 / 2022년 1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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