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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의 가르침

1월22일, 틱낫한 스님이 향년 95세로 열반에 들었다. 생불이자 활불로 널리 알려진 스님의 육신이 허공으로 환원되는 무여열반의 길로 들어가셨다. 한국에도 다녀가셨으며 많은 저술들이 출판되었다. 무엇 때문에 이 분을 우리가 그토록 존경할까. 세계의 변방이자 화약고였던 베트남 출신인 스님이 아노미 상태의 지구인들 마음속에 어떻게 자리 잡았을까.

무엇보다도 불교를 친근하게 대중화한 것이 가장 큰 공덕이다. 여러 책을 접하면서 스님은 문명의 한계에 처한 인간 사회의 모순과 갈등, 고통의 핵심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이 예리한 관찰력은 지옥과도 같은 베트남전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모든 불교는 삶에 참여한다”는 참여불교의 정신을 세운 것도 이처럼 뼈저린 고난에서 배양된 것이다. 실제로 스님은 사회문제에 개입하기 위한 사회봉사청년학교와 현대적인 승가교육을 위한 불교대학을 설립했다. 접현종(接現宗)이라는 종단은 불교의 사회참여를 위한 것이었다. 나아가 베트남전쟁의 종식을 위해 미국의 워싱턴에서 평화제안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 때문에 결국 프랑스에 망명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근현대에 발생한 모든 불교는 참여불교라고 본다. 불법승 삼보의 사회화를 위한 다양한 해석과 실천이 새로운 근현대 불교를 낳았으며, 스님의 활동 또한 이러한 범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과 자본으로 무장한 근대문명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를 창출하고,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의 마음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불교가 전면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어쩌면 지구의 미래는 2500년 동안 쌓아온 불교의 지혜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명의 해독에 정면으로 노출된 스님은 불교야말로 지구와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음을 확신했다.

스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interbeing’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 또는 상호’와 ‘존재’의 합성어다. 무아와 연기에 기반한 상호의존관계를 의미한다. ‘being’은 살아가고 있다는 상태를 말한다는 점에서 매우 탁월한 용어 선택이다. 스님이 1982년 플럼빌리지를 설립한 것은 우리 마음의 변화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러한 관계성에 입각한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스님의 지도로 상처를 치유 받고 삶을 회복했다. 함께 걸음으로써 지구 전체가 움직이는 체험을 하고, 각자가 삶의 주인공이자 우주의 중심임을 확인했다. 그렇게 자각한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는 사회적 연기를 통해 존재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스님의 수행론은 전념, 씨앗, 전환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념은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육체로부터 시작해 정신의 움직임을 의식하는 것이다. 씨앗은 전념의 대상으로 마음 밭에 심어져 있는 종자를 말한다. 이 씨앗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그리고 중립적인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업의 종자다. 예를 들어 화가 났을 때, 명상에서 얻은 자각의 에너지로 화를 감싸게 되면 화의 꽃봉오리가 터지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5계 또한 다섯 가지 전념 훈련으로 바꾸었다. 불살생은 고통을 통찰하여 동식물, 광물을 파괴하지 않는 자비심을 기르는 것, 불투도는 사회적인 착취와 불의에 눈감지 않으며, 재물을 나누어주는 것, 불사음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갖지 않으며, 가족과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것, 불망어는 남의 말을 경청하고 분열과 불화의 언어 사용을 않으며 갈등 해소에 노력하는 것, 불음주는 정신의 혼란을 가져오는 소비에 주의하며 나쁜 콘텐츠를 접하지 않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수행하기 쉽도록 눈높이에 맞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불교의 할 일이 태산 같은 이때, 스님의 빈자리를 우리 불자들이 메꿔야 하리라. 위기의 지구를 불토낙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스님의 가르침을 등에 업고 길거리로 나가야 한다.

원영상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wonyosa@naver.com

[1619호 / 2022년 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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