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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싸띠, 붓다의 위대한 발견

싸띠, 삼독심 해독제이자 행복으로 가는 도구

유산소운동이 체력 강화시키듯 싸띠는 마음근육의 면역계
부처님은 싸띠힘 키우는 구체적 방법으로 호흡수행법 제시
싸띠 수행, ‘명품’ 인지조절신경망 만들고 ‘이고득락’이끌어

싸띠는 나의 행동과 마음을 알아차리고 ‘지금, 여기’를 기억하는 것이다.
싸띠는 나의 행동과 마음을 알아차리고 ‘지금, 여기’를 기억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은 현재 행하고 있는 일과 관계없는 ‘딴생각’에 쉽게 빠져든다. 특정한 목적이 있어 의도적으로 ‘딴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된다. 마음은 배회하는 것이 기본작동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본모드 신경망(default mode network)이 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모드 신경망은 사람으로 진화하면서, 그리고 태어나 살아오면서 탐욕[탐, 貪]과 성냄[진, 瞋]과 어리석음[치, 癡]의 3독(三毒)으로 우리의 뇌에 칭칭 동여져 있는 신경망이다. 그런 신경망이 뇌를 지배하고 있으며 우리는 거기에 불을 지피고 산다. 필경 이것은 ‘즐겁지 못한’ 괴로운 마음[苦, suffering]을 만든다.

고따마 싯다르타는 오늘날 인도 부다가야(Bodh Gaya)의 보리수 아래에서 최상의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 阿耨多羅三藐三菩提,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성취하고 ‘깨달은 자, 붓다[Buddha, 부처, 佛陀, 覺者]’가 되었다. 흔히 ‘깨달음’이라고 하는 ‘붓다(buddha)’라는 말은 발견자 또는 발명자란 의미다. 깨달음의 내용을 여러 가지로 설명하지만 그 가운데 분명한 것은 싸띠(sati, 念)를 발견하고 싸띠 수행법을 발명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탐진치 3독심(三毒心)의 해독제이고 마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와 행복으로 가는 도구이다.

싸띠(sati)는 인도의 고대 언어인 빨리어(Pali)이다. 흔히 ‘알아차림, 마음지킴, 마음새김’ 등으로 번역되는데, 어원은 ‘기억’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혹자는 ‘기억’이라고 번역한다. 알아차림 하려면 현재를 놓치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의미이다. 즉, 오랜 시간이 지난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기억함을 의미한다. 한자로는 념(念), 즉 지금[今]의 마음[心]이며, 영어로는 ‘mindfulness’로 번역하지만, 그 의미는 ‘remembered present (기억된 현재)’이다. ‘기억된 현재’라는 말은 197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에델만(Gerald M. Edelman) 박사가 의식(意識, consciousness)을 정의한 말이다. 따라서 싸띠는 지금의 마음[지금·여기]을 알아차림[의식]하는 것이다. 싸띠하면 우리의 마음은 지금·여기에 머문다. 그렇게 하면 본능적으로 불타오르는 ‘탐진치[三毒心]’에서 벗어나 자유와 행복으로 가는 마음이 된다. 싸띠는 붓다의 위대한 발견이며, 싸띠 수행은 그분의 위대한 발명이다.

싸띠 수행이 어떻게 ‘탐진치[三毒心]’에서 벗어나 자유와 행복으로 가는 마음을 만들까? 싸띠는 ‘마음근육’이다. 우리는 육체를 건강하게 하려고 유산소운동(aerobics)으로 체력과 면역계를 강화시킨다. 싸띠는 마음의 근육과 면역계이다. 삶에 찾아드는 마음의 병[苦, suffering]을 이겨내는 힘이 마음근육 즉 싸띠이다. 부처님은 ‘sati’라는 마음기능이 있음을 발견하셨고, 더 나아가 싸띠힘[sati bala, 念力]을 키울 수 있는 싸띠 수행법을 발명하셨다. 그렇게 수행하면 궁극에는 깨달음을 얻어 마음의 괴로움(苦, suffering)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하셨다. “비구들이여, 이 길은 중생들을 청정하게 하고, 근심과 탄식을 다 건너게 하고,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사라지게 하고, 옳은 방법을 얻게 하고, 열반을 실현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니, 그것은 곧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四念處]이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부처님은 열반에 이르기 위해서는 몸[身]·느낌[受]·마음[心]·법[法]을 분명히 알아차리고 마음챙기면서 머물라고 하셨다. 그리고 싸띠힘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일러주셨다. 그 하나는 호흡수행법이다. “그는 마음챙기면서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기면서 숨을 내쉰다. 길게 들이쉬면서 ‘길게 들이쉰다’고 꿰뚫어 알고, 길게 내쉬면서는 ‘길게 내쉰다’고 꿰뚫어 안다. 짧게 들이쉬면서는 ‘짧게 들이쉰다’고 꿰뚫어 알고 짧게 내쉬면서는 ‘짧게 내쉰다’고 꿰뚫어 안다.” 호흡을 사용하여 싸띠힘을 키우는 훈련법이다.

싸띠는 뇌신경과학적으로 보면 무엇일까? 싸띠는 현재를 알아차림하는 마음기능이다. 내면에서 생겨나는 마음도 있지만, 대부분의 마음은 외부대상을 인식하면서 생긴다. 외부의 인식대상[色聲香味觸]은 다섯 가지 감각기관[眼耳鼻舌身]을 통하여 뇌로 들어온다. 이처럼 뇌는 외부대상을 마음공간에 비추는 마음거울이다. 마음거울에 상(像,  image)이 맺히면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고양이를 보면 고양이임을 알고,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 피아노를 치는 것을 직접 보지 않아도 그것이 피아노 소리임을 안다. 이 알음알이 과정은 외부자극에 대한 단순한 수동적 반응이며 그것은 우리의 의지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적’인 것이다. 뇌가 정상적이라면 고양이를 보고도 ‘저것은 고양이이다’라는 인식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는 없다. 거기까지는 자동이며, 이러한 마음기능은 동물에도 있다. 그런데 싸띠는 ‘저것은 고양이다’라고 인식하는 나의 마음을 ‘다시’ 알아차림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드론을 띄워놓고 나의 행동과 마음을 관찰하는 것과 같다. 싸띠는 ‘내가 고양이를 보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지금, 여기’를 기억하는 것이다. 이 싸띠 신경망이 있어서 우리는 오감[五感]을 알아차림하고 내면적 생각[망상]도 알아차림 할 수 있다.

뇌과학이 많이 발전했지만 우리는 아직 어떻게 의식이 생성되는지 모른다. 하지만 뇌과학자들은 사람 뇌의 앞부분인 전전두엽(前前頭葉, prefrontal cortex)에 넓게 퍼져있는 거대한 뇌신경망인 인지조절신경망(cognitive control network)이 있음을 밝혀냈다. 이 신경망은 기능적으로 켜켜이 쌓인 층구조를 이룬다. 낮은 수준 층에서는 뇌로 들어온 오감을 탐지한다. 탐지한 오감을 알아차림하는 싸띠는 그 위층의 기능이다. 싸띠수행으로 싸띠힘을 키우면 마음은 실념(失念)하지 않고 지금·여기에 머문다[정념(正念)]. 인지조절신경망을 포함한 전전두엽은 사람에게서 특별히 잘 발달되어 있다. 사람을 동물과 구별되게 만드는 것은 전전두엽이다. 전전두엽이 진화되었기 때문에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놀라운 사실은 전전두엽을 우리가 원하는 데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싸띠 수행[훈련]은 명품 인지조절신경망을 만들어 우리의 마음을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와 행복으로 가게 한다.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 moonis@dongguk.ac.kr

[1619호 / 2022년 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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