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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분담 사각지대 ‘건물주'

기자명 안직수

3년 287일. 하루 5만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다고 가정할 경우 6000만 대한민국 인구 전체가 코로나에 걸릴 시간을 산술적으로 계산한 수치다. 지난 2년간 코로나가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2년 내 모든 국민이 한 번 이상 코로나가 감염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적어도 1주일, 많게는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일상이 멈춰선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이다. 경제활동이 멈춰서면 고스란히 그 타격을 스스로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가게를 운영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자영업자가 1주일간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고 치자. 수입은 1/4로 줄고, 단골이 줄고 코로나로 문을 닫았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그나마 손님은 더 줄어들게 된다.

정부가 이들에 대해 각종 지원정책을 내놓는 것은 이런 현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자영업자들이 원하는 ‘임대료 인하’는 왜 실현이 안되는 것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 재산을 정부가 제한하는 것이 위헌이라서? 아니면 정책을 만들어야 할 분들이 건물주라서?

우리나라는 ‘감염병 예방에 대한 법률’을 근거로 감염병(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나 지자체가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을 강제로 일시 폐쇄조치할 수 있다. 일시 폐쇄에 따라 발생하는 영업손실은 개인의 몫이다. 반대로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해당 식당이나 가게에서 감염병이 생긴 것도 아닌데, 같은 직종 전체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이나 일시 폐쇄를 강제한다면 억울하기도 하고, 당장 생계도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같은 전 세계적인 감염병으로 모든 활동이 제약을 받아도 상가 임대료는 어떤 법률로도 제한되지 않고 건물주는 보호를 받는다. 세입자가 임대료를 못 내도 1년간은 보증금으로 이를 상계할 수 있고, 보증금이 모두 월 임대료로 사라지고 나면 상가 원상복구를 강제하고 내보내면 끝이다. 임대수입이 줄어든 만큼 세금도 덜 내면서 다른 세입자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건물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에 임대료 인하는 절대 불가다.

최근 자영업자 지원 방안의 하나로 건물 임대료를 정부가 일정 정도 보상해 주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왜 국민의 세금으로 건물주 수입을 보장해 줘야 하는지 의문이다. 모든 국민이 감염병으로 힘들어하는 마당에 건물주에 대해서도 위기상황에 한해 상가임대료를 30%, 50% 강제로 내리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맞는 정책의 방향이 아닐까? 임대료 인하를 법률로 강제하는 것이 개인 재산권 침해라는 일부의 주장대로라면 자영업자에 대한 영업제한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임대료 멈춤법’은 ‘장사가 멈추면 임대료도 멈춰야 한다’는 취지로, 집합금지 업종의 경우 해당기간 임대인이 임대료를 청구하지 못하게 하고, 집합제한 업종의 경우 임대료를 50% 이상 청구하지 못하게 규정했다. 하지만 여야 다수 국회의원들이 사유재산 침해, 위헌,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면서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자영업자의 영업은 제한해도 재산권 침해가 아니지만, 건물주의 임대료 멈춤은 재산권 침해라는 해석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임대료 멈춤을 반대하는 국회의원의 건물 소유 현황을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영업자의 90%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서 폐업을 한다. 정부의 관련 정책도 찔끔찔끔 부분별 지원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인지하고 서민들이 버틸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부처님은 ‘숫타니파타’에서 “많은 재산과 귀금속과 먹을 것이 풍족한 사람이 자기 혼자서만 독식한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라고 하셨다. 모두의 희생을 요구하는 코로나시대에 나눔과 배분의 정책을 잘 마련하고 시행해야만 우리 사회가 파멸로 가지 않고 견뎌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안직수 복지법인 i길벗 상임이사 jsahn21@hanmail.net

[1620호 / 2022년 2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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