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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대하는 인식 바꾸려면

기자명 진원 스님

아마 20년도 넘은 경험이다. 인도 성지순례 중에 타지마할을 방문했을 때이다. 우리 생각에는 신발을 신고 다녀도 무방해 보이는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신발을 벗어 넣은 신발주머니를 들고 유적을 관람했다. 일행 가운데는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요구에 당황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입장료는 지금 생각해도 비쌌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인도 화폐로 1000루피 정도였으니까,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만7000원 정도였던 것 같다. 우리가 자주 가는 캄보디아 앙코르왓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20달러, 약 2만5000원이다. 유럽의 대성당을 방문하거나 싱가포르의 공원을 산책함에도 비용은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그 누구하나 입장료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이러한 문화유산을 잘 관리하고 보존하는 그들의 인식에 감동했으며 비용지불에 있어서 당연하고 이견이 없었다. 

지난 전국승려대회에 복지관 일정이 겹쳐 참석하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민감한 시기에 대한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SNS를 통해 올라오는 승려대회의 질서정연하고 여법한 모습에 안도감과 함께 맹목적인 애종심이 일어나기도 했다. 십수 년 이상 지속되어온 갈등이 결국에는 불교를 돈만 아는 탐관오리 정도로 취급하는 일이 생겼다. 불교계의 입장은 종교편향과 차별, 국립공원에 일방적으로 포함된 불교의 사유재산과 불교가 지켜온 자연환경, 정부가 방치해 온 문화재 관리 등 중요성이 충분했는가에 대한 요구였다. 터질 게 터진 것이다. 다만 신도들과 국민들에게 승려대회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충분하게 소통하고 설득하는 작업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SNS에서 보여지는 국민들의 정서는 문화재관람료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스님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았다. 정청래 의원은 일개 개인이 아니다. 국가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수 있는 하나의 정부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우리 불교가 탐욕심에 눈이 어두운 집단으로 한순간 매도되었고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혐오와 모욕을 받았다. 이는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였다.

승려대회 이후 SNS에서 ‘땡중’이라는 혐오와 모욕을 받으면서 리플과 공유를 되풀이해야만 했다.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양비론과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제3자적 입장을 취하고, 심지어는 혐오에 동참한 스님과 불자 등 참으로 가슴 아프고 난감했다. 문화재 이전에 성보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보를 보호하는 것은 소임자의 의무이자 수행의 일부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의 의식도 개선되어야 한다.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 잘 보존된 명승유적지를 등산하고 힐링을 위해 이용한다면 정당하게 이용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외국에서는 비용지불에 망설임이 없다가도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문화재 및 자연유산경관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데는 그동안 인식개선에 소홀하였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사찰의 사유재산을 공공성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문화 역사 등 사찰 주변 유무형의 가치가 유산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개선하는 홍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유홍준 교수는 “사찰과 문화재만이 문화유산이 아니라 그 안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 바위 전경 하나하나가 문화유산”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좋은 가치에는 비용이 들어야 한다.

그리고 문화재청과 불교계는 하루빨리 이 문제에 대해서 연구하고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홍보와 캠페인이 시급하다. 승려대회 이후로 국무총리실 안에 종교차별위원회 등 몇 가지 정부와의 약속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름뿐인 위원회가 아닌 실제적으로 입법화에 노력하고 적극적인 변화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십수년간 지속된 이번 문제가 조속히 해결 되었으면 한다.

진원 스님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suok320@daum.net

[1620호 / 2022년 2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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