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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불교 그리고 스님

기자명 성진 스님

‘인생에도 가상화폐처럼 기복이 있다.’ 이 말은 AI(인공지능) 스님인 파라 마하가 표현한 것이다. 얼마 전, 태국에서 가상 인물인 AI 스님을 개발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젊은 층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서도 소개된 그 AI이다. 사실 다른 분야의 AI 바둑기사, 아나운서, 가수, 정치인 등을 접할 때나, 로마 바티칸의 프란치스코 교황 챗봇까지도 당연한 현상이라 받아들였던 필자이다. 하지만 AI에게 스님이라는 표현을 쓰려고 하니 어색함과 관념의 저항을 숨길 수가 없다. 그러나 이미 세상은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에도 몇 번씩 AI와 대화하고 도움을 받고 있다. 대부분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면 AI와 대화한 후 최종의 단계에서 겨우 진짜 사람과 말할 수 있다. 심지어 AI 스님의 영문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서비스 또한 AI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AI와 종교 영역의 결합은 이미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2019년 일본 교토에 있는 400년 된 고다이지(高台寺)라는 사찰에서 민다르(Mindar)란 이름의 100만 달러 안드로이드 로봇(인간 모습을 한 로봇) 스님을 선보였다. 몸은 알루미늄이지만 손과 얼굴은 인간의 피부처럼 제작하였고 얼굴과 손은 움직이며, 눈은 사람과 시선을 맞추고 25분간 ‘반야심경’을 영어와 중국어로도 염불한다. 물론 불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AI와 만남은 이뤄지고 있다. 2017년 인도에서는 로봇 팔을 이용해서 힌두교 신에게 촛불을 올리는 힌두교의식을 선보였다. 같은 해, 독일교회에서 프로테스탄트의 종교 개혁 500주년을 맞이해서 ‘Bless U-2’라는 이름의 흡사 만화영화의 깡통로봇 모양을 한 로봇성직자가 1만명의 신도들에게 두 로봇 팔을 들고 성경 구절을 설교했다고 한다. 또한, 일본 와세다대학의 트로바토 조교수는 가톨릭의 고백성사 역할을 하는 작은 인형 크기의 산토(SanTO)라는 로봇을 개발했다.

그러나 AI와 같은 기술이 종교와 결합 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종교들도 있다. 이슬람교나 유대교에서는 무형적 신의 존재를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것으로 표현했을 때 자신의 종교적 신성함이 훼손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부정적이다. 이러한 의식은 작년 ‘목회테이터연구소’의 발표에서도 볼 수 있다. AI 설교와 설법에 대한 인식을 묻는 설문에 응답자 가운데 개신교인의 65%가 부정적이라고 답했지만, 불자들은 41%가 찬성하고 35%만이 반대했다고 한다. 일반인들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도 53%는 과학 발전이 종교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21%만이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과연 종교에서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과 만남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AI와 종교의 만남을 시도한 사람들은 왜 그렇게 했을까? 그것은 한결같이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특히 태국이나 일본의 사찰 스님들은 AI를 통해서라도 점점 불교와 멀어지고 있는 젊은이들과 아이들에게 부처님의 법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필자는 아이를 키워보지 못했지만 이미 아이들이 태어나서 가장 친숙한 물건은 휴대폰과 손에 들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일 것이다. 그 속에서 공부도 하고 친구도 만나며 서로 위로도 받는다. 석가모니 부처님 입멸 이후 자연스럽게 불상의 조성이나 경전의 인쇄를 통해 더 많은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 할 수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옛 승려와 만나다’라는 주제로 서산대사 휴정 스님과 조선의 뛰어난 화승(畵僧)이자 대선사이신 퇴운당 신겸 스님을 만나 뵐 수 있다. 단순한 그림이나 조각이 아니라 시공간을 뛰어넘어 마치 가상현실처럼 두 분이 차담을 하는 영상 앞에 발걸음 멈추고 감정적 감화를 받는 것이 승려인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결국, 좀 더 다가감과 소통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새로운 기술들을 바라본다면 전법의 길을 함께 걷는 아름다운 동행이 될 것이다.

 

성진 스님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미래세대위원 sjkr07@gmail.com

[1621호 / 2022년 2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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