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적 사유로 유교 감싸 안은 기념비적 회통론

  • 출판
  • 입력 2022.02.28 13:49
  • 호수 1622
  • 댓글 2

지욱 선사의 논어해석
영봉우익 지음·김승만 역주 / 민족사
808쪽 / 4만8000원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2000여년간 불교와 유교는 독특한 관계였다. 제자백가 시대를 거치며 국가권력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유교는 중화사상을 대표했다. 최강자 유교에 불교는 새롭게 등장한 호적수였다. 오랑캐의 문화라지만 불교의 심오한 사상과 내세관에 지식인과 대중들은 지지를 보냈다. 유교는 불교의 영향을 받아 사상적 깊이를 더했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불교를 비판했다. 그러나 불교는 달랐다. 맞서 대립하기보다 석가와 공자라는 두 성현의 가르침이 다르지 않음을 끊임없이 이해시키려 했다.

명나라 4대 고승으로 꼽히는 우익지욱 스님(1599~1655)의 ‘논어점정(論語點睛)’은 불교와 유교의 교섭과 회통을 대표하는 저술이다. 불교적 사유의 기반 위에서 유교경전은 물론 도교경전까지 일일이 주석하고, 불교와 유교의 사상적 융화의 논리를 깊이 있게 제시한다. 탁월한 불교 사유를 중심으로 유교의 가르침을 전반적으로 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욱 스님이 불교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유교경전 등 외전에도 극히 해박하기에 가능했다. 스님은 어릴 때부터 유교의 경서를 읽었고 20세 때 ‘논어’를 읽다가 공자와 안연이 말하는 유교의 심법(心法)을 깨달았다. 이후 불교를 배척하는 글을 수십 편이나 썼지만 ‘수능엄경’ ‘지장경’ 운서주굉 스님의 ‘죽창수필’ 등을 보고는 발심해 24세 때부터 출가자의 길을 걸었다.

스님은 일생에 걸쳐 계율에 기초한 참선과 염불, 참회 수행을 병행하면서 68종 225권의 방대한 저술 활동을 펼쳤다. 다양한 경론을 주석하며 여러 학설의 같고 다른 점을 융통시켰고, 그 귀결점으로 정토왕생을 위한 염불을 제시했다.

‘논어점정’에서도 스님의 남다른 안목과 회통관이 잘 나타난다. 새로운 주석 방식을 통해 기존의 유교적 해석 전통에서 벗어나 불교의 깨달음과 유교의 심법 사이의 접점을 찾았다. 또한 이탁오를 중심에 둔 양명좌파 경학의 핵심적인 특징과 중국 경학사에서 홀시돼 왔던 명대 경학의 양상도 담겼다. 명대 경학의 가장 중요한 사상적 특징들이 융화된 결정체라는 학계의 평가처럼 이 책은 불교와 유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고, 21세기 불교가 어떻게 다른 종교 및 사상들과 회통할지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22호 / 2022년 3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