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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에 행복한 수행자’ 저자 지광 김정숙 불자

  • 무진등
  • 입력 2022.02.28 15:43
  • 호수 1622
  • 댓글 0

“수행하며 찾은 행복, 다른 사람들과도 나눠야죠”

답답함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수행이 이제는 빠뜨릴 수 없는 일상으로 정착
정토사 불교대학서 본격적으로 불교공부…월정사 단기출가선 ‘버리는 법’ 배워
수행기록 정리한 책 발간…“수행 중 어려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도움되고파”

‘이번 생에 행복한 수행자’의 저자 지광 김정숙 불자는 “이번 생에 운이 좋아 만나게 된 불법, 죽을 때까지 놓지 않겠다”며 하루하루 수행과 성찰의 삶을 살고 있다. 
‘이번 생에 행복한 수행자’의 저자 지광 김정숙 불자는 “이번 생에 운이 좋아 만나게 된 불법, 죽을 때까지 놓지 않겠다”며 하루하루 수행과 성찰의 삶을 살고 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지난밤 내내 감겨있던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킨다. 고요함이 가득한 가운데 가족들이 잠에서 깰까 조심하며 이불을 정리한다. 그리고 집 한켠에 마련한 법당에 앉아 염불을 외기 시작한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지극한 마음으로 염불을 외며 의식을 깨우고 오늘 하루도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하길 발원한다. 근무하는 학교로 출근하면 쉬는 시간 틈틈이 요약된 ‘법화경’을 사경한다. 글자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획을 긋는다. 퇴근 후에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108배를 시작한다. 하심하는 마음으로, 세세생생(世世生生)에 지은 업장이 소멸되길 기원하며 몸을 낮춘다. 자기 전에는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이번 생애 행복한 수행자’(도서출판 도반)의 저자 지광 김정숙 불자의 하루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수행으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진주에서 7남매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신심 깊은 불자였던 부모 아래서 자랐지만 어릴 때는 절이 아닌 교회로 걸음을 향했다. 교회에서 주는 과자와 친구들 때문이었다. 사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절은 어려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부모가 불자였기에 불교를 일찍이 접했음에도 쉬이 가지 못했다. 그러던 그에게 불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서서히 찾아왔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삶과 죽음, 진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날들이 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교동아리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부모님이 불자셨으니까요. 어렸을 때 교회를 갔다곤 하지만 불교를 잊은 적은 없어요.”

불교동아리방의 문고리를 수없이 잡았다 놓았지만 끝내 불교동아리에 가입하진 않았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 불교를 향한 마음이 더 깊어졌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27세가 되던 해, 인생의 스승이자 불교로 그를 이끈 사람을 만나 함께하게 됐다.

남편은 독실한 불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항상 절에 갔고 할머니를 따라 기도도 했단다. 서울에서 공부할 때는 도선사를 비롯해 이곳저곳 사찰을 참배하는 것이 취미였고 보시도 자주 했다고 한다. 남편은 그가 어렸을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절에 갔던 것처럼 주말마다 김정숙 불자를 비롯한 가족들을 데리고 사찰로 향했다. 

둘째 언니도 그가 불자로 거듭나는 데 영향을 끼쳤다. 말할 때도 항상 스님처럼 인자함이 넘치는 둘째 언니는 ‘천수경’을 손에 꼬옥 쥐어주며 매일 밤 읽으라고 했다. 그리고 불자가 된 그는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사실 수행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집안의 막내다보니 대우받으며 살았거든요. 그러다보니 세상을 얕잡아보는 마음이 컸던 거죠.”

결혼 전, 그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명문대 대학생이었고, 과외로 돈을 많이 벌어 자가용도 타고 다녔다. 자연스레 ‘세상 못 할 게 뭐가 있겠냐’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앉았다. 그러나 결혼으로 족쇄가 채워졌다고 생각하면서 점점 불만이 쌓여갔다. 구속당한다고 생각하니 더 답답해졌고 나중에는 견디기 어려웠다. 그때 불교가 가슴속에 들어왔다. 조금씩 쌓아왔던 불교와의 인연이 한순간 수행의 원력으로 바뀐 것이다. 

경전을 읽기 시작했다. ‘반야심경’을 외우기 위해 노력했고 점차 고통과 슬픔이 줄어들었다. ‘금강경’도 들여다보았다. 노트에 필기하며 알 때까지 공부했다. 남편도 ‘금강경오가해’를 선물하는 등 그를 응원했다. 

울산 정토사 불교대학에 등록했다. 개인적인 공부도 좋지만 체계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도 체감했기 때문이다. 바쁜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매진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명상을 접했다. 

개인적으로 공부할 때부터 명상을 하고 싶었다. 주위에서도 많이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바른 방법을 알 기회가 없었다. 유튜브도 있었지만 화면을 통해서가 아닌, 직접 대면하는 방식으로 가르침을 받길 원했다. 마침 정토사에서 명상지도자인 이태호 교수 초청 강좌를 열었고, 지체없이 등록했다. 그리고 명상에 빠져들었다. 머리로만 알던 부처님 가르침을 몸으로 체득하기 시작했다. 명상하면 그렇게 마음이 편해졌다. 통도사 설법전에서도, 집에서도, 장소와 시간만 있다면 정좌하고 명상했다. 부처님 가르침이 이런 것이구나. 삶이 새롭게 다가왔다. 

본격적으로 수행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침내 전북 진안의 위빠사나 수행처 고엔카 담마코리아를 알게 돼 곧장 달려갔다.

“저는 제가 좀 앉아있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보니까 사람들이 미동도 없이 바위처럼 앉아있는 거에요.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내가 그동안 명상하던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자극받았다.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하루에 12시간 넘게 수행하며 집중하고 알아차리려 노력했다. 침묵으로 일관한 채 내면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자 노력했고 고엔카 선생님의 육성이 담긴 법문을 듣고 새겼다. 그렇게 10일을 오롯이 수행에만 몰두했다. 

다음 수행처는 문수성지 오대산 월정사에서 진행하는 단기출가 프로그램이었다. 마침 시작 날짜도 1월1일. 딱 좋았다. 싹둑싹둑 잘려나간 머리카락. 그리고 머리카락이 잘릴 때마다 단단해지는 깨달음을 향한 마음. 비장했다. 분명 스님들의 행자과정이 깨달음을 줄 것이라 확신했다. 

매일 행하는 108배와 깨끗이 비우는 발우공양, 도반들과 함께하는 소임별 운력과 삼보일배로 오르는 적멸보궁, 스스로에게 쓰는 유언장까지 한 달을 온전히 쏟아부었다. 깨달음은 얻지 못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중 스님의 강의에 머리를 강타하는 내용이 있었다.

“출가는 버리는 겁니다. 그동안 가졌던 습(習)과 아상, 나아가 중생상(衆生相)까지 버려야 합니다. 여기는 버리러 오는 곳입니다.”

아. 그렇구나. 얻기 위해 왔는데 그게 잘못된 거였구나. 마지막 삼천배의 날이 다가왔다. 일종의 ‘만렙’과도 같은 삼천배. 한 번 몸을 낮출 때마다 분별심, 아만심, 이기심, 증오심, 자만심 등을 차례차례 내려놓는다. 이마에 맺히는 땀, 그리고 저려오는 다리. 몸이 땀에 젖어갈수록 마음이 점점 비워진다. 담마코리아와 월정사에서의 수행은 그에게 삶의 전환점이 됐다. 이후로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 존자를 만나기도 했고 정토자재마을에서 생사의장 프로그램에, 그리고 매년 열리는 통도사 화엄산림 대법회에 동참하는 등 불자이자 수행자로서 꾸준히 정진하고 있다.

수행 이후 그의 삶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타인을 위한 삶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부처님 가르침 중 생명을 살리는 육바라밀을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는 그후 조계종 포교사가 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일상에서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지광 김정숙 불자의 남편은 그의 든든한 ‘호법선신’이다. 항상 함께하며 수행정진에 매진하고 있다.
지광 김정숙 불자의 남편은 그의 든든한 ‘호법선신’이다. 항상 함께하며 수행정진에 매진하고 있다.

불교를 만나게 해 준 남편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어디를 가든 항상 함께하며 불법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함께 수행할 때도 있다. 종종 남편을 ‘호법선신’이라고 부른다. 가족간 대화가 늘고 화목해졌음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삶이 수행에 맞춰졌다. 정진하기 위해 육식을 금했고 꾸준한 108배로 건강을 관리한다. 이전에는 뜻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거나 가지지 못하면 화가 나기도 했으나 지금은 감정의 변화가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자신의 경험들, 그리고 수행으로 변화된 모습을 모아 펴낸 책이 ‘이번 생에 행복한 수행자’다.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하며 기록했던 노트들로 구성된 이 책은 수행하며 어려움을 겪는 이가 읽고 힘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겼다. 책을 통해 법보시도 실천하는 셈이다.

책에는 ‘봄-깨어있는 삶’ ‘여름-수행하는 삶’ ‘가을-지혜로운 삶’ ‘겨울-자비로운 삶’ 등 네 주제에 맞춘 글이 실려있다. 위빠사나, 참선 등 지금까지 해왔던 수행들을 비롯해 호기심으로 공부했던 다양한 학문이 불자의 관점에서 설명됐다. 이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이 어떤 학문보다도 수승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김정숙 불자가 매일 외우는 ‘매일매일 기도문’과 새해가 되면 작성하는 ‘10대 발원문’ 등이 실려있다. 특히 10대 발원문은 ‘공부완성’ ‘심신조복과 항복기심’ ‘감사 보시’ ‘행주좌와 어묵동정 항시 사띠’ ‘일상수행 일심수행’ ‘방학 기간 집중수행’ ‘덕인행 보현행’ 등 그가 불자로서 성취하고픈 일들이 기록됐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수행이 어느덧 지금까지 왔네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번 생에 운이 좋아 만난 불법, 죽을 때까지 놓지 않을 겁니다. 이 책은 저처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행을 시작한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제 수행기록이 그분들에게 도움 되길 기원합니다.”

이번 생에 이미 행복한 수행자인 그는 오늘도 염불을 외우고 사경에 매진한다. 몸을 낮추며 내려놓고 명상으로 하루를 끝마친다. “좌탈하는 경지까지 이르고 싶다”며 웃는 그는 오늘도 정진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모두가 고통에서 벗어나길, 번뇌에서 벗어나길, 편안하고 행복하길, 이번 생에 윤회에서 벗어나길 기원한다. 

울산=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22호 / 2022년 3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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