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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나눔의집 할머니들을 생각한다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2.03.01 13:46
  • 수정 2022.03.01 13:47
  • 호수 1623
  • 댓글 1

기고-최종환 나눔의집 이사

아무런 행사조차 없는 나눔의집의 적막은 우리 이사들 책임
내게 안 맞는 것 지니거나 지니려 하면 나와 사회 모두 불행
불교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소외된 사람들 감싼 건 역사 사실
나눔의집 역사 진지하게 돌아보고 정신 되살리려 노력해야

103주년을 맞은 삼일절. 봄을 알리는 희망인지, 그날의 함성을 전하는 눈물인지 모를 비가 촉촉이 내립니다.

다른 해 같으면 삼일절을 맞아 어느 단체보다, 어느 누구보다 힘껏 일본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삼일절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을 나눔의집은 오늘 침묵과 적막에 빠져 있습니다. 이 침묵과 적막의 책임이 우리 이사들에게 있지는 않은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나눔의집이 존재하는지, 나눔의집이 우리 사회에 어떤 상징성을 갖는지에 대한 생각이 이사들에게 있기나 한 것인지, 이사의 한 사람인 저로서도 무거운 마음으로 삼일절 아침을 맞습니다. 특히 이를 이끌어야 할 책임 있는 위치의 침묵이 더욱 그렇습니다.

내게 맞지 않는 것을 지니고 있거나, 지니려고 하면 나와 사회가 모두 불행해지기 마련입니다. 아무런 입장도, 기념하는 일도 없는 삼일절 나눔의집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우리 모두 진정으로 나눔의집 할머니들의 아픔을 생각하고, 나눔의집이 갖는 상징을 돌아보는 하루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삼일절 아침 1700여 년간 국가와 정치가 실종되고 백성을 버렸을 때 불교는 혼연히 일어나 끝까지 그들과 함께했던 역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국가와 정치가 백성을 지켜주지 못하던 신라시대 해적들에 의해 끌려간 부녀자들이 중국에 노예로 생활할 때 그들의 곁에서 함께했던 건 ‘신라원’이란 신라의 불교 사찰이었습니다. 또 고려시대 죄없이 원나라로 끌려간 공녀들의 곁에는 역시 스님들이 있었습니다.

이는 조선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나라의 침략전쟁 병자호란의 혹독한 대가는 죄 없는 여성들이 이역만리 심양 땅으로 끌려가는 비극이었고,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여성들을 국가와 정치는 환향녀(화낭년)로 덧씌워 고향 땅을 밟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때 그 여성들을 맞이해 보듬고 위로해준 곳이 사찰이었습니다. 유생들이 낡은 성리학의 공리공론에 매달려 백성은 안중에 두지 않을 때 임진왜란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고자 분연히 일어난 것도 서산, 사명, 처영, 영규대사와 같은 승병들이었습니다.

국가와 정치가 지켜주지 못하여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가게 했던 이 땅의 위정자들과 정치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진정 이 땅의 여성들과 할머니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마땅합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동시에 국가와 정치가 못했던 일들을 불교가 해준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103년 전 국가와 정치가 국권마저 빼앗겼던 참혹한 시기 비폭력 평화운동을 주도하고 기미독립선언서 공약삼장을 작성하신 만해 한용운 스님이 간절한 삼일절입니다. 공약삼장은 정치가 실종되고 진영간 극한대결을 치닫고 있는 이 시대와 껍데기들만 판치는 현실에 우리의 행동지침이고 귀중한 정신이자 나아갈 길입니다.

― 오늘 우리의 이 거사는 정의·인도·생존·존영을 위하는 민족적 요구이니 자유적 정신을 발휘할 것이오,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일주하지 말라.

―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쾌히 발표하라.

― 일체의 행동은 가장 질서를 존중하여 우리의 주장과 태도로 하여금 어디까지든지 광명정대하게 하라.

최종환 나눔의집 이사
최종환 나눔의집 이사

혼탁한 지금을 보면서 만해 스님의 정신이 간절한 삼일절입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합니다. 나눔의집의 있기까지 역사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그 정신을 되살리고 이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1623호 / 2022년 3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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