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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피난민에 온정 펼친 폴란드 불교센터

  • 해외
  • 입력 2022.03.25 19:40
  • 호수 1626
  • 댓글 0

우크라이나 거주 네팔인 43명, 러시아 공격에 피난길 올라
새 거주처 찾도록 물심양면 지원…“자비·인류애 기억할 것”

[카트만두 포스트 캡처]
우크라이나를 떠나 벤첸 카르마 캄창 센터에 모인 네팔인들. [카트만두 포스트 캡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며 연일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학업, 취업 등 다양한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머물던 각 나라의 국민들도 전쟁의 포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난길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의 한 불교센터에서 네팔인들을 위해 피난처를 제공해 화제가 됐다.

‘카트만두 포스트’ 등 매체는 3월18일 폴란드 그라브닉(Grabnik) 지역의 티베트 불교센터 벤첸 카르마 캄창 센터(Benchen Karma Kamtsang Center, BKKC)가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나온 43명의 네팔인에게 피난처를 제공한 사연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인으로 BKKC 센터장을 맡고 있는 라마 린첸(Lama Rinchen) 스님은 3월1일 오후 9시, 티베트 설날인 로가르 준비로 바쁜 일과를 끝내고 취침에 들기 전 핸드폰으로 그날의 주요 뉴스를 훑어보았다. 그때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바르샤바 중앙역에 고립된 네팔인들에 대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네팔과 깊은 관계가 있는 스님은 그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린첸 스님은 1989년 첫 네팔 방문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다시 찾았을 정도로 인연이 깊었다. 자신이 센터장으로 있는 BKKC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본부를 둔 티베트불교 벤첸 사원의 지부였다. BKKC는 티베트불교 교학, 명상 수행을 비롯해 티베트 고문헌을 주제로 한 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폴란드 그라브닉 지역에서 불교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다음날 오전, 스님은 그라브닉으로부터 약 40km 떨어진 바르샤바에서 23명의 네팔인을, 3월3일에는 20명을 BKKC로 데려왔다. 당시 네팔인들은 굶주림과 수면부족에 시달렸으며 폴란드 국경까지 150km을 걸어온 이들도 있었다. 린첸 스님은 “국경으로 오는 길에 강도를 당한 사람도, 너무 많이 걸어 다리가 퉁퉁 부은 사람도 있었다”며 “극심한 피로로 BKKC에 도착해 간단한 식사 뒤 2~3일간 내리자고 일어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난민은 위한 음식과 음료 등 생필품은 수년 동안 센터가 모아온 기금으로 마련했다.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의 보시도 이어졌다. 인근 베트남 불교사원에서는 쌀, 렌즈콩, 과일을 비롯한 식료품을 가득 실은 차를 보내왔다.

BKKC에서 10일 이상을 머무른 네팔인 시바 파리야르(Shiva Pariyar)씨는 “센터에서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을 기꺼이 제공했다”며 “우크라이나를 떠난 이후 이곳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아빠인 파치타(Pacheeta)씨도 센터에 머무르며 도움을 받았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일하기 위해 80만 루피를 대출 받아 입국했으나 전쟁이 일어나자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 “다행히 이곳 불교센터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이 온통 어둠밖에 없었을 때, 불교센터 우리에게 삶에 꼭 필요한 빛을 선물했다”며 “센터에서 받은 자비의 마음과 인류애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감사했다. 현재 시바 파리야르씨와 파치타씨는 지인들이 있는 포르투갈 리스본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폴란드로 피난한 난민이 200만명 이상이며, 우크라이나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네팔인 대다수가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폴란드에 머무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업무를 담당하는 주독 네팔 대사관에 따르면 3월12일 기준, 466명의 네팔인이 폴란드로 피난했다.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26호 / 2022년 3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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