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단체 시위와 진정한 소통

기자명 남춘호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전국장애인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논쟁이 이슈다. 이준석 대표가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의 방식을 비판하자, 전장연 측에서는 이준석 당대표의 몰이해와 장애인에 대한 혐오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 대표는 서울 시민을 볼모로 삼는 떼법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전장연 측은 이 대표가 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를 한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논쟁을 보면 사회학 안에서 ‘비판이론’을 이끌고 있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2세대와 3세대의 논의가 떠오른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현실 사회에서의 갈등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데 이 대표의 주장은 2세대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의사소통행위 이론 측면에서, 전장연의 주장은 3세대인 악셀 호네트(Axel Honneth)의 인정 투쟁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버마스는 사회문제의 해방적 대안 가능성은 의사소통적 상호작용에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의사소통을 위한 세 가지 타당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제시된 문제 해결방식이 목적 달성에 가장 효과적·효율적인 수단이어야 한다. 둘째, 해결 방식이 관련 규범에 비추어 올바르고 타당해야 한다. 셋째, 문제 해결방식 제시가 진실되고 충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어야 한다. 이 대표가 ‘출근길 혼란을 초래하는 지하철 투쟁이 아니라 국회 앞에서 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니냐’라고 하는 주장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반면 악셀 호네트는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 이론을 비판하면서 인정 투쟁 이론을 제시한다. 그가 보기에 하버마스의 이론은 이상적이라서 ‘현실 문제 해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또는 겉으로만 평등하고 내부는 여전히 지배관계인 곳에서 진실한 의사소통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호네트는 갈등을 무시, 모욕의 측면에서 추적하면서, 결론적으로 인정에 기반한다면 연대와 화해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전장연 측에서 이 대표에게 ‘휠체어를 타고 출근을 해보라’라고 요구한 것은 장애인의 입장을 인정해달라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이런 인정욕구는 끝이 없으며, 상호주관적·호혜적·도덕적·정치적·법적 접근으로 확립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인정욕구는 특정 종착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인정이라는 것이 심리적이고 주관적인 요인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인정을 ‘진실한 인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한 쪽의 해결의지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인정이라는 것은 상호 인정으로 발전해야만 문제 해결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점은 대승불교의 핵심 교리인 불이(不二)사상과 공(空)사상과 유사하다. 불이란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상호 인정의 지점이다. 불이를 기반으로 ‘고정불변하는 것이 없다’는 공사상을 적용한다면 진실한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인정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행위가 아니라, 상대방을 통해서 나를 이해하는 것’이며 진실한 의사소통이라는 것은 ‘만물의 끊임없는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찰로 들어가는 마지막 문을 해탈문(解脫門) 또는 불이문(不二門)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마침 오늘 이준석 당대표와 박경석 전장연 대표의 TV토론 성사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 토론에서 상호 인정을 기반으로 한 진정한 공론장이 펼쳐지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대통령 선거로 절반으로 갈린 국민들이 화합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찾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법보신문의 1월17일자에 실린 최종환 영등포장애인복지관 관장의 ‘출근길 장애인단체 시위’라는 시론에서도 관련 내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시간이 된다면 일독하기를 권한다. 

남춘호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연구위원 namchoonho@naver.com

[1628호 / 2022년 4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