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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수행  오영희(혜성·66) - 하

기자명 법보

육신은 실체 없는 물질에 불과해
현상, 무상·고·무아 알아차려야
오온관찰 노력했더니 습관 들어
고통받는 대중들 불법 마주하길

혜성·66
혜성·66

12년 전, 김열권 법사를 처음 뵜을 때 위빠사나 수행법에 대해 알지 못했다. 지도를 받으며 수행하던 중 명상에 몰입해 몸이 사라지는 듯한 현상을 체험했다. “아, 알아차리려 하니 이런 현상도 오는구나”
일상 속에서 오온을 관찰하는 습관이 들도록 노력했다. 오랫동안 수행에 집중해 오온의 현상을 알아차리니 이때까지 내 몸이라고 했던 것들은 6근(눈·귀·코·혀·몸·마음)을 통해 들어오는 마음 작용에 불과했고 지, 수, 화, 풍의 요소들이 몸의 곳곳에서 단단하고 거칠고 무겁고 부드럽고 매끄럽고 가볍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의 요소는 우리 몸의 뼈와 살, 머리카락, 내장 등으로 죽으면 흙으로 돌아갈 것들이다. ‘수’의 요소들은 손끝에서 흐르는 혈관의 흐름, 입안의 침, 눈물 등이고 ‘화’의 요소들은 단전 주위의 뜨거움, 코끝의 차가움으로. ‘풍’의 요소는 호흡의 움직임, 척추의 지탱함으로 알아차려지면서 이 몸이란 것이 하나가 일어나면 다른 요소도 같이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 몸이라고 알아왔던 것은 궁극적 실재인 ‘색(물질)’일 뿐이었고, 일어난 것은 반드시 사라지는 현상을 바라보니 이 몸은 실체가 없으며 항상하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또한 일상 속에서 겪는 고통의 원인도 실체가 없는것에 탐욕과 분노를 일으키며 무상함을 알지못하는 어리석음(무명) 때문임을 알아차렸다. 무아를 알아차릴때도 들려오는 소리와 귀의 감각기관이 접촉하면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관하며 ‘나’라고 생각했던 자아는 실체가 없는 무아임을, 12연기의 순관과 역관을 알아차렸다.

예를 들어 딸기를 먹을 때 맛의 변화를 관찰하면 맛의 실체는 설근의 대상인 딸기 맛을 접촉하면서 좋아하는 ‘수’, 좋은 것을 아는 ‘상’, 더 먹어야지 하는 의도 ‘행’을 알아차린다. 이것을 촉, 수에서 갈애와 집착으로 이어지는 12연기의 유전문으로 바라본다면 ‘현상’은 일어나기 위한 조건만 사라지면 사라지는 무상함과, 불만족에서 오는 고통이 공존함을 알아차릴 수 있다. 딸기의 맛과 향이 항상하지 않음을 알아차리면 오직 ‘알아차렸다는 마음’만이 남는 것이다.

대화를 나눌 때도 상대방의 말에 반응하는 내 안의 작용들을 관찰하고 알아차리면서 응답해야 한다. 상대가 싫은 소리를 했을 때 듣고 있는 마음의 변화와 마음작용들을 “바라보고 아는 마음”으로 관찰하면 상대의 공격적인 감정에 ‘화’라는 반응 없이 대화를 할 수 있어 상대의 말에 상처받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좌선할 때는 부처님의 호흡법으로  알려진 ‘아나빠나 사띠’를 하며 일어난 오온의 현상을 무상, 고, 무아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렇게 일어나는 현상들이 무상·고·무아임을 알아차리고 반야로 관찰하면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임을 알아차린다.

언젠가 걷기 수행을 했을 때 몸을 지탱하는 발바닥의 요소를 관찰하면서  삼매에 빠진 적이 있다. 걸으며 느껴지는 온몸 작용을 사띠하면서 걷다 문득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출발지에서 매우 멀리 걸어왔음을 알아차렸다. 매 순간 오온을 관찰하고 6근작용을 알아차리려 애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행동에 묻어나온 것이다. 일상 속에서 이런 알아차림이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매사 놓치지 않고 관찰하려고 노력한다. 매일 드리는 염불도 오온을 관찰하며 하고 있다. 

최근엔 유식과 대승기신론을 공부하고 있다. 유식관법으로 현상의 일어남을 관찰하면 내안의 아뢰야식의 종자가 대상에 투영되어 일어남을 알아차리면 대상은 사라지고 내안의 미세한 오온의 흐름을 알아차린다. 대승기신론의 여래장사상으로 관찰하면 진여와 망상의 화합인 이자리가 바로 탐, 진, 치  삼독심만 사라지면 진여불성의 자리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삶에 다양한 현상들에 평온한 상태로 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이번 생에 부처님 진리를 만나 행복하다. 불법으로 이끌어준 김열권 법사 덕분이다. 속세에서 고통받는 대중들이 불법을 마주하길 발원한다.

부처님 가르침이 오래오래 머무소서!

[1628호 / 2022년 4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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