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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안에서 살기

기자명 효림 스님

무언가 바라느라 잊었던 감사함
불편해지니 다시 되돌아보게 돼
감사 실천하면 부정적 감정 해소
유명인도 감사의 중요성 강조해

순간이었다. 꺾인 발의 모양이 낯설어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책상에 앉아서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고 보니 발이 예사롭지 않았다. 온갖 상식을 동원해 얼음찜질을 하고 심장보다 높이 두며 정성을 다했지만 걸을 수가 없었다. 발등 뼈가 부러진 것이다. 단 몇 걸음의 거리가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고, 계단이 큰 산처럼 느껴졌다. 작은 움직임에도 퉁퉁 붓는 탓에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늘었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는 걸 알면서도 순간순간 불안이 올라왔다. 존재조차 몰랐던 인터넷 골절카페를 드나들며 위로받았다. 같은 불안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기적이란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 위를 걷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임제선사의 말씀이, ‘친절함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알려면 네가 가진 것을 잃어봐야 한다’던 나오미 쉬하브 나이의 시구가 문득 마음을 스쳤다. 그랬다. 그동안 가진 것들을 뒤로하고 또 다른 무언가를 바라느라 감사를 잊고 살았다. 다행스럽게도 불편함이 감사를, 감사가 행복함을 선물해주었다.

느린 걸음으로 바라본 삶에는 감사할 것이 너무도 많았다. 세수하면서 문득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이 신비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묵묵히 나를 지탱해주는 왼발이 고마웠다. 운동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봄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덕분에 소홀했던 건강수칙들을 챙기게 된 점도 감사했다.

뇌는 우리가 집중하는 것을 현실로 실현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감사하면 감사를 경험하게 되고, 기쁘다고 말하는 순간 기쁨을 체험하게 해준다. 실제로 감사를 표현함으로 인해 더 많은 기쁨과 건강, 좋은 인간관계와 재력을 끌어당기게 되었다는 연구결과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감사는 우리가 가진 부정적 인지와 정서 및 행동에 긍정적 영향을 주어 면역력 향상과 불면의 해소 및 대인관계의 회복 등 우리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

마음에 스트레스, 우울, 불안, 짜증, 외로움 등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하다면 지금 바로 감사를 실천해 보자.

먼저 허리를 쭉 펴고 바르게 앉아서 두세 번 심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을 충분히 이완한다. 그런 다음, 이미 가지고 있지만 간과해왔던 주변의 감사한 것들을 떠올려 본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본다. 신문을 읽을 수 있는 눈, 상쾌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피부, 안경, 휴대폰 등 뭐든 좋다. 마음을 확장해서 지금 여기 누리고 있는 것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스며들어 있는지도 알아차려 본다. 이제 내가 가진 좋은 성향들에 영향을 준 사람들에 대해서도 떠올려 본다. 주변의 누군가일 수도 있고, 영적 존재 또는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일 수도 있다.

감사실습을 마친 지금 마음이 어떠한가? 이렇게 잠깐 멈추고 감사를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감정시스템은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얼굴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감사를 매일 연습해보자. 하루 2~3개 정도면 충분하다. 작은 노트를 준비해도 좋고, 휴대폰 앱을 이용할 수도 있다. 아니면 잠들기 전에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면서 감사를 떠올려 볼 수도 있다. 무엇이든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면서 축복을 헤아려 보자. 긍정심리학의 선구자인 마틴 셀리그만은 감사를 ‘행복하게 해주는 마음의 강점’ 중 하나로 정의했고, 긍정정서 및 정신생리학 연구소의 책임연구자인 바버라 프리드릭슨 역시 감사가 우리가 더 성장하고 더 나은 자신이 될 수 있게 해주는 ‘마음의 영양소’라고 말한다. 온갖 고난을 겪고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된 오프라 윈프리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감사 일기를 쓴다고 한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감사하게 되면 내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라도 바꿀 수 있게 된다.” 오늘부터 지속적으로 감사일기 쓰면서 마음 밭을 풍요롭게 가꾸어 보자. 긍정 안에 살 때 고통은 거름이 될 것이다.

효림 스님 자비명상지도법사 metta4rest@gmail.com

[1630호 / 2022년 4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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