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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는 어디 계신가” 불멸이 남긴 질문에 대한 천년의 대답

  • 불서
  • 입력 2022.06.02 21:04
  • 수정 2022.06.02 23:15
  • 호수 1635
  • 댓글 1

붓다의 입멸 에피소드 연구
명오 스님 지음/민족사/488쪽/3만4500원

‘부처님의 입멸’ 키워드로
초기·부파·대승 경전·논서
통시적 연구·결집 첫 성과

입멸하신 붓다는 어디에 계시는가. 이는 ‘완전한 열반에 들어간 붓다의 거처’에 대한 질문이다. 싯다르타가 성불해 붓다가 되던 날, 붓다가 증득한 최고의 법은 열반이었다. 그렇기에 붓다의 입멸 후 주처를 확인하는 문제는 ‘열반’, 즉 깨달음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직결된다. ‘붓다의 입멸 에피소드 연구’를 통해 동국대 강사 명오 스님이 던진 이 과감한 질문은 붓다 입멸 후 이를 둘러싸고 수백 년 동안 교단 내에서 이어진 논의와 고민에 대한 방대한 자료의 확인으로 이어졌다. ‘붓다의 입멸’을 키워드로 초기불교와 부파불교, 대승불교의 경전과 논서들을 통시적으로 분석해 결집한 연구는 이 책이 처음이다. 동시에 오늘날까지도 ‘붓다의 열반’에 대해 누군가는 품고 있을 법한 한 줌 의혹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다.

붓다의 입멸은 남아있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깨달음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더욱 난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초기경전의 기록을 보면 뚜렷이 알 수 있다.

“힘을 갖춘 등각자인 여래조차 이처럼 반열반하는구나.”(‘마하빠리닙바나 숫따’의 범천의 게송)

이는 분명 붓다의 몸을 육신으로 인식하고 입멸을 ‘죽음’으로 받아들인 태도다. 이에 대해 명오 스님은 “(붓다의 입멸을 목도한) 아라한들은 제행무상의 이치에서 담담하게 붓다의 무상신(無常身)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이러한 견해는 (그 진의와는 상관없이) 자칫, 붓다는 존재하지 않고 열반도 허무적으로 이해될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초기경전에서도 붓다의 몸과 관련한 ‘열반의 진의’를 곳곳에서 거론하고 있다. ‘장아함경’의 ‘대반열반경’과 ‘비나야잡사’에서는 ‘생멸마저 끊어지면 적멸이 낙이 된다’는 게송을 통해 무상마저도 초월한 경지, 생멸 자체를 초월한 경지를 열반이라고 재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열반의 진의에 대한 초기경전의 설명은 “상세하지 않고 친절하지 못했다”는 것이 명오 스님의 지적이다.

“붓다의 입멸에 대한 논의는 당시의 출가수행자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각자가 수행에 전념해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래의 사후 존속에 관한 4종 무기(無記)’에서 보이듯 붓다의 가르침 또한 수행과 열반의 성취에 더욱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붓다의 입멸’이라는 교단 초유의, 최대의 사건이 초기경전인 니까야 가운데 오직 ‘쌍윳다 니까야’에서 한 번 언급되었다는 점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명오 스님은 “그들은 불사의 열반을 성취한 붓다의 가르침에 주목한 것”이라고 분석하며 “붓다의 입멸을 핵심으로 다루고 있는 ‘마하빠리닙바나 숫따’의 편집 의도도 붓다의 입멸 이면에 위대한 붓다의 본질과 불멸 후 교단 유지와 관련된 가르침을 전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초기교단의 의도와는 달리 ‘교조의 입멸’은 교단에 현실적인 위협이 됐다. 이교도 등 교단 외부로부터 공격받기 쉬운 ‘약한 고리’였던 것이다. 이 같은 어려움은 붓다 입멸 후 등장한 부파불교의 여러 경전과 논서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기원전 2세기 후반 서북인도에 자리하고 있던 그리스계 박트리아왕국의 국왕 밀린다와 인도의 비구 나가세나 스님의 문답을 보자.

“붓다는 계십니까?(밀린다왕)”
“예, 붓다는 계십니다.(나가세나 스님)”
“그렇다면 붓다를 향해 ‘여기에 계신다’ 또는 ‘저기에 계신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붓다는 재생을 위해 남아 있는 기질이 없는 열반의 경지에서 궁극의 열반을 성취하셨습니다. 붓다를 향해 ‘여기에 계신다’ ‘저기에 계신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기록한 경전 ‘밀린다팡하’에서 나가세나 스님은 붓다의 사후 존속을 분명하게 단언했다. 하지만 이 설명이 밀린다왕에게 충분했을까. 밀린다왕이 했던 이와 같은 질문이 붓다가 입멸한 교단을 향해 얼마나 많이 쏟아졌을지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불교와 대립하거나 경쟁하고 있는 외도들과 이교도로부터 이 같은 질문이 날아들 경우라면 그 언어는 더욱 날카롭고 집요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에 답하기 위해 부파불교 시대의 논사들이 얼마나 진력했을지도 짐작해 봄직하다. 교단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확고부동하게 ‘붓다는 계시다’고 답하고 있지만 이를 설득시키고 입증하는 논리가 체계화되는 과정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초기교단 주목하지 않았던
‘입멸’에 담긴 ‘열반 진의’
부파 거치며 치열한 논증

명오 스님은 2세기 중엽 인도에서 편찬된 ‘대비바사론’에서 붓다의 장례와 다비에 관해 자세하게 논의하고 있는 점을 예로 들어 “이러한 논의 자체는 이면에 외도들의 비난에 대한 방어를 의미한다”고 통찰하는 동시에 “초기경전의 견해에 공감하지 못함으로써 부파불교에서 재논의 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부파불교 시대의 논사들은 붓다의 입멸에서 단순한 육신의 죽음이 아닌 법신으로서 생사에 자유자재한 불타관을 드러내는데 주력했다. 동시에 출가자의 의무는 수행이며 사리공양과 성지순례는 재가불자의 의무임을 교리적으로 밝히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초기경전의 답변이 충분하지 않은 이유, 즉 초기경전을 둘러싼 붓다의 입멸에 대한 의혹들을 제거하는 과정이었다. 이같은 노력은 이후 대승불교에 이르러 법신상주와 열반의 상락아정, 일체중생 실유불성과 일천제 성불 등 ‘열반’의 진의를 드러내는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는 것이 명오 스님의 주장이다.

대승서 ‘법신상주’ 확립하며
붓다와 열반의 본질 드러내
초기 ‘마하빠리닙바나 숫따’
동명 경전 대승에 출연키도

이는 초기불교에서 성립된 경전 ‘마하빠리닙바나 숫따’가 대승불교 시대에 동명의 경전으로 다시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기불교의 경명이 그대로 계승된 유일한 대승경전인 이유가 초기불교에서 명쾌히 설명되지 못했던 부분을 사실상 ‘수정·증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원해야 할 붓다가 죽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당시 불교도들은 물론, 그 후에도 계속 논의될 수밖에 없었다. 붓다의 생신(生身)에 주목한 초기불교의 견해에 만족하지 못했던 대승불교도들은 똑같은 경명의 경전을 찬술하여 그 한계를 초월하고자 한 것이다. ‘대승열반경’의 법신(法身) 사상으로써 붓다의 본질과 입멸의 진의를 나타낸 것이다. 이것은 초기 불교도들이 기대했던 붓다의 죽음에 대한 해명이며 ‘마하빠리닙바나 숫따’에서 밝히지 못한 불타관과 열반관일지 모르겠다.”

책머리에서 밝히고 있는 명오 스님의 시각은 오늘날에도 유효해 보인다. 부처님의 입멸은 역사적 사실이다. 붓다의 육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며 그 형식이 ‘죽음’이었다는 점은 붓다가 신이 아닌 인간이었음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많은 불자들이 부처님을 신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선뜻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서 붓다의 입멸은 ‘깨달음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명오 스님은 7년 전 암(癌) 진단을 받고 투병하는 과정에서 붓다의 입멸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시작했다. 책에는 논문에 다 담지 못했던 상세한 자료들까지 꼼꼼히 갈무리해 수록했다. 대작불사와도 같은 결실이다.

명오 스님은 “모든 중생에게 깨달음의 가능성과 희망을 부여함으로써, 일체 중생에게 깨달음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게 되었다”고 책을 마무리하며 “방일하지 않음으로써 깨달음을 성취하라는 붓다의 마지막 유훈은 그 누구도 차별없이 실천할 수 있는 사상적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것이야말로 붓다가 오늘날까지도 우리 곁에 상주한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35호 / 2022년 6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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