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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부모님을 추억하는 방법

기자명 성진 스님

금년 우란분절 기도주간에 청년회 불자들이 함께 법회를 참석했었다. 사찰의 제사의식인 상용영반을 진행하기 전 30여명의 청년 불자들에게 사찰이나 집에서 돌아가신 조상님을 위한 제사의식을 해 본적이 있는지 물었다. 결과는 겨우 3분의1 정도였다. 다른 청년들에 비해 주중과 주말 정기적으로 법회를 참석할 정도의 신심 있는 청년 불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찰의 관음시식 같은 재의식이나 집안의 제사의식을 해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낳아 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죽음과 그 이후의 시간에 어떤 방법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억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것인가? 2000년 9월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제례와 성묘의 실태 및 의식조사’를 한 적이 있다. 여기서 ‘제사를 꼭 지내야 한다’의 응답률이 전체의 88%에 달했다. ‘필요하지 않다’의 비율은 7.3%에 불과했다. 그러면 21년이 지난 2021년 9월 조사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제사를 지낸다(간편하게도 포함)의 비율은 66%였고, 지내지 않는다의 비율은 34%에 달했다. 그리고 2021년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발표를 보면 응답자의 45.6%가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했다. 눈여겨 볼만한 것은 70살 이상의 응답자는 27.8%가 제사 폐지에 동의한 반면 20대 응답자의 63.5%가 ‘제사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과연 20대는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기억과 감사함이 현저히 낮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단지 이 같은 반응에는 아직 자신의 부모님이 생존해 계실 확률이 높기에 제사의 대상이 조부모님이나 그 윗대에 대한 것이어서 감정적 교감이 낮은 것이 원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0여년 전에 비해 제사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매경이코노미 조사에서 제사를 모시는 이유에 대한 응답으로 45.1%는 조상에 대한 예의였고, 29.5%는 가족과 친지 화합이라고 했다. 자식으로서 의무는 15.6%와 전통 계승은 9.8%에 불과했다. 결국 제사라는 것은 남아있는 후손으로서 나를 존재하게 해주신 조상에 대한 존중과 감사이며,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가족을 유지하고 소통하게 하는 근간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불교는 이 땅에 전래된 이후부터 어떻게 자식이 부모님을 모시고, 돌아가신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방편을 제시해 주고 있다. 유교를 숭상한 조선왕조 500년의 기간에도 사찰의 관욕의식을 통해 왕가의 제사를 모셨다. 오늘날 차례가 사찰의 다례에서 비롯하였음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여기에 종교가 담고 있는 정신적 교감을 의식에 담을 수 있도록 한다면 결코 제사가 형식으로만 남지는 않을 것이다. 

고향을 떠나고, 선산을 본적이 없으며, 부모님의 땅에서 의지하여 자신의 삶이 영위되지 않는 지금의 시대에 기존의 형식적 제사로 감정적 교감을 가져오기는 쉽지 않다. 과거보다 훨씬 오랜 시간 부모에 의지해 살고 있음에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비용이기에 인식할 수도 없다. 그래서 더욱더 기성세대들은 자식들에게 보여주고 인식될 수 있도록 훨씬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형식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경험하게 해야 하며, 더 많은 윗대의 어른들에 관한 추억을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친가와 외가의 구분 없이 참석하고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너무 윗대의 어른들은 최소한 조부모님대로 합사(合祀)하여 지내고, 꼭 기일이 아니더라도 주말에, 홍동백서가 아니더라도 생전에 좋아하셨던 음식을 차려 놓고 좋은 기억과 감사함을 보여주고 이야기하는 것이 자식들에게 어떻게 부모님을 기억하고 추억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곧 추석이다. 사찰에서 차례를 모시는 것이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3대가 오시는 가족이나 혼자 참석한 분들 모두 돌아가시는 모습은 한결 가볍고 밝아 보인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추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형식의 틀과 거리감에 얽매여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성진 스님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미래세대위원
sjkr07@gmail.com

[1645호 / 2022년 8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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