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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서 벗어나오게 돕는 것이 용서다

기자명 혜달 스님

도벽 고치지 못한 어린 제자
은사스님 자비에 버릇 고쳐 
상처 준 사람 용서하는 것은
미움·원망에서 벗어나는 길

우리들은 생김새도 다르고 마음 씀씀이도 다르다. 상처에 새 살을 돋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간적 가치를 소홀히 해 상처를 주고 덧나게 하는 사람도 있다.

인격상품에 늘 하자를 품고 사는 우리들이지만 남들이 종종 잘못을 저지르면 그를 질타하거나, 뒤에서 흉을 보거나, 심지어 왕따 시키는 등 고통을 더 가중시킨다. 마치 자신은 결이 다른 인격소유자인 양 말이다. 

하지만 내 마음 씀씀이를 들여다보면 자신도 많은 단점을 가진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런 부족한 것들을 다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다들 좋은 사람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용서하시고 가엽게 여기셨으며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친척인 데바닷타가 석존을 3번에 걸쳐 죽이려 했지만 석존은 반역이 아닌 부처님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포용력이고, 우리가 본받아야 할 유산이다.

대만 사람들이 살아있는 관세음보살이라 생각하는 증엄 스님이 법회에서 소개한 일화이다.

사찰에서 대중과 함께 살던 어린 제자가 있었는데, 그는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려 결심했지만, 남의 물건을 훔치는 고질병을 버리지 못했고, 그의 은사는 매번 그런 어린 제자의 도벽을 용서해 주었다. 한 번은 이 어린 제자가 심각한 계를 범하고 말았고, 이를 지켜보던 대중은 더 이상 참기 어려워 결국 은사스님을 찾아가 단호히 말한다.

“만일 도벽이 있는 저 애를 내쫓지 않는다면 저희들은 도둑과 함께 산다는 것이 부끄러워 이 사찰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은사스님은 분개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너희들이 모두 나를 떠난다 해도 나는 저 애를 버릴 수가 없다. 너희들은 매사에 참신하고 어디를 가든 잘 정진할 수 있어서 모두에게 환영받겠지만, 그 아이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 어디를 가도 환영받지 못한다. 내가 어찌 너희를 남기고, 그 아이를 버리겠는가.”

도벽이 있는 제자를 사찰에서 내쫓아달라 요청하러 간 스님들은 은사스님의 이 말을 듣고 크게 감동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도벽이 고질병인 어린 제자도 은사스님의 말씀을 들은 후 수치스러움과 은사스님의 자비로움에 그만 그 자리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 일이 있은 후 도벽이 있었던 어린 제자는 자신의 잘못을 고치기로 결심했고, 마침내 참신한 수행자로 거듭 날 수 있었다.

남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무서운 ‘자기 감옥의 죄수’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도 결점을 뺀 다른 면은 온전하다. 때로는 잘못한 사람이 피해를 입은 사람보다 더 고통스럽기도 하다. 어렵겠지만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할 수만 있다면 미움과 원망의 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달라이라마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용서는 단지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을 향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에서 스스로를 놓아주는 일이다. 그러므로 용서는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자비이자 사랑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처입고 아파하는 사람에게 공감에 앞서 용서를 요구해선 안 될 일이다. 

마음의 상처는 급하게 치유되는 것이 아니어서 상처에 새 살이 돋을 때까지 따뜻한 눈길과 관심으로 충분히 기다려주어야 한다. 상처받은 사람도 충분한 시간동안 상처의 근본을 살피고 공감하면서 서서히 내보내야 진정한 용서를 할 수 있어서다.

육신의 상처에 새 살을 돋우는 사람이 의사라면, 부처님의 가르침은 모든 생명체의 아픔을 걷어내게 하는 처방약이다. 

산중의 해가 언 땅을 조금씩 녹이듯 내 마음의 상처를 읽고 보듬고 잘 대우해서 새 살이 돋는 아침을 맞이해보자. 그러면 당신이 서 있는 곳은 항상 빛이 날 것이다.

혜달 스님 (사)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
hd1234369@gmail.com

[1645호 / 2022년 8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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