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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포기해야 할 것

대한불교조계종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이다. 그렇기에 조계종의 위상은 그대로 한국불교의 위상과 연결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무리 수승하다 한들, 현실의 불교 위상이 떨어지면 그 가르침의 가치 또한 평가절하 될 수밖에 없다. 현실에 있어서 우리 불교가 한국을 이끌어가는 대표적 종교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다. 그것은 바로 조계종을 비롯한 현실 불교 종단의 위상이 그만큼 떨어져 있음을 말해주며, 그 지표가 되는 것이 바로 조계종 종단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불자들이 조계종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하고, 조계종이 크게 떨치고 일어나기를 기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자들의 바람을 저버리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 불자들을 낮 뜨겁게 만들곤 하였다. 그리고 그런 크고 작은 사건들을 떠나 조계종의 어두운 미래를 예견케 하는 요소들이 많다. 그것들이 자잘한 일들이라면 그나마 걱정이 덜하겠는데 너무나도 근본적인 문제들이라는 것이 또한 문제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출가자의 숫자이다. 현실의 종교 가운데 사제의 독신(獨身)을 요구하는 종교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조계종의 경우는 특히 심각하다. 우선 조계종 스님의 전체 숫자가 1만3000명이 되지 않는다. 인구도 적고, 불교가 탄압받던 조선왕조의 성종 때 5만의 도첩이 발행되었다는 기록이 있다.(조선왕조실록) 도첩을 받지 않고 출가한 스님들을 고려하면 십만의 승려가 있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단순히 숫자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지금의 출가자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말해주는 예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 적은 출가자마저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요 몇 년 사이에는 행자 교육을 받는 지원자가 50명 전후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200명 이상의 지원자가 있어야 지금의 스님 수나마 유지한다고 보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조계종은 스님의 절대부족으로 저절로 침몰하고 말 것이다. 

이런 심각성을 조계종 종단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인가? 물론 이 문제를 인식하고 출가자 연령 제한을 푸는 등의 여러 가지 방책을 제시하고, 또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모두 임시변통이며 고식책(姑息策)에 불과하다. 문제를 정면으로 보고 근본적인 장기적 대책을 수립하고, 그것을 모든 종도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책으로는 결혼하여 살림하는 출가자를 용인하는 길이 있는데, 이것은 정화불사 등이 조계종의 정체성과 곧바로 연결되기에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점이 있다. 그렇다면 전문적인 재가자들을 양성하여 스님들 영역의 일정 부분을 이관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방식은 스님들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지고 있던 것들을 많이 포기해야만 한다. 사찰의 총체적인 관리권을 일정부분 양도해야 한다. 재를 지내는 일 등 출가수행자의 본분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일 또한 재가 전문가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 그런 일들이 이루어지면 출가자들의 본분이 확실히 세워지는 부수적인 효과 또한 있을 것이다. 수행과 설법 등에 스님들이 모든 힘을 쏟게 되면 스님들의 자질 또한 향상될 수 있으며, 여러 가지 잡음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재정 문제 등에서 스님들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출가자가 지금 자신들의 권리라고 여기고 있는 것들(불교의 본질에 비춰본다면 실제로는 권리라 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을 일정부분 포기, 이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아깝다고 하면 해결책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제시가 유일한 길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근본 대책이라면 이 정도의 근본성과 실효성을 가져야만 한다. 스님 수가 적으면 오히려 희소성 때문에 스님들 위상이 올라간다는 식의 짧은 생각에 머물러서는 모두 함께 침몰하는 어두운 불교의 미래가 있을 뿐이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647호 / 2022년 9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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