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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학자가 반가사유상서 찾은 사유의 결정체

  • 출판
  • 입력 2022.09.05 14:39
  • 수정 2022.09.05 14:40
  • 호수 1647
  • 댓글 0

세계 최대, 최고의 걸작 한국의 반가사유상
문명대 지음 / 다할미디어
280쪽 / 2만7000원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  최고 걸작 반가사유상 6점 선정해 고찰
전래지·조성배경·도상·편년·위상 등 살펴 각 특징·연대·사상 구명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머리는 살짝 숙이고 왼쪽 무릎 위에 오른 발을 자연스레 올렸다. 오른 팔꿈치를 무릎 위에 올린 뒤 뺨을 살포시 괴고 있는 손가락과 반쯤 지그시 감은 채 깊은 사유에 잠긴 눈. 지적이면서 우아하고 탈속의 멋스러움까지 갖춘 반가사유상은 보는 이들까지 깊은 감동과 사유로 이끈다.

반가사유상이 전시된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는 관람객 발길이 잇따른다. 관련 전시, 무용, 연극, 기념품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외국에선 한국을 ‘반가사유상의 나라’라고 부를 정도로 한국의 이미지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그러나 명성과 달리 관련 연구는 극히 일천하다. 누가 어떤 의도로 조성했는지,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한국만의 특징이 무엇인지 기본적인 내용 연구조차 드물다. 국보 78호·83호 외의 반가사유상들이 여럿 있지만 여전히 외면 받고 있다. 일본 광륭사 소장 목조 반가사유상과 한국과의 관계는 피상적 이해에 그칠 뿐이다. 꽃이 만발했더라도 단단히 뿌리 내리지 못했다면 생명력을 이어가기 어렵다. 반가사유상이 꼭 그런 모양새다.

일평생 불교미술을 연구한 석학 문명대(83) 동국대 명예교수가 수년간 반가사유상 연구에 천착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자는 현존하는 100여 점의 반가사유상 중에서 가장 걸작으로 꼽히는 6점을 선별해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국보 78호 반가사유상과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신라에서 조성된 일본 광륭사 소장 목조반가사유상, 봉화 북지리 석조반가사유상, 충주 봉황리 마애반가사유상 및 마애교각미륵불상, 단석산 마애반가사유상 및 미륵불삼존입상이 그것이다.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 

먼저 국보 78호(높이 81.5cm)는 국보 83호(높이 91cm)와 더불어 금동반가사유상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저자는 국보 78호가 영주 흑석사나 북지리 대사 등 삼국시대 유식계통 사찰에서 봉안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양한 검토를 거쳐 고구려가 영주 지역을 점령했던 시대 고구려 장인이나 그 후예들이 고구려 영향 아래 조성한 신라 금동반가사유상이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국보 83호 내용도 흥미롭다. 앳되고 간결한 신라 미의 정점으로 꼽히는 83호는 안동지역 고찰이나 땅속에서 발견됐다고 알려졌듯 신라 초기에 조성됐을 것으로 판단한다. 저자는 미륵과 화랑도의 관계를 고찰해 ‘화랑이 곧 미륵의 화신이다’라는 명제를 거듭 확인시킨다. 이어 국보 83호가 신라 화랑의 예배상으로 열렬히 신앙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일본 광륜사 목조반가사유상. 
일본 광륜사 목조반가사유상. 

일본 국보 1호였던 광륜사 소장 목조반가사유상은 141cm로 극히 드문 목조반가사유상이다. 저자는 이 목조반가사유상이 600년대 초 신라에서 조성돼 기증됐다는 통설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경북 울진 봉화 지역 태백산의 적송으로 만들어진 신라의 걸작으로 높이 평가한다.

봉화 북지리 석조반가사유상.
봉화 북지리 석조반가사유상.

봉화 북지리 석조반가사유상은 현 높이 172cm 복원 총 높이 450cm 내외의 초대형 석조반가사유상이다. 지금은 애석하게도 상체와 머리 부분이 절단돼 장엄한 모습을 볼 수 없다. 저자는 불교조각사의 최고 권위자답게 사라진 상반신과 상호가 어떠했으리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추론해나간다. 또 이 상이 신라의 미륵상생신앙과 하생신앙을 알려주는 귀중한 사례로 들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충주 봉화리 마애반가사유상. 
충주 봉화리 마애반가사유상. 

충주 봉황리 마애반가사유상은 강인하면서도 우아함이 느껴지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와 짝을 이루는 교각미륵불상은 충주 고구려비와 함께 470~500년경 조성된 최초의 마애불이자 한국불상 걸작임을 입증한다. 마지막 단석산 마애반가사유상은 전형적인 고신라 반가사유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마애반가사유상으로 국보 83호의 국적을 정하는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음도 소개한다.

이렇듯 저자는 각각 반가사유상의 전래지, 조성배경, 도상 특징, 양식 특징과 편년, 위상도 하나하나 짚고 있다. 반가사유상이 지론종·섭론종 등 유가유식 종파에 의해 조성·신앙됐음을 밝히고, 각각 반가사유상의 도상과 양식 특징, 연대, 조형사상을 명확히 구명한 것은 뜻깊은 성과다.

 

반가사유상은 수행뿐 아니라 사유로도 깨달음에 이를 수 있음을 방증하는 보살상이다. 팔순을 훌쩍 넘긴 노학자의 오랜 경험과 깊은 사색으로 엮어낸 이 책은 반가사유상의 각론이며 모든 것을 드러낸 총론이다. 이제 한국조각사 집필에 매진하고 도상학도 정리하겠다는 저자 자체가 끊임없이 사유하고 정진하는 보살의 삶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47호 / 2022년 9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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