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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나’ 만들어준 인연에게도 감사를

기자명 효림 스님

감사함, 일상서 찾을 수 있지만
자신에 대한 감사도 잊지 말아야
자기연민 3요소 삶에 적용하면
보다 경쾌한 삶 누릴 수 있을 것

만나면 늘 행복한 기운이 흐르는 분의 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습니다. 차를 마시기 위해 앉은 탁자 중앙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습니다. “행복을 달라고 기도했더니 감사를 실천하라 했다.” 순간 ‘아!’하는 감탄이 올라왔습니다. 

10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SNS 단톡방을 활용해 감사 정진을 이어간 적이 있습니다. 하루 2~3가지 감사를 찾아 간단한 글을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대부분이 특별한 일상에 대해 글을 올렸습니다. 어딘가를 여행했다거나, 누군가를 만나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거나, 자랑거리가 생겼다거나 하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진을 그만두고 싶다고 개인 메시지를 보내온 분도 생겨났습니다. 사연을 물으니 감사 글을 쓰다 보니 자랑이 되는 것 같고, 누군가 질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였습니다. 놀랍게도 이런 피드백이 여럿이었습니다. 

날이 거듭될수록 감사 정진은 자연스럽게 일상의 작은 감사로 향했습니다. 언제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맑은 물, 쓰레기를 치워주시는 분들의 노고, 길가의 꽃들, 휴대폰, 안경, 우산 등. 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얼마나 많은 노고가 담겨있는지, 또 이것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하루 3개가 모자란 날들이 늘어 갔습니다. 

반대로 단 하나의 감사도 떠오르지 않는 날도 생겼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원하지만 갖지 못한 것들로 인해 무엇에도 감사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들입니다. 하지만 감사 정진을 다짐했기에 억지로 마음을 돌려 감사거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거짓이 되지 않으려면 솔직해야 했습니다. 찬찬히 마음을 들여다 보니 ‘불평을 하는 마음 또한 살아있기에 느끼는 질감이구나’하는 알아차림이 찾아들었습니다. 눈 두 개, 콧구멍 두 개, 팔, 다리, 우울감을 발산할 수 있는 포근한 이부자리, 안전한 주거공간, 평화로운 일상 등. 부정적인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충만함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힘들고 짜증스러운 순간마다 감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감사실천을 하면서 쉽게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감사입니다. 대부분 자신의 좋은 자질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부적절한 모습에만 초점을 맞추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데 편향된 관점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마음챙김-자기연민 8주 프로그램에서는 자기감사를 위해 자기연민의 3요소를 떠올리게 합니다. 첫째 마음챙김입니다. 좋은 자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보다 ‘아 나에게 이런 좋은 점이 있구나’하고 마음챙김 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들여다 보면 거기에는 그러한 좋은 자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 수많은 고마운 인연들이 보일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자기친절입니다. 자신에 대한 칭찬과 감사를 표현함으로써 자신에게 친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가혹한 잣대로 자신을 재단하느라 칭찬에 인색한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자신을 칭찬하고 격려한다면 삶이 보다 경쾌하고 즐거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보편적 인간경험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좋은 자질과 강점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 사람은 저런 점에서 훌륭하고 나는 이런 점에서 훌륭하다’고 말해주는 것입니다. 보편성에 근거해 나의 좋은 점을 칭찬해 주고 감사를 느끼는 것입니다. 

자, 잠시 시간을 갖고 자신에 대해 감사하는 것 3~4가지를 떠올려 볼까요? 천천히 마음을 열고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처음에 떠오르는 것들은 다소 피상적일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우수하다거나 좋은 점만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저 단순하게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발견된 것들이 있다면 좋은 자질들을 발달하는 데 도움 준 사람이 있는지도 떠올려 봅니다. 그들을 향해 자연스레 올라오는 감사를 전할 수도 있습니다. 나 자신에게 감사할 때, 오늘날의 내가 있게 해 준 모든 인연께도 감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에 대해서 좋은 느낌을 간직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음미해 봅니다. 

효림 스님 자비수행지도법사 metta4rest@naver.com

[1647호 / 2022년 9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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