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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재난의 시대, 인왕호국경에 지혜의 길 있다

  • 불서
  • 입력 2022.09.07 16:11
  • 수정 2022.09.09 08:25
  • 호수 1646
  • 댓글 0

독송본 인왕호국경
혜거 스님 감수·백진순 번역 / 동국역경원 / 1만원 / 196쪽

신라·고려시대부터 중시…재난 때면 독송으로 마음 모아
바른 가르침 수호야말로 국토·자신 수호하는 올바른 길

정선의 인왕제색도. 인왕산은 조선초 무학대사가 서산으로 불리던 곳에 인왕사를 세우면서 산 이름도 인왕산으로 바뀌었다. [문화재청]
정선의 인왕제색도. 인왕산은 조선초 무학대사가 서산으로 불리던 곳에 인왕사를 세우면서 산 이름도 인왕산으로 바뀌었다. [문화재청]

오늘날 인류는 재난에 대비한 다양한 방재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그럼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지진, 홍수, 태풍, 가뭄, 전쟁, 전염병 등 재난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는 한다. 지금도 그러한데 오래 전 우리 조상들은 재난이 닥쳤을 때 어떻게 했을까. 이런저런 자구책을 마련했겠지만 불교국가였던 신라와 고려시대에는 ‘인왕호국경(仁王護國經)’에 의지해 재난 극복을 기원하고 구성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인왕호국경’이 오늘날 불자들에게 낯설 수 있으나 장구한 한국불교사에서 ‘인왕호국경’은 ‘법화경’ ‘금광명경’과 더불어 호국3부경의 하나로 가장 많이 독송되던 중요 경전이었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혜거 스님)이 최근 펴낸 ‘독송본 인왕호국경’은 이 경전이 왜 그토록 오랜 세월 독송됐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지 보여준다. ‘독송본 인왕호국경’은 구마라집 스님이 한역한 한문 원문을 한글 독음 및 한글 번역본으로 각각 독송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누구나 쉽게 독송할 수 있는 독송본 역할은 물론 한문 원문에 주석을 단 원문교감본도 싣고 있어 연구서로서의 가치가 크다.

이 경전은 부처님 당시 인도 사위국의 왕인 바사닉왕이 자신을 비롯해 16대국의 왕들이 나라를 보호하고 편안케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부처님이 답하는 형식이다. 부처님은 대답에 앞서 대승불교 수행자들에게 불과(佛果)를 수호하는 인연, 10지(十地)를 원만히 성취하는 인연을 설한다. 그런 후에야 16대국 왕들이 나라를 보호하고 편안히 하려면 반야바라밀을 수지해야 할 것을 곡진하게 설한다. 이렇듯 이 경은 반야, 공, 보살행 등이 핵심 키워드로 대승의 심오한 교리를 담고 있다.

‘인왕호국경’ 중 유독 옛 사람들이 관심 가졌던 부분은 ‘호국품’이다. 정법이 멸하려 할 때 기상이변, 외적의 침입, 괴이한 질병 등과 같은 온갖 재난들이 창궐한다며 재난들로부터 국토를 수호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총 120여 차례 설행된 인왕백고좌(仁王百高座) 법회다.

신라에서는 511년(진흥왕 12) 처음 인왕백고좌 법회가 설행됐다. 이 법회는 국왕이 주체가 돼 법식에 따라 100개의 불상, 100개의 보살상, 100개의 아라한상 등 7가지 복전을 구비하고, 100개의 등·향·꽃 등으로 공양했다. 또 100명의 법사에게 청해 하루 2회 ‘인왕호국경’을 독송했다. 백고좌 법회는 국가의 태평과 백성의 안녕을 기하고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가와 자신을 보호하는 비법으로 수용돼 왔던 것이다.

유교국가인 조선에서도 인왕산에 세워진 인왕사(仁王寺)에서 ‘인왕호국경’을 독송했다. 인왕산은 고려시대까지는 서산(西山)으로 불렸지만 조선 초 무학대사가 인왕사를 세운 뒤 인왕산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왕의 처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 경을 안치하고 독송함으로써 임금과 국가의 안녕을 기원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다시 재난의 시대다. 전 세계가 전염병, 기상이변으로 신음하고 있다. ‘인왕호국경’의 준엄한 경고는 오늘날 더욱 의미심장하다.

“정법이 파괴되면 이것이 나라와 자기를 망치는 인연이 되어 온갖 재난으로 되돌아오니, 정법을 수호하는 것이야말로 국토와 자신을 수호하는 올바른 길이다.” 보다 많은 사람이 바른 가르침을 알고 실천하는 것은 자신과 사회와 국가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근간이라는 것이다.

‘독송본 호국인왕경’은 동국역경원장 혜거 스님이 감수하고, 백진순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번역했다. 혜거 스님은 “모든 이들의 책상 위에 이 경이 하나의 애독서가 되어 오늘날의 국난을 잘 극복하길 바란다”며 “부처님의 염원처럼 우리가 머무는 이 땅이 영원히 안락한 청정국토가 되어 모든 중생이 고난을 잊고 부처님의 부촉처럼 이 경전을 믿고 읽고 이해하면서 모든 이들이 국난을 일으키지 않을 선근을 쌓아 자성이 청정해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48호 / 2022년 9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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