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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영 칼럼 - 6.13 선거 결과와 과제

월드컵의 열기속에서도 유권자들은 현정권의 이른바 “홍삼게이트”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응징하였다. 지난 5년동안에 저지른 대통령의 정치적인 실패에 대한 국민의 역사적 심판이었다. 대북정책, 지역편중 인사, 각종 게이트사건과 관련된 자녀들의 부정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담겼다. 홍걸, 홍업 씨 등 대통령의 자녀들의 과욕이 낳은 부정부패는 노벨평화상의 권위까지도 파손하고 말았다. DJ역시 박수갈채 속의 퇴임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해 주는 선거였다. 이러한 밑바닥 민심의 분노에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이번 12월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인 6.13 지방선거의 결과는 당연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한나라당의 압승과 민주당·자민련의 완패는 유권자의 소리없는 함성이었다. 특히 한나라당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을 석권했고, 강원·충청지역에서도 승리의 깃발을 올렸다. 오직 충청권의 단결만을 호소하던 자민련은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던 김종필 총재의 정치생명도 벼랑에 섰다. 정부와 여당이 기대했던 월드컵의 특효약도 약발이 받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입후보자의 개인적 인물에 치중하여 표를 던진 경우는 극소수이며, 양당의 이회창·노무현 후보는 사실상의 대선운동을 한 것과 같은 수준의 선거운동을 하였으며, 유권자들 역시 대선후보에 대한 평가가 담긴 투표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정당투표제의 실시결과는 유권자들의 성숙된 민주의식을 엿볼 수 있다. 자민련을 제치고 민주노동당이 제3당으로 자리를 잡게되어 이 땅에도 진보정당의 존재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지역감정으로 인한 대립과 분열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참여도가 매우 저조했다는 것이다. 투표율이 사상최초로 유권자의 과반수가 안되는 48.4%에 그치고 말았다. 이렇게 국민들이 선거에 무관심하고 냉담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여야를 막론하고 믿을만한 정치인이 별로 없다는 불신풍조에 기인한다. 부정부패와 비리로 사법처리를 받은 제2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무려 20%나 넘었다. 정치인들의 한심한 정치행태와 흑색선전 등으로 정치혐오증에 걸린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의 승리를 한나라당의 것으로 보는 오만과 독선을 부려서는 아니 된다. 대안부재론에서 나온 반사적 이익의 성격을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부처님은 이렇게 가르치신다. “유리하다고 오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마라...” 특히 한나라당은 명심해야 한다.

이제 지방자치선거 결과는 뚜껑이 열렸고, 남은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가 제대로 자리를 잡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이와관련하여 이번에 각 지방의 수장으로 뽑힌 담체장들은 꼭 명심할 사항이 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주민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목민관’(牧民官)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옛날 봉건시대의 포도대장이나 지방 현감과 같이 권위주의적으로 군림하려는 의식이 추호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전제주의적 군주처럼 지역주민과 직업공무원들을 억압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여 선거비용을 환수하려는 검은 계산을 하여서는 안된다. 물론 이러한 제왕적 의식의 척결은 비단 지방관리들만의 몫은 아니다. 대통령, 장관, 공무원 뿐만 아니라 대학총장, 언론사 사장 등 우리사회에 이른바 ‘지도자’라고 자칭하는 사람들까지 해당된다. 우리 불자들은 민주화 시대에 걸맞는 ‘심부름꾼’이라는 민주의식을 가지고 이시대의 전륜성왕이 나오도록 기원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범국가적 범민족적 견지에서 지방사업을 구상하고 정책을 합리적으로 집행해 나가야 한다. 특히 환경문제,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각종 개발사업등에 있어서도 ‘지역이기주의’가 발호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역이기주의는 지역감정 못지 않게 나라를 망치게 하는 해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필(동국대 법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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