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자연과 문화를 수묵과 채색으로 담아낸 이호신 화백이 이번엔 한글에 마음을 담았다. 그림이면서 서예이고 서예이면서 그림인 새로운 양식의 ‘한글 뜻그림’을 통해 자연과 삶에 대한 사유를 독자들과 나눈다. 한글이 지닌 조형성과 문장을 시각 예술로 표현했다. 글에 담긴 내용이 이미지를 만나 극대화됐다. 그 속에서 화가적 감성으로 길어올린 모국어에 대한 인문학적 사랑이 담뿍 묻어난다.
작가는 한글을 ‘무명을 밝히는 세상의 빛’으로 규정한다. 표음문자인 한글 속 함축된 뜻을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며 한글 조형화 작업에 몰두해 왔다. ‘화가의 한글사랑’은 30여년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다.
‘불’이라는 글자는 붉은 그림 속에서 검은 불꽃 활활 타오르는 모습으로 표현됐고, ‘물처럼 바람처럼’이라는 글은 긴 한지 위에 물길과 바람의 여백을 만들며 흘러간다. 내용이 지닌 이미지가 극대화되는 동시에 시각적인 공감대를 만들어 낸다.
문자혁명을 통해 소통의 문을 열었던 세종대왕의 뜻을 되새기는 한글날과 잘 어울리는 책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51호 / 2022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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