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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종무행정 철학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10.11 15:01
  • 호수 1652
  • 댓글 0

인류가 직면한 ‘빈부‧기후위기’
스스로 탐욕 통제해야 해결 가능 
‘수행‧통찰 공간’ 시민에게 제공
뭇 생명 ‘요익‧평안’ 원력 돋보여 

제37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0월5일 취임했다.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취임법회에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중생의 아픔을 보듬고 세상의 벗이 되어 새 역사를 열어나갈 것”이라 선언하며 “한 톨의 씨앗에도 우주가 들어 있고 한 올의 새싹을 피워내는 데 온 우주의 기운과 정성이 필요하듯, 대한불교조계종을 운영하는 데 온 정성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향후 4년의 임기 동안 추진해 갈 종책 기조도 표명해 사부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신뢰받는 종교’ ‘존중받는 불교’ ‘함께하는 불교’를 천명했다. 지혜와 자비로 약자들을 보듬어 정의를 실현하며 종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신뢰를 받고, 전통문화의 정수인 불교문화와 문화유산을 보존하며 대중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진력해 존중받는 불교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또한 국민의 안녕을 위한 고품위의 휴식 공간을 조성해 ‘함께하는 불교’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이를 위해 템플스테이를 업그레이드하고, 세계적인 명상센터를 건립하는 것은 물론 명상, 치유, 문화, 휴식 등 복합적인 기능을 갖춘 종합불교센터를 도심 지역에 세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종교‧사회 양면에서의 불교의 역할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현대문명이 보인 이중성에 대한 진단과 대안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총무원장 종무행정 철학’이 농축돼 있기 때문이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지금 우리가 머물러 있는 이 사바세계는 공업(共業)의 인과를 분명하게 경험하고 있다”고 짚었다. 과학문명을 이끈 기술의 진보가 다양한 삶의 혜택을 주었지만 “빈부의 그늘은 깊어졌고, 탐진치 삼독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 인간의 이기심은 생태계 파괴로 인한 환경문제와 감염병의 창궐 등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대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의 지적 능력과 상상‧창조력이 빚어낸 ‘위대한 업적’이라 할 수 있는 현대문명이지만 근본적인 병폐도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안‧대책을 불교가 내놓아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윤원철 서울대 명예교수가 오래전 논문 ‘현대 한국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통해 진단했듯 현대인의 정신적 황폐증상, 즉 ‘물질만능주의, 인간의 존엄성 실추, 그리고 환경파괴 등 이 시대의 심각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물질문명 그 자체 내에서는 찾을 수 없다.’ 또한 ‘물질문명을 뒷받침해 주는 과학 지식과 기술도 그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추세를 원천적으로 되돌려놓는 방향의 원동력은 그 자체 안에 가지고 있지 않다.’ 해결 방안과 원동력은 ‘우주와 역사를 통틀어서 보는 총체적인 의미와 가치관을 확립함으로써만 가능’한데 ‘세상과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의미와 가치관의 제공은 종교에 기대할 수밖에 없으며, 한국불교도 이면에서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보았다. 불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자본주의 문제는 과잉생산과 과잉소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 슈마허(Schmacher, 1911∼1977)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잘못된 욕망을 부채질하며 자본주의는 지탱되고 있다’고 본 그는 ‘그것은 결국 사회의 부도덕성을 증가시켜서 지구를 파괴하고 결국 불행한 사회를 초래한다’고 예견했다. 그 예견은 틀리지 않았다. 과잉의 원인이 탐욕이라고 보면 그 탐욕을 통제할 때 우리는 물질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부처님과 역대 조사, 선지식이 설파했듯 그것은 ‘탐욕의 무모함과 허망함’을 체득 내지 깨달았을 때 가능하다. 한마디로 정진‧사유‧통찰을 통한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 

템플스테이 업그레이드, 세계적 명상센터 건립, 종합불교센터 설립 등을 통해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의중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겠다. 물질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다. 그 안에서 갖게 된 작은 마음가짐과 깨달음이 빈부의 그늘을 거두고, ‘지구 위기’ 난관을 넘어설 수 있다고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부처님께서 당부하신 ‘뭇 생명의 요익과 안락, 그리고 평안과 평화’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1652호 / 2022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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