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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현 언어, 김양수 붓이 만든 ‘선으로의 땟목’

  • 출판
  • 입력 2022.10.17 15:24
  • 수정 2022.10.17 19:41
  • 호수 1653
  • 댓글 1

선화와 선시
김양수 선화·석지현 스님 번역해설
민족사/ 152쪽 / 2만6800원

원감충지(1226~1292) 선사의 선시를 그림으로 담은 김양수 화백 作 ‘발을 걷으면’.

특유의 감각적 시선으로 선시를 풀어내며 한국문학에 ‘선시’의 장르를 개척한 석지현 스님과 스님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선화의 세계에 다양한 대상과 색을 접목시켜 일반인들과의 접점을 확장 시킨 선화가 김양수 화백이 만났다. 개척자와 확장자의 첫 만남은, 난해하다는 선의 세계를 아름다운 시어로 풀어냈고 그렇게 빚어진 시어를 한 폭의 그림에 담으며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보였다. 최초로 선화와 선시의 접목을 시도한 이 책은 3년의 기획과 다시 3년의 준비를 거쳐 6년 만에 비로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수행 끝에 완성된 깨달음처럼 오랜 산고 끝에 결실 맺은 책에는 ‘선화와 선시’라는 담박한 이름이 잘 어울린다. 덧붙인 ‘무애의 붓끝으로 깨달음의 그림자를 그리다’는 부제는 이 책의 진짜 가치를 절묘하게 대변해준다.

“선사들의 오도송, 그 속에 담긴 선의 정신을 올곧게 전달할 수 있어야 제대로된 선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 편의 선시를 풀어내는 글과 언어, 그 세계를 그려낸 선과 색 모두가 선의 정신을 내포하고 있어야 합니다. 다만 석지현 스님의 선시 번역과 해석은 이미 충분한 경지에 이르셨지만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이 속되게 그림을 그려 자칫 깨달음의 세계가 격하되거나 천박해질까 두려웠습니다.”

책을 세상에 공개하는 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양수 화백은 동석하지 못한 석지현 스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아낌없이 전했다. 김양수 화백 자신도 이미 수 차례 시화집을 발간한 바 있다. 그 자신 화가이자 시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시 앞에서 그는 다시 한번 옷매무새를 다듬고 하심했다. 선의 세계를 모두 담지는 못하더라도 그 경계로 이끌어주는 중간자, 뗏목 같은 역할만으로도 충분하다 마음을 비웠다. 그렇게 석지현 스님이 풀이한 170여편의 선시와 오도송을 한 편 한 편 가슴에 새기며 붓을 들었다. 170여편의 그림 가운데 다시 62편을 갈무리해 책에 담았다. 그렇게 6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번 작업을 통해 선사들의 마음과 직접 부딪히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 가장 큰 공부였습니다. 선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시의 마음, 그 자체가 되는 경험이었죠. 화두를 들고 참선을 하는 것도 수행이겠지만 선사들의 글과 말씀을 읽는 것도 선의 세계에 다가가는 방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김양수 화백은 출간을 기념해 10월19~28일 서울 안국동 법련사 내 불일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선의 세계를 너무 멀고 어렵게 여기는 이들에게 일상 가까이에 선의 세계가 있음을 그림으로 알려주고 싶은 바람이 담겨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53호 / 2022년 10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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