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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응징은 협력을 강화한다 

기자명 남춘호

“아빠, 나 더 이상 포켓몬빵 안 살거야” 평소 포켓몬빵에 목을 매던 초등학교 2학년 딸이 한 말이다. 모두 알다시피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SPC그룹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은 단지 어린 여성노동자 한 명이 사망해서가 아니라, 고인의 죽음조차 능멸한 회사, 단지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회사에 대해서 사회적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산업재해 분야에서는 ‘1대 29대 300법칙’이라고도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중대사고가 1건 발생했다면, 같은 원인으로 29건의 작은 사고가 발생했고, 다행히 피해는 없지만 부상당할뻔한 사건이 300번 있었다는 것이다. SPC 공장에서는 동일한 원인으로 많은 사고가 있었지만, 그 원인을 해결하지 않아, 결국 사망사고까지 이른 것이다. 이 사고 후 며칠 뒤에도 SPC계열의 다른 공장에서 손가락 절단사건이 있었다 하니, 누가 안전불감증으로 사회에 피해를 입히는지를 초등학생조차 다 아는 것이다.

사회 구조적으로 볼 때, 비분강개할 점은 이러한 무임승차자가 사회의 근간이 되는 협력의 원칙을 깨뜨린다는 것이다. 무임승차자는 응당 해야 할 수고는 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이득을 챙긴다. 게다가 무임승차자에게 피해를 보는 이가 사회적 약자일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사회적 약자가 더 힘센 무임승차자들에게 착취당하면, 도전할 자원을 더 이상 얻지 못할뿐만 아니라 의지와 희망마저 꺾여 세상을 원망하게 되는 것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협력을 선택했다고 한다. 큰 집단을 만든다는 것은 집단 구성원 간의 협력 체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낯설게 바라볼 수 있다면, 서울이라는 지역에 천 만명이라는 인간이 모여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매우 경이로운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상대방과의 협력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까?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 시뮬레이션으로 찾은 최상의 전략은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이다. 이는 ‘선한 의지에 기반한-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즉 내가 상대방에게 도움을 줬을 때, 상대가 협력하면 나 역시도 협력하는 것이고, 만일 상대방이 배신한다면 나 역시도 배신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협력하는 상대를 만나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다.

고민의 지점은 상대방이 나를 배반했을 때다. 가끔 상대방의 배신을 응징하지 않고 용서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나빠질까봐 염려스럽기도 하고, 또는 온화한 성격 등 여러 이유로 망설이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배반을 응징하지 않는 것은 “다음에 또 배반해도 괜찮다”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누군가와 협력을 계속하고 싶다면, 상대방의 배반 행위를 아무 조건없이 용서해선 안 된다. 오히려 상대방의 배반에 대해서는 정당한 범위 내에서 즉각 응징해야 한다.

그러면 사회 관계에 응징의 악순환만 남는 거 아니냐고 우려할 수 있다. 이때 우리에게는,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모든 인간은 자기 생각이 맞다고 착각하는 “무지의 오만”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 즉, 내 생각이 틀릴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하므로, 가끔씩은 상대방의 실수에 대해서도 관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혜를 베품으로서 상대방의 사과를 이끌어내서, 다시 협력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팃포탯 전략의 핵심은 오히려 선한 의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도 내가 먼저 시혜의 손을 내밀어야 하고, 응징의 악순환을 끝내고 협력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도 내가 먼저 관용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시작도 끝도 선한 의지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에는 정치인의 문제행동, 기업의 횡포, 각종 갑질, 크고 작은 범죄 등, 다시 협력구조로 돌려놔야 할 것이 여전히 많이 있다. 불편하겠지만, 배반 행위를 정당하게 응징하는 것을 망설이지 말자.

남춘호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연구위원
namchoonho@naver.com

[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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