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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계를 사는 지혜

기자명 효림 스님

역경계, 해탈로 이끄는 건널목
경전서도 수행으로 극복 강조
자신감·자기돌봄 연습 도움 돼
마음·뇌 지속적인 훈련도 함께

팬데믹, 경제 불황, 질병, 예기치 않은 사고, 불평등, 이별, 배신 등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는 이러한 힘겨움과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한 고비 넘겼구나 하는 순간 또 다른 장애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불자로서 우리는 삶의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불교전통에서 우리가 사는 세계를 사바세계라고 합니다. 사바란 범어를 음역한 말로 그 뜻을 풀이하면 감인토(堪忍土) 즉, 갖가지 고통을 참고 견뎌나가야 하는 세상이라는 말입니다. 지옥 중생들은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반대로 천상의 중생들은 너무나 편해서 수행의 마음을 내기 어렵지만 사바세계 중생들만은 성불을 서원하며 수행정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살면서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순일하면 좋을 것 같지만 수행의 시각으로 보자면 역경계야 말로 해탈의 길로 이끌어 주는 건널목이요, 마음그릇을 넓힐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보왕삼매론’에는 역경계를 통과하는 지혜가 너무도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아직 ‘보왕삼매론’을 접하지 못하셨다면 꼭 찾아서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법정 스님께서는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데 삶의 묘미가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어려운 일을 당하거든 그릇을 키우는 소식으로 알고 성인들의 말씀을 의지해 어떻게 딛고 일어설지만 궁리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참고 견디면서 인간의 무게를 길러야만 깊숙한 곳에 자리한 생명의 씨앗을 비로소 피울 수 있다고 일러주셨습니다. 티베트 경전 ‘마하무드라’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어떤 고난이 오든 수행으로 매진하라. 그렇게 수행하면 모든 상황이 명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시련에 무작정 우리 자신을 내몰수는 없는 법입니다. 누군가는 일상의 어려움을 파도타기 하듯 잘 다루는가 하면, 누군가는 힘겨움에 맞서 싸우다가 오히려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 같은 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힘든 상황을 돌파할 수 있도록 내면에 용기와 지혜의 자원이 잘 구축되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러한 힘과 지혜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거나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심리학적 용어로 이것을 ‘회복탄력성’이라고 합니다. 

먼저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회복탄력성이나 마음의 건강을 이야기 할 때 타인과의 유대관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정서적으로 신뢰와 지지를 받을 때 인간은 인지적, 심리적, 신체적 유연성이 커지면서 내적 자원이 확장되고 단단해 집니다. 이러한 긍정적 관계는 장애물 앞에서도 자신감을 갖게 합니다. 특히 직접적으로 얼굴을 마주하면서 가볍게라도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긍정적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면 가장 좋습니다. 또 나 자신과 따뜻하게 연결되는 자기돌봄 연습이 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나’에게만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것은 외로움과 단절감을 키우면서 더욱 상처받기 쉬운 상태로 만듭니다. 

두 번째는 우리의 뇌를 스트레스 앞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위험보다 과잉반응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흥분상태에서는 합리적 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뇌는 우리가 자주 반복하는 생각과 행동을 따라 강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 신경과학은 긍정적인 방향에 일부러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일단 멈추고 무엇이 일어났는지 찬찬히 알아차림하면서 사건에 대한 자동반응이 아닌 지혜로운 반응을 선택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수행은 반복입니다. 늘 새롭게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중도하차의 유혹을 물리친 사람들입니다. 순간 순간 내게 힘을 주는 삶의 가치와 목적을 서원하면서 지금-여기의 의도를 새롭게 해야 합니다. 명확한 목표와 확실한 계획이 있을 때 우리는 힘든 순간을 훨씬 더 잘 참아내면서 견딜 수 있게 됩니다.

효림 스님 자비수행지도법사 metta4rest@naver.com

[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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