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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가 비워둔 마음 한 뼘, 그곳에 찾아든 행복 이야기

  • 출판
  • 입력 2022.11.07 14:21
  • 호수 1656
  • 댓글 0

행복은 빈곳으로 찾아든다
초격 스님 지음 / 더북스
320쪽 / 1만8000원

코로나19 확산에 대면 활동 줄어들며 전하지 못한 말 글로 정리
"스스로에게 보내는 경책” 머릿글 속엔 소통 넓히려는 고민 담겨

앞치마를 두르고 연지를 청소하는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사진 오른쪽)과 회주 밀운 스님의 한가로운 한때가 카메라에 담겼다. [하만 김훈래 봉선사문화특보 제공]
앞치마를 두르고 연지를 청소하는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사진 오른쪽)과 회주 밀운 스님의 한가로운 한때가 카메라에 담겼다. [하만 김훈래 봉선사문화특보 제공]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내’가 소중하다는 것은 ‘남’이 나보다 뒷전이라는 뜻이 아니다. 나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즉 모두가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내가 다 가져서는 안된다. 남을 위해서 이 세상을 조금 비워두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남의 행복을 위하는 길이다.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 비워둔 곳, 온갖 감각과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바로 그 자리에 행복이 찾아든다.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이 전하는 메시지다. 물론 세간을 향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경책하는 의미”라고 서두에 못 밖았다.
 
조계종 25교구본사, 교종본찰 봉선사의 주지로 부임한지 3년째, 스님은 숨 가쁘게 달렸다. 법회 활성화부터 사찰 행정 정비, 스님들 복지제도 정착 등이 차례차례 제자리를 찾았다. 한숨 돌리는가 싶었는데 광동학원 이사장 소임이 다시 주어졌다. 광동학원은 독립운동가이자 당대 대강백인 운허 스님이 1946년 인재양성을 목표로 설립한 교육불사의 거목이다. 이제는 지역 명문으로 자리한 학교법인의 소임은 막중하다. 지금 다시 스스로를 경책하는 이유다. 마음 한자리 더 비우고 하심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계절의 변화와 세상일의 흐름을 따라 쓰고 사람들에게 전했던 이야기들을 지금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가장 큰 경책으로 삼고 있다. ‘지금 내 마음자리에 빈 곳이 있는가.’ 스님의 질문이다. 

글은 오랜 세월 차곡차곡 써내려간 단상들의 결실이다. 누구에게 내보일 생각도 없었고, 책으로 엮을 생각도 없었다. 불교방송에서 1년간 생방송 ‘살며 사랑하며’를 진행하며 직접 원고를 쓰기도 했지만 종단 내에서 소임을 맡기 시작하면서는 들어오는 원고청탁도 정중히 사절했다. 하지만 소임이 늘어나는 만큼 고민도 커졌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썼다. 

“봉선사 주지 소임을 맡으면서 글을 더 많이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환경이 바뀌는 상황에서 어떻게 교구를 운영하고 신도들과의 접점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들이 특히 많아졌죠. 그런 과정에서 얼굴을 보지 못하는 신도들에게 직접 전하지 못한 말들이 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모인 글들은 법석의 법문이고 지대방의 차담이다. 스스로를 향한 경책이자, 누군가를 향한 편지이고, 살짝 내보이는 일기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시골 냇가에서 물놀이하다 출출하면 물고기를 불에 구워 먹던 일을 떠올리며 반성도 하고 잘 여문 가을의 한복판에서 ‘한 티끌 속에 온 우주가 다 들어있다’는 의상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기도 한다. 

글과 생각들을 따라가는 동안 봉선사의 사계절이 그대로 독자에게 전해진다. 60여편의 글이 네 계절의 흐름에 맞춰 담겨 있기 때문이다. 봉선사의 계절과 신도들의 신행활동, 초격 스님의 표정을 잘 포착은 하만 김훈래 봉선사문화특보의 사진이 읽는 재미 못지않게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우리가 누리는 풍요와 편리함 뒤에는 낙엽의 결실처럼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습니다.… 그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라는 결실이 모여 우리에게 풍요와 편리함이라는 큰 결실을 맺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그들의 노고와 희생을 잊지 말고 고마워해야 할 이유입니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낙엽으로 화신하신 부처님께서 우리를 경책하십니다. 낙엽 또한 위대한 결실이라고요.’

첫 장부터 읽지 않아도 된다. 가을편 어느 페이지를 쓱 펼쳐 읽어도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 술술 흘러나온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56호 / 2022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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