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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용(철웅·57) 참선수행 - 상

기자명 법보

부처님 가피로 큰 사고 피하고
불교 중흥 위해 힘쓰겠다 발원
연중무휴 일에 지쳐 찾은 절서
마삼근 화두 받고 일·수행 병행

철웅·57
철웅·57

어린 시절, 불교를 잘 알진 못했지만 절에 열심히 다니셨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항상 호감을 갖고 살아왔다. 그러다 입대 후 우연히 부대의 불교 군종병에 선발되면서 매주 3번씩 절에 다니게 됐다. 원해서 된 것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제대하기 전에 ‘반야심경’ ‘천수경’ 등 기본적인 경전을 외울 수 있었다.

제대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원래는 자동차 정비를 전공했는데, 일본에서 갑자기 외국어에 흥미를 느꼈고 불경을 원문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중국문학을 공부했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중국어를 전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힘든 생활을 이겨내고자 아주 좁았던 방 한켠에 불상을 모시고 시간이 날 때마다 108배를 했다. 누가 취미를 물어보면 절이라 할 정도였다.

서예학원에 가서 두 달 동안 불(佛)만 쓴 적이 있다. 그러던 중 차가 몇 바퀴나 구르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운전했던 친구는 뇌수술을 2번이나 했는데, 조수석에 있던 나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어안이 벙벙한 채 혼자 집에 와 거울 속 나에게 ‘너는 참 운도 좋다. 친구는 사경을 헤메고 있는데 어쩜 그렇게 너는 멀쩡하냐’며 자책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목에 차고 있던 부처님 목걸이가 갑자기 뚝 떨어졌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운이 좋아 멀쩡한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피 덕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살아오며 많은 고비를 넘겼는데도 한 번도 다친 적이 없었다.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부처님께 귀의하며,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힘쓰겠다고 마음 속 깊이 다짐했다. 그렇게 대학 졸업반 때는 40일 동안 걸어 일본 시고쿠에 있는 88개 절 순례에 도전하고, 졸업논문으로 ‘중국의 선시’를 썼다. 

졸업하고 2년 뒤, 아무런 연고도 없던 제주에서 자영업을 시작했다. 젊은 패기로 아침부터 새벽까지 연중무휴로 일했다. 얼마나 일했을까, 결국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시간을 내 사찰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39세가 되었을 때 친구의 소개로 백일기도를 처음 접했다. 무언가 특별히 원하지 않았기에 그저 ‘감사합니다’만 되뇌이며 열심히 참여했다. 

법당에 들어가면 모든 부처님께 삼배씩 인사를 올린 뒤, ‘천수경’을 독경하고 108배를 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금강경’과 ‘반야심경’을 읽고 법당을 나섰다. 본가에서 아무리 가까운 절이라도 최소 두 시간 이상씩 소요됐기에, 개인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하루도 쉬지 않고 절에 찾아다니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단 절을 찾아가거나 백일기도에 참여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매일같이 힘이 솟고 힘들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잠시나마 사업장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회향하는 날이면 너무나 기뻤던 그 성취감에 열심히 다녔던 것 같다.

항상 같은 곳에서 기도하다 보니 가능한 많은 사찰에 가보고 싶었다. 대학 시절처럼 전국 사찰을 돌고 돌았다. 교통편이 좋지 않은 곳도 대다수였다. 한번은 몇 시간이나 걸려 제주 한라산에 있는 석굴암과 천왕사에 올라가는 등 한동안 불교에 아껴둔 열정을 불태웠다. 

승용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전국 사찰 순례를 몇 번 다닌 적도 있다. 우리나라 삼면의 푸른 바닷가를 배경으로 전국을 일주했다. 두 번째 일주를 떠났을 때는 16일간 170곳 이상의 절을 순례했다. 그때 3300km를 달렸는데 자동차 유류비보다 국립공원 입장료와 주차장 비용이 더 많이 나왔다.

그러다 약 10년 전, 한 사찰에서 참선이라는 것을 배우게 됐다. 당시 사찰에서 만난 스님은 ‘마삼근(麻三斤)’이라는 화두를 안겨줬다. 마삼근이 무슨 뜻일까? 이 화두를 항상 가슴에 품고 참선하며 21일 단식 수행을 하기도, 3000배를 올리기도 하며 정진했다. 백일기도 역시 꾸준히 참여하면서 몇 년간 일과 수행을 병행했다.

50세가 되면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소원이 이뤄졌는지, 만 50세 생일이 되던 날 제주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 때 일을 그만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부처님의 가피 덕분이라 생각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주 고객으로 하는 사업이었는데, 정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드 설치 관련해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1656호 / 2022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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