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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 이태원 희생자 추모·안전사회 발원하며 온몸 던지다

  • 교계
  • 입력 2022.11.09 16:23
  • 수정 2022.11.09 21:29
  • 호수 1657
  • 댓글 7

조계종 사회노동위, 11월9일 조계사부터 남대문까지 오체투지…15명 참여
11일까지 진행 이태원 현장서 마무리…진상규명·유가족 공간마련 촉구도

조계종 사회노동위(위원장 지몽 스님, 이하 사노위)가 또다시 온몸을 낮췄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당한 이들을 추모하고 사건의 진상과 책임 규명을 촉구함과 동시에 이러한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곳곳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해소,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아스팔트 바닥에 몸을 던진 스님들의 얼굴엔 흙과 먼지가 가득했지만 진상 규명, 유가족 공간 마련, 안전 사회를 발원하는 스님들의 의지만큼은 더없이 결연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는 11월9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부상자 쾌유와 진상규명 및 안전세상 발원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이번 오체투지는 9~11일 총 3일간이며 첫날은 조계사에서 남대문 경찰서까지, 이튿날은 남대문 경찰서부터 삼각지역까지, 마지막 날은 용산집무실-전쟁기념관-녹사평역을 지나 이태원 현장까지 이어진다.

첫날 오체투지에는 지몽 스님을 비롯해 사노위 소속 혜문·법상·혜찬·서원·동신·보현·한수·고금·시경·도승 스님 등 11명과 조희주 전교조 용산참사진상규명위 공동대표, 권승복 전 공무원 노조 등 재가위원, 박영락 KCRP 정의평화위원회 목사, 고태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운영위원이 참여했다.

오체투지에 앞서 위원장 지몽 스님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분들을 추모하며 유가족 분들과 많은 국민들의 분노, 슬픔 그리고 고통이 조금이라도 녹아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거리에 몸을 눕히겠다”며 “참사의 진상이 명백히 밝혀져 정부와 경찰, 행정당국의 관련 책임자들이 응당의 대가를 받고 두 번 다시는 이 허망하고 가슴 아픈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한 염원을 담아 거리에 몸을 던지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올바른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철저히 피해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실감 속에서 슬픔과 두려움에 계실 피해자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진상규명의 첫 출발점일 것”이라고 유가족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의 부실 대응과 책임 회피를 지적한 스님은 “대통령으로서 이번 참사에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한다면 유가족들의 고통과 슬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것”이라며 “그 공간에서 소통하고 나눈 가족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피해자 가족들이 요구하는 조사와 진상을 국가는 성실히 임하길 바란다. 대통령과 정부는 가족을 모이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유가족이 한 장소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회문제와 관련 사노위와 지속적으로 연대해온 박영환 목사도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사고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197명으로 확인됐다. 21세기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발생한 말도 안되는 참사다. 그러나 이는 충분히 예견되었고 막을 수 있었다. 국민 생명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지 않은 정부와 관계자들에 분노를 느낀다”며 “윤 대통령은 유가족들의 피끓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라. 그리고 남의 이야기라 치부하지 않고 응답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이 마무리 된 후 사노위 스님들과 활동가들은 지몽 스님의 죽비에 맞춰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한 배 올릴 때마다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지만 스님들은 쉬지 않고 목적지인 남대문 경찰서까지를 묵묵히 나아갔다. 재가자 위원들은 손에 ‘진상규명 발원’ ‘희생자 가족 공간 마련’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피켓을 들고 스님의 걸음에 발을 맞춰 걸었다.

오체투지가 마무리되고 사노위 부위원장 서원 스님은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사노위 스님들과 현장을 다녀왔는데 그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유가족은 누구보다도 큰 상실감에 빠져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치인들은 니탓내탓하며 책임을 떠밀고 있다. 하루빨리 진상이 규명되고 대책이 마련돼 다시는 이런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화란(서경) 포교사는 “길을 가다 스님들께서 오체투지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사고가 발생한지가 며칠째인데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도, 발표도 없는지 답답하다. 오늘 스님들의 노력이 꼭 정치권에 닿아 조속히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57호 / 2022년 1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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