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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형수, 부처님 만나 불제자로 새 삶 얻다

  • 해외
  • 입력 2022.11.11 20:40
  • 수정 2022.11.12 07:16
  • 호수 1657
  • 댓글 3

자비스 제이, 1985년 교도관 살해사건 연루돼 사형선고
보살 삶 서원·강연 등으로 전법 앞장…법사 품수도 받아

자비스 제이 법사.
자비스 제이 법사.

어렸을 적부터 폭력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오며 30년 이상 교도소에서 수형생활하고 있는 미국 사형수가 부처님 법을 만나 불제자로 거듭난 이야기가 화제다.

라이온스로어, 트라이시클 등 외신에 따르면 자비스 제이(Jarvis Jay)는 1962년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헤로인 중독자였다. 이 때문에 유년시절부터 폭력에 시달리고 방치됐다. 다섯 살 때부터 위탁가정을 전전했으며 상습적으로 가출했다. 이후 이모와 공공주택에서 함께 지낼 때도 말썽을 일으켜 끊임없이 소년원을 들락날락했고, 결국 19세인 1981년 무장강도 혐의로 산 쿠엔틴 주립교도소에 수감됐다. 

1985년 자비스는 ‘할 버크필드 교도관 살해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당시 그는 다른 층의 방에 있었다. 증거라곤 다른 재소자들의 증언뿐이었는데 증언을 위해 검찰청이 뇌물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재소자 대다수는 훗날 증언을 철회했으며 2001년에는 다른 재소자가 흉기를 만들었음을 시인했다. 

페마 초드론과 함께 찍은 사진.
페마 초드론과 함께 찍은 사진.

자비스는 1990년 티베트불교 스승인 차그두드 툴쿠 린포체(Chagdud Tulku Rinpoche)를 만나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그의 소식을 접한 린포체는 그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불교를 가르쳤다. 자비스는 사성제를 마음에 새겼고 보살의 삶을 서원했으며 법사 품계를 받았다. 그는 “2002년 린포체 입적 이후 페마 초드론(Pema Chödrön) 스님을 ‘법의 어머니’라고 부르며 수행을 지속해왔다”며 “수행은 험한 감옥 생활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천이었다”라고 전했다. 

미국이 다민족국가인 만큼 재소자들의 배경도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흑인, 멕시코에서 불법 입국한 갱단원 등 다양하다. 그렇기에 항상 사고가 일어나며 이러한 환경을 견디지 못한 재소자 중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는 불교를 접한 뒤 수행을 멈추지 않았다. 자비스는 “교도소에서의 수행은 어려운 일이지만 동시에 완벽한 장소”라며 “교도소의 차갑고 딱딱한 바닥은 ‘지금, 여기’로 돌아오게 하며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고 설명했다. 

변화된 자비스의 모습에 감명받은 재소자들이 종종 그를 찾아 상담한다. 자비스의 인내심, 평화로움 등을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재소자들이 불교를 마음의 안식처로 여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비스는 “재소자들에게 영적 생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명상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재소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방황하는 사람들이 그의 조언을 구하고자 보내는 편지에 답장으로 부처님의 지혜를 전하며, 때로는 교도소에서 불교가 그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강연하기도 한다. INEB자문위원이자 버클리 젠센터 수도원장 호잔 알란 세나크 스님은 그에 대해 “삶과 죽음이 갈린 상황에서 수행의 힘을 보여주는 스승 중 한 명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책을 여러 권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불교가 어떻게 삶에 녹아들었는지, 그로 인해 어떻게 변화됐는지 등이 담긴 그의 책들은 세간에 주목을 받았다. 1997년 초판된 첫 저서 ‘자유를 찾아서’는 이후로도 여러 차례 인쇄됐으며 ‘그 새는 내 날개를 가지고 있다: 결백한 남자의 자서전’ ‘자유를 찾아서: 어떻게 사형선고가 파괴한 나의 마음을 열었는가’ 등도 주목을 받았다. 미국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대표적인 그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자비스는 “‘불교’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또 스스로를 불자라고 내세우지 않는다”며 “나의 행동방식이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57호 / 2022년 1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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