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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치유 템플스테이 필요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11.14 14:23
  • 호수 1657
  • 댓글 0

연이은 책임 회피성 발언에 ‘분노’ 
진상규명 위한 국정조사 공감 확대
살아난 사람도 ‘충격‧공포’ 지속 
구호에 나선 시민 ‘죄책감’ 시달려

조계종 사회노동위가 9~11일까지 3일 동안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리며 오체투지 했다. 첫날은 조계사에서 남대문 경찰서까지, 이튿날은 남대문 경찰서부터 삼각지까지, 마지막 날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전쟁기념관-녹사평역을 지나 이태원 현장까지 이어졌다. 오체투지에 앞서 전한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의 호소는 울림이 크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분들을 추모하며 유가족분과 많은 국민의 분노, 슬픔 그리고 고통이 조금이라도 녹아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거리에 몸을 눕히겠다.” 

이에 앞서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추모법회를 봉행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도 추도사에서 “사랑하는 아들, 딸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유가족 여러분의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마음 깊이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사회적 참사가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를 되뇌어 왔지만 그 약속을 또 지키지 못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지킬 수 있었던 생명들이기에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애도했다. 아울러 조계종은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 가야 할 것”이라며 재난안전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재구축을 당부했다. 사노위는 “참사의 진상이 명백히 밝혀져 정부와 경찰, 행정당국의 관련 책임자들이 응당의 대가를 받고 두 번 다시는 이 허망하고 가슴 아픈 참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조계종과 사노위가 언급했듯이 인파 집중을 예견하고 통솔에 최선을 다했다면 서울 한복판 길거리에서 15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사태의 심각성이 알려진 사건 발생 4시간 전부터라도 최선의 대응에 임했다면 인명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 참사의 원인을 분명하게 짚어야 한다. 그래야 개선된 재난안전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참사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인파에 대한 사전 대비는 왜 안 했는지, 국민 안전을 위한 군중 통제보다 마약 수사가 우선이었는지 등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참사 직후부터 지금까지 보인 정부 행보는 ‘이 사안의 엄중함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일으킨다. 실수라고 하기엔 도를 넘은 언행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참사 발생 직후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핼러윈 데이 참여 인파와 관련해 “그 전과 비교할 때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건 아니었다”고 하는가 하면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사전 준비에 철저하지 못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변명으로 들린다. 여기에 대통령실은 “주최 쪽 요청이 없으면 경찰이 나설 법적‧제도적 권한에 한계가 있다”며 두둔했다.

20대 청년들이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의 책임성’을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웃음을 띤 채 농담을 했다.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는 중 수석들의 자리에서 웃음소리가 났다고 한다. 급기야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가 전 국민 앞에 드러났다.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필담이었다. 두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어 “사적 대화였다”고 해도 가당치 않다. 전 국민의 가슴이 먹먹한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눴기에 ‘웃기고 있네’라고 답한단 말인가.
 
여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에 앞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주문하면서도 “막연하게 정부 책임이라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무슨 뜻인가? 국민의 안전에 관해선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건 정부 아닌가? 이런 식의 책임 회피성 언행이 지속될수록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에는 더 큰 힘이 실린다. 

현재 누구보다 고통받는 건 유가족이다. 또한 현장에서 구조된 사람이나 부상자, 구조를 도운 사람도 충격과 공포, 죄책감 등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불교계가 안아야 한다. 조계종의 경우 ‘템플스테이 특별 프로그램’을 가동해 그들의 심신 안정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어야 한다. 전국의 불교명상심리센터도 이들을 위해 나서주기 바란다.

[1657호 / 2022년 1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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