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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광부들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

기자명 안직수

핼러윈 참사로 우울하고 분노스럽던 11월4일 밤, 경북 봉화의 아연광산 지하갱도에 갇혔던 광부 2명의 무사생환 소식이 속보 자막으로 나왔다.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며 그들의 생환 소식을 몇 번이고 들었다. 어둡고 두려운 공간에서 9일간의 사투 끝에 무사히 구조됐다는 뉴스는 핼러윈 참사로 인한 우울한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주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이 사건 일지를 보면서 불교에서 말하는 ‘동체대비’의 마음이 바로 이런 가르침이구나 새삼 깨달았다. 어두운 갱도에 갇혀 생사를 다툴 동료들을 위해 밤낮을 쉬지 않고 탄광을 파들어간 동료 광부들의 마음이 곧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동체대비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공사기록을 보자. 10월26일 오후 6시 아연광산 지하갱도가 무너졌다. 이에 27일 소방본부 등 289명이 투입돼 지하갱도 27m를 팠다. 28일 광산 인부들로 구성된 자체 구조대 12명이 4개조를 이뤄 30m를 굴착한데 이어 31일에는 50m를 파 들어갔다. 이후 천공기를 사용하면서 11월1일 64m, 2일 98m로 거리를 좁혀갔고, 3일에 광부들과 20m 거리까지 좁힌 결과 4일 구조됐다고 한다.

물론 여러 요건이 있었을 것이지만, 소방대원 289명이 하루 파낸 거리보다 다음날부터 3명씩 4교대로 파들어간 거리가 훨씬 길다. 추위보다 더 짙은 땀과 눈물을 흘려가며 ‘어쩌면 저 안에 갇힌 사람이 나였을지 모른다’는 동체대비의 마음으로 구조작업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동병상련(同病相憐), 즉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동정하고 돕는 마음이 없었으면 그와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 생각해본다.

여러 언론매체에서 광부들의 무사귀환에 대해 칠레 광산의 예를 들기도 하며 ‘기적’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과연 기적일까? 기적은 요행, 또는 절대적 존재의 힘에 의한 결과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매몰된 광부들과 동료 광부들의 노력을 기적이란 말로 표현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이번 일은 동체대비심을 일으킨 동료 광부들의 지극한 마음, 즉 자비심이 만든 결과다.

동료 광부들은 밤낮으로 토사를 걷어내며 ‘언젠가 내가 저렇게 된다면…’이라는 심정으로 일체감을 느끼고 죽을 힘을 다했을 것이다. 내가 매몰된 심정으로 얼마나 안타까워하며 땅을 파 내려갔을 것인가. 그 마음이 바로 보살의 마음이다. 또 살아서 돌아온 그들을 누구보다 환한 미소로 맞이한 동료들의 얼굴이 곧 보살의 얼굴이다. 어둡고 좁은 공간에 갇힌 광부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자녀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힘든 노동자의 길로 접어들었던 그 광부들은 동료를 믿고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으리란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을 것이다.

“아버지, 밖에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아버지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아버지의 생환을 기도하는 아들의 편지 내용이 절실하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배움이 많던 적던, 모든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마음은 ‘단장(斷腸, 애간장이 끊어짐)’의 마음이다. 새끼를 잃고 울부짖던 어미 원숭이가 죽어 그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모두 끊어져 있었다는 중국의 고사 내용처럼, 나는 비록 힘든 일을 하더라고 자녀들은 행복하고 안락하게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은 것이다. 그 마음으로 위험한 갱도일을 택했고, 그 마음이 결국 생환의 결과를 만든 것이다.

여기에 더해 평택 명법사 신도들이 광부 2명에게 성금 300만원씩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 기금은 얼마전 평택의 SPC 빵공장 사망자를 위해 마련했던 것인데, 유족이 더 보람된 일에 사용해 달라며 다시 희사한 기금이었다. 이를 간직하고 있던 중 광부들의 소식을 접하고 얼마간이라도 마음 편히 휴식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금을 전달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처럼 아름답고, 서로를 아끼고 돌보는 일이 더 종종 들려오기를 바란다. 동체대비를 실천해 준 봉화 광부들과 명법사 신도들께 감사드린다.

안직수 복지법인 i길벗 상임이사 jsahn21@hanmail.net

[1657호 / 2022년 1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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