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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멸하신 부처님을 다시 모시다

  • 출판
  • 입력 2022.11.14 15:34
  • 호수 1657
  • 댓글 0

사리
신대현 지음 / 도서출판 혜안
304쪽 / 2만원

인도·아시아 전역에 널리 퍼진 사리신앙은 불교사와 맥을 같이 해
장엄부터 친견·이적 설화 등 역사까지 아우러…풍부한 도판도 압권

11월2일, 익산 미륵사석탑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가 국보로 지정됐다. 2009년 미륵사석탑 심주석 사리공에서 사리와 사리장엄구가 발견된 후 13년 만의 일이었다. 사리장엄구는 사리를 탑에 안치할 때 사용하는 용기와 공양물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미륵사석탑 사리장엄구는 출토 당시 금동사리외호, 금제사리내호, 각종 구술과 청동합 6점, 그리고 부처님 진신사리 12과가 함께 출토됐다. 출토된 사리장엄구는 하나같이 아름답고 화려하다. 당시의 미적 감각과 기술이 압축 집약된 위대한 유산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리장엄구는 국보나 보물로 지정돼 소중히 보관되고 있다. 사리장엄구를 이토록 정성스레 만든 것은 그 안에 담긴 사리(舍利) 때문이다. 입멸하신 석가모니 부처님을 직접 친견할 수 없기에 부득이 대웅전에 불상을 모시는 것처럼, 불자들은 부처님이 입멸하고 남긴 신골(身骨)인 사리를 모셨다. 불자들에게 사리는 살아계신 부처님이었다. 

이런 이유로 사리를 경배하는 사리신앙은 인도와 아시아 전역에 넓게 퍼졌다. 사리신앙은 그래서 불교의 역사 그 자체였다. 진신사리가 워낙 귀해 구하지 못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적은 경전을 탑에 봉안하고 법사리로 불렀다. 사리신앙은 시간과 지역을 초월해 우리에게로 전해지는 전승의 역사이며, 또한 놀라운 신행의 기록이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입적한 직후 사리를 모시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당시 인도대륙은 여덟 개의 나라로 분열돼 싸우고 있었다. 부처님이 쿠시나가라에서 입멸했으며 사리가 열여덟 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 다들 군사를 앞세워 쿠시나가라로 몰려들었다. 이때 한 바라문이 나서 여덟 나라를 설득해 평화롭게 분배함으로써 분쟁은 해결됐다. 이들 나라가 모두 각 나라에 탑을 세워 불사리를 봉안하면서 사리신앙은 고취됐다. 이런 사리신앙이 인도를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게 된 것은 전륜성왕이라 불리는 아쇼카 왕에 의해서다. 인도를 통일한 아쇼카 왕은 몇 백 년 동안 모셔져 있던 사리를 모두 꺼내어 8만4000개로 나눠 동아시아 전역으로 보냈다. 그렇게 중국으로 또 한반도로 사리가 이운됐다.

사리신앙은 단순히 신앙의 차원에서 그치지는 않았다. 사리신앙을 통해 국민들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고 그 힘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했다.

삼국 중 가장 왜소했던 신라가 최종적으로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자장 스님이 모셔온 사리 100과가 결정적이었다. 신라 국토 곳곳에 모셔진 사리는 신라가 부처님의 가피로 불국토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고, 백성들은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었다. 부처님의 사리든 위대한 조사의 사리든 결국 입멸 이후에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리로 인해 다시 새로운 믿음이 일어난다. 생(生)과 멸(滅)이 하나로 이어지는 묘리(妙理)가 바로 사리신앙의 결정체다. 그러나 사리는 사리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사리신앙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고 수행하고 깨달음에 이르게 했으니, 사리신앙 자체가 더욱 아름다운 사리일수 있겠다.

책은 신대현 능인대학원대학교 교수가 2020년 법보신문에 연재했던 ‘신대현의 사리와 신앙’을 다시 손보고 내용을 더해 한 권의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우리나라 사리신앙은 1500년이 됐지만 사리장엄과 사리신앙이 하나로 연결되지 못하고 개별 사례 연구로 흐르는 경향이 있었다. 신 교수는 긴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피며, 사리장엄과 사리신앙을 통사적으로 연구했다. 따라서 책은 사리장엄과 신앙, 그리고 사리 자체의 영험과 친견하고 난 다음의 이적 등 사리를 마주한 사람들의 회로애락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은 탑과 사리신앙이라는 보편적 주제에서 시작해 우리나라 사리신앙, 아시아, 중국, 일본의 사리신앙까지 사리에 대한 모든 내용을 담았다. 사리와 관련된 수백 장의 컬러도판은 물론 경전 속 사리, 역사 속 사리, 사리에 대한 영험과 가피 이야기 등 다양한 내용을 수록했고 책 마지막에는 ‘삼국시대~근대 불사리 봉안 사례 일람표’까지 친절하게 덧붙였다. 사실상 사리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총망라한 역작이다. 신 교수는 서문에서 “사리에 관련한 역사 흐름을 어느 정도 정리한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안도의 한숨은 한국불교계가 얻은 소득이기도 하다. 쉽고 재미있는 글쓰기로 역사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내용의 전개는 또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독자들의 마음을 말랑하게 풀어놓는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57호 / 2022년 1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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