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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용(철웅·57) 참선수행 - 하

기자명 법보

곳곳에 화두 새기고 꾸준히 참구
신체적 느낌, 깨달음과 멂 배우고
독참하며 화두 진정한 의미 알아
꾸준히 법문 들으며 정진 다짐

철웅·57
철웅·57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강화되자 이참에 제대로 수행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수소문하다 연락이 닿은 한 선원에서 곧 1년에 몇 번밖에 없는 선회(禪會)를 여는 것을 알게 됐다. 참석해 5박6일간 열심히 정진했는데, 참선 지도는 단 1분 만에 끝이 났다. 호흡 수련 등을 배울 줄 알았는데 단지 “왜 마삼근일까?”하는 의심만 놓지 말고 계속 정진하라고 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마삼근’이라고 써 붙이고, 나중에는 손에 ‘禪’이라고 크게 문신을 새겨 넣었다. 심지어 꿈에서까지 화두를 참구했다. 그러나 몇 년을 참구해도 전혀 어떠한 느낌이 오지 않았다.

어쩌다 대만에서 3년을 보내게 됐다. 가오슝의 불광사에서 7박8일 선회에 참석하게 됐는데, 가만히 눈을 감고 참선하다보면 왠지 모를 빛이 계속 보였다. 왜 그런가하고 이유를 물어보니 차크라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몇 년간 화두를 놓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은 무슨 의미가 있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차크라 수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간단히 여러 빛을 볼 수 있었고 이따끔씩 쾌락을 느끼거나 무언가에 몸이 떨리는 경험을 하면서 수행에 재미를 느꼈다.

그러던 중 유튜브를 통해 여러 법사님들의 선 법문을 듣고 나서야 어떠한 신체적 느낌도 깨달음하고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오직 지금 여기’의 의미를 알게 됐다. 불교와 인연 맺은 지 30년 만이었다. 이후 ‘마삼근’ 화두를 놓지 않으며 많은 대만불교 유적지를 순례했다.

고향에 돌아와서도 틈틈이 유튜브 법문을 들으며 열심히 사찰을 찾아다녔다. 어려서부터 가만히 앉아 법문을 들으면 집중이 잘 안되다 보니 제대로 듣기 위해 주변 걷기를 시작했다. 무슨 바람이 들어서였는지 매달 1번씩 제주를 일주하기도 했다. 걸어서 일주일이나 걸렸지만 마삼근 화두 참구와 법문 듣기를 충분히 할 수 있었기에 전혀 힘들지 않았다.

법문을 수없이 들었지만 마삼근이 뭔지, 참선이 뭔지 감이 오질 않아 작년 여름에는 2달 동안 부산에서 ‘릴라 선 공부모임’을 열어온 임순희 선생님을 찾아가 공부했다. 올해 초에는 서울에 올라와 구석구석을 걸으면서 법문을 듣고 또 들었다. 얼마 전에는 이어폰으로 법문을 들으며 자전거로 부산까지 갔다. 울산에 계시는 혜암 스님을 며칠을 걸려 찾아 뵙고 가르침을 청하기도 했다.

‘본래면목’의 뜻을 찾아 헤매던 중 서울 가야산선 선원에 연이 닿게 됐다. 선원에 주석하고 계신 금후 스님은 수행에 목말라하며 전국을 돌아다닌 사정을 전해 듣더니 일주일동안 일대일 독참을 하자고 하셨다. 

선문답을 주고받으며 화두를 참구해보자는 것이었다. 감사한 마음에 매일아침 찾아갔다. 3일째 되던 날 갑자기 조급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쉬어지면서 10년 동안 마음을 괴롭혔던 마삼근 화두가 다른 화두랑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깨달음은 내가 이루는 것이지 남이 대신 이뤄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공부에 있어 지금이 어떤 단계인지는 모르지만, 여러 단계 중 1단계 올라선 느낌으로 정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잠시도 쉬지 않고 정진할 계획이다. 오직 견문각지(見聞覺知)하는 마음으로, 깨달음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바로 이것’이라는 마음으로, 이제부터가 진정한 공부라는 마음으로 정진하려 한다.

지금은 잠시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조만간 제주에 내려가 다시 일주에 도전하려 한다. 법문을 열심히 들으며 잠시도 게으르지 않고 수행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영성가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깨어나는 재가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부처님 가르침이 만개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한국불교는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을 중심으로 많은 수행자를 배출해냈다. 오랫동안 전국 각지의 사찰을 찾아다니면서 마주한 화두 정진하는 수행자들과 하루도 빠짐없이 10년 넘게 삼천배를 올리는 불자들에게 존경심이 든다. 이 땅에 부처님 가르침이 꽃피고 있음을 기억하고, 올바른 수행 풍토를 정착시켜 앞으로 더욱 발전하길 기원한다.

[1657호 / 2022년 1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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