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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에 관한 열두 동화 “경전보다 더 ‘심쿵’이네”

  • 출판
  • 입력 2022.11.21 15:07
  • 호수 1658
  • 댓글 0

열두 편 동화로 자비 실천 간명히 보여주며 어른도 성찰로 이끌어
어린이·동물·곤충 주인공들 현실·상상 넘나들며 ‘자비’ 핵심 관통

자비의 씨앗 열두 알
이한영 글·김승연 그림 / 운주사
208쪽 / 1만4800원

세 살 먹은 아이도 알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 어려운 일[三歲孩兒雖道得, 八十老人行不得]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가 하면 당나라의 고승 도림선사(道林禪師, 741~824)의 한 마디 가르침에 당대의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단박에 발심하고 귀의했듯 반드시 길고 어렵게 설명해야만 그럴듯한 진리인 것도 아니다. 한 문장, 한 말씀이 마음을 더 깊숙이 파고들기도 한다. 그러니 짧고 단순한 동화라고 해서 반드시 어린이들에게만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자비가 그렇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알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다. 쉽게 설명하자면 한 없이 쉽고, 어렵게 설명하자면 한 없이 어렵다. 하지만 동화라면, 자비의 핵심을 더 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 때로는 복잡하게 고민하기보다는 마음이 가는 대로, 시시콜콜 따지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자비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책에 실린 12편의 동화는 자비의 핵심과 실천 방법을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말해준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지만 어른들이 더 귀 기울일만한 이야기들이다. 다친 새를 구해 주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도와주는 일부터 도마 위에 올려진 장어를 불쌍히 여기고 어항 속 가재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 곧 자비다. 내 입장보다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기쁜 일을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을 함께 슬퍼하는 마음이면 족하다. 때로는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포기해야 하고 못생긴 고양이를 참아 줄 수도 있어야 한다. 나는 좋다고 했던 행동이 상대에게는 불편하고 불행일 수 있음도 인정해야 한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나브로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돌아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어린이가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곤충이나 어른, 동물 등이 주인공이 된다. 주변의 일상 소재와 상상 속을 자유롭게 오가며 자비라는 하나의 주제를 풀어가는 이야기들은 꽤나 매력적인 흡입력을 발휘한다.
글쓴이 이한영씨는 평생 교직에 종사한 아동문학가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야말로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진리의 등불임을 깨닫고 어린이들의 마음에 자비의 씨앗을 심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 ‘꼬마마녀 단불이’ ‘자선냄비 속에 들어간 물방울다이아’ 등 4권이 있다. 아동문예문학상, 경남아동문학상 등 다수를 수상했고 경남아동문학회장과 마산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그림은 국정교과서를 비롯해 위인전, 창작동화 등에 삽화를 그린 김승연씨가 맡았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어떤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나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작가는 “부처님은 이 세상을 자비의 마음을 갖고 착하고 진실한 사람으로 살라고 가르친다”며 “그것만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어울려 잘 살아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어른들에게 이 동화책을 권하는 이유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658호 / 2022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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