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위빠사나 명상을 배웠을 때, 아무래도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몸은 자꾸 구부러졌고 허리와 무릎은 여기저기 아팠다. 배의 부품, 꺼짐 같은 건 알 수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집중을 잘해서 신기한 현상들을 경험하곤 했지만, 나는 그런 것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명상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알았다. 이상하게 ‘이것은 진실’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그후 미얀마에 가서 짧게나마 출가생활도 경험하고 15년째 명상을 이어오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를 사귀거나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 어려웠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혼자 시간을 보냈다. 밤낮으로 끊임없이 일어나는 잡다한 생각에 시달렸다. 그때 인터넷으로 심리적 안정을 찾을 방법을 검색하다 처음으로 불교를 접하게 된다.
불교를 잘 알진 못했다. 어렸을 때는 ‘모태신앙’으로 교회를 다녔기에, 어린 마음에 불상에 절하고 그러면 지옥에 간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나서는 ‘라즈니쉬’ ‘마하리쉬’ ‘무묘앙 에오’ 같은 분들의 명상서적을 접하면서 불교의 깨달음이란 것도 비슷한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접하게 된 부처님 말씀은 이랬다.
“누군가 독화살을 맞아 고통스럽다면, 누가 이 독화살을 쏘았고 이 독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한가? 아니면 단지 독화살을 뽑아 내고 상처를 치료해야 하겠는가?”
당시 나는 도무지 세상의 부조리를 이해할 수 없고, 삶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부처님은 불확실한 생각들에 매달리는 대신, 지금 이 순간 ‘고통’이라는 진실을 직면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때는 이 가르침이 초기경전인 ‘니까야’에 나온다는 건 알지 못했다. ‘독화살 비유’는 ‘맛지마 니까야’의 ‘말룽꺄 작은 경(M63)’에 나온다.
감명을 크게 받은 뒤, 사유를 놓아버리고 단순하게 몸의 감각에 주의집중하며 수능을 준비했다. 명상을 따로 배운 건 아닌데도 그렇게 하게 됐다. 홀로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를 공부하던 중 불교 교리인 ‘12연기’가 소개되어 있었다. 뜻을 이해하고 싶었지만, 당시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불교를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대학교를 선택하면서 제일 먼저 불교 동아리가 있는지 찾아봤다. 동아리가 있다는 걸 알고는 입학하자마자 동아리방을 찾았다. 지도법사 스님이 따로 없었지만, 우리끼리 예불을 보고 부석사로 수련회를 가고 연등을 준비해 행렬에 참여하는 등 기억에 남는 시간을 보냈다.
대학교 2학년 때 인터넷으로 ‘불교철학입문’ 강의를 찾아서 들었다. 조성택 교수님의 강의였다. 그 강의에서 “다른 종교의 명상은 ‘한 대상에만 집중하는 사마타 명상에 가깝고, 불교의 명상은 현재 순간에 일어나고 사라지는 여러 대상을 관찰해 ‘무상·고·무아’를 깨닫는 위빠사나 명상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상을 배울 수 있는 선원을 소개해주었다. 과천에 있는 보리수선원이다. 나중에 알게됐지만, 보리수선원은 당시 많지 않던 ‘테라와다불교’ 선원이었다. 그곳에서 스님을 뵙지 못하고, 재가법사들에게 위빠사나 수행법을 간단히 배웠다.
공익근무요원으로 의무를 다하던 중 7개월 동안 스님께 기초교리와 위빠사나 명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면서 윤리 교과서에서 ‘12연기’를 읽으며 느꼈던 불교 교리에 대한 갈증이 풀렸다.
불교에서는 불확실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단지 지금 이 순간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직접 관찰’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걸 알게 됐다. 몸의 감각이 그렇듯, 생각이나 감정도 단지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 관찰할 대상이라는 걸 이해하게 됐다.
그렇게 불교에 확신을 가지게 되고, 얼마 후 신기하게 스님 한 분이 선뜻 불교동아리를 지도해주겠다고 했다. 미얀마 쉐우민선원 등에서 오랫동안 위빠사나 수행을 한 혜연 스님이었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법 인연이 모여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까지는 ‘마하시 방법’으로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 있었으나 ‘배의 부품, 꺼짐’은 보지 못하고 여기저기 일어나는 통증만을 관찰했다.
[1658호 / 2022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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